"장르·플랫폼·지역 다각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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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실적 부진에 정부 제재까지 겹치며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게임사들의 핵심 수익원 중 하나인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 환경 변화로 실적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장르·플랫폼·지역 다각화를 통해 체질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넥슨, 크래프톤, 네오위즈 등은 체질개선에 적극 나서면서 벌써 성과를 내보이고 있기도 하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엔씨소프트·웹젠·그라비티·위메이드 등을 상대로 '확률형 아이템 조작 논란'과 관련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 법안이 지난달부터 시행되면서 규제 압력이 더욱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엔씨는 '슈퍼계정' 관련 의혹도 함께 받는다. 게임사가 캐릭터를 직접 생성해 일반 이용자들과 몰래 경쟁을 벌이면서 부당하게 이익을 챙기려 했다는 의혹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에서 주로 활용되는 비즈니스모델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국내 게임 시장은 '리니지 라이크'로 불리는 MMORPG에 편중된 장르와 유사한 과금 방식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서다.
실제로 센서타워와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매출 1위부터 6위는 △리니지M(엔씨소프트) △오딘: 발할라 라이징(카카오게임즈) △리니지2M(엔씨) △리니지W(엔씨) △나이트크로우(위메이드) △뮤 모나크(웹젠)였다. 전부 MMORPG다. 글로벌 시장을 보면 보드, 퍼즐, 전략, 샌드박스 등 다양한 장르가 10위권에 포진한 점과 대조적이다.
MMORPG는 국내 게임사들의 외형 성장에 기여한 장르이지만, '페이투윈(돈을 써야 이기기 쉬운 게임)' 방식의 시스템을 갖춘 유사 게임이 범람하면서 게이머들의 피로도 증가와 이탈을 야기해 시장을 오히려 축소시키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3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MMORPG에 편중된 장르와 획일화된 과금 방식은 신규 유저 유입을 제한하고, 기존 유저 이탈 요인이 되고 있다"며 "이런 까닭에 MMORPG의 수명주기가 짧아지고 시장 규모도 작아지게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수의 게임사들은 실적 측면에서 이미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비즈워치가 넥슨·넷마블·NHN·크래프톤·엔씨소프트·카카오게임즈·컴투스·그라비티·위메이드·더블유게임즈·네오위즈·펄어비스·웹젠·조이시티·컴투스홀딩스·위메이드플레이 등 16개 게임사 의 지난해 실적을 집계한 결과, 절반에 해당하는 8곳(넥슨·NHN·크래프톤·컴투스·그라비티·위메이드·네오위즈·컴투스홀딩스)은 매출이 전년대비 성장했으나 나머지 8곳은 감소했다.
물론 게임사들의 실적 부진은 뻔한 장르와 과금 방식 탓만은 아니다. 코로나19가 끝나면서 야외활동이 증가하고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나 숏폼(짧은동영상) 등 즐길거리가 다양해진 탓도 있다. 그러나 MMORPG에 치우친 장르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즐길만한 게임을 내놓으면 실적 개선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란 조언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장르·플랫폼·지역 다각화 등 체질개선을 통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한신평은 넥슨과 크래프톤, 네오위즈를 성공적 체질개선 사례로 꼽았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FC온라인' 등 주력 온라인 게임뿐 아니라 모바일게임 '블루 아카이브'를 서브컬처 게임 시장에 안착시키며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6월 PC·콘솔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도 300만장 넘게 판매하며 새로운 장르·IP(지식재산권) 개발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크래프톤도 핵심 IP '배틀그라운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면서 3년 연속 2조원 안팎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한신평은 "특히 성장 잠재력이 높은 인도 시장에서 지난해 5월 모바일 서비스를 재개한 점이 주효했고, 효율적 비용 집행으로 40% 내외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오위즈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콘솔 기반 멀티 플랫폼 게임 'P의 거짓'이 성과를 내면서 북미·유럽 시장 매출이 크게 상승했다. 한신평은 "국내 모바일 MMORPG의 이익창출력 저하 추세를 감안할 때, 국내 게임사들의 중장기 실적 개선 여부는 PC·콘솔 등 플랫폼 다각화, 비 MMORPG 게임 비중의 확대, 글로벌 확장 여부에 달려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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