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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사설] BTS 인증샷 찍은 맹방해변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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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그룹 계열사인 삼척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소가 5월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한다. 이 발전소를 짓는 과정에서 방탄소년단(BTS)의 앨범 재킷 촬영지로도 유명한 맹방해변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됐다. 1·2호기가 다 가동되면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연간 1300만t에 달한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한쪽에선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다른 쪽에선 새로 가동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2050 탈석탄’ 달성을 위한 제대로 된 로드맵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곱고 부드러운 모래가 10리(약 4㎞)에 걸쳐 이어져 ‘명사십리’라는 별칭을 가진 맹방해변은 인증샷을 찍으려는 관광객과 BTS 팬들로 북적였던 곳이다.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모래는 해안침식으로 깎여나가고 몰아치는 파도는 검은색으로 변했다. 삼척블루파워가 방파제를 세우면서 해류가 바뀌어 고운 모래가 쓸려나가자 그 자리에 공사장에서 나온 오염된 흙과 슬러지(하수 찌꺼기)를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후손들은 맹방해변의 아름다운 모랫길을 사진이나 BTS 앨범 재킷에서밖에 볼 수 없게 됐다.

맹방해변이 망가진 것도 문제지만, 이 발전소가 배출할 연간 1300만t의 온실가스는 내연기관차 500만대 배출 규모와 맞먹고, 국가 온실가스 연간 배출량의 1.8%에 달한다. 환경부가 2022~2023년 전력 부문에서 줄였다는 온실가스가 약 1000만t이니, 그 2년의 감축량을 일거에 뒤집는 셈이다. 삼척블루파워는 ‘친환경 명품 발전소’임을 강조하면서 ‘지역상생’ ‘일자리 창출’ 효과가 발생한다고 홍보하지만, 삼척 시내 중심부에서 불과 5㎞ 떨어진 이 발전소가 지역사회에 뿜어낼 초미세먼지도 연간 570t에 달한다.

삼척블루파워 가동은 정부에 2050 탈석탄 목표를 지킬 의지가 있는지 의심케 한다. 2036년까지 석탄발전소 30기를 점진적으로 폐쇄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무색하게도, 2021년 이후 새로 상업운전을 시작했거나 할 발전소는 7기에 달한다. 삼척블루파워가 수명대로 30년간 쓰이면, 2050년 뒤까지 석탄발전소가 가동되는 셈이다. ‘지구의날’을 맞아 아무리 환경 문제 심각성을 외쳐도 이런 신규 석탄발전소 1기 가동에 뻘쭘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탈석탄 시점인 2050년은 선진국에 비해 15~20년이나 뒤처졌다. 그마저도 목표만 있을 뿐 제대로 된 로드맵조차 없으니, 국제사회의 탈석탄 흐름과 달리 느긋하기만 한 정부가 답답할 따름이다.

경향신문

강원 삼척 맹방해변에서 찍은 BTS 앨범 재킷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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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석탄화력발전소 삼척블루파워 상업운전 규탄 집회에 모인 시민들이 강원 삼척시 맹방해변에 조성 중인 석탄 하역부두 시설을 내려다보고 있다. 기후연대기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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