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2.84p(1.63%) 하락한 2,591.86, 코스닥 지수는 13.74p(1.61%) 하락한 841.91, 달러·원 환율은 9.3원 오른 1,382.2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2024.4.19/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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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전쟁 위기와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등 대외 악재가 중첩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연일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강달러에 밀려 원화 및 엔화가치가 연일 떨어지자 한국과 일본, 미국 재무장관이 사상 처음 회의를 갖고 초유의 시장 개입에 나서기도 했지만,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시장 충격이 지금처럼 계속되면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 ‘신 3고(高) 위기’가 더욱 악화될 우려가 커진다.
● 美 긴축 악재에 중동 리스크 강타
19일 국내 증시는 전날 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에서 ‘금리 인상론’이 다시 고개를 든 데다 반도체 관련 주의 조정까지 겹치면서 1.3% 가량 급락한 채 출발했다. 그러다가 오전에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 속보가 날아들며 순식간에 낙폭을 키워 2,553.55까지 내려갔다. 코스피가 장중 2,550대까지 후퇴한 것은 2월 2일 이후 2개월 반 만에 처음이다. 여기에 일본 증시 역시 오전 한 때 3.5% 안팎까지 급락하고 주변국 증시도 전반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 하면서 ‘검은 금요일’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하지만 오후 들어서는 낙폭이 과도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이란의 피해가 예상보다 적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락세가 다소 둔화됐다. 원-달러 환율 역시 전일보다 장중 20원 급등했다가 낙폭을 줄여 9.3원 오른 채 거래를 마쳤다.
이날 증시에서는 외국인과 기관들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하루동안 각각 3000억 원, 6000억 원 이상 순매도했다. 미국 반도체 관련주 하락의 여파로 삼성전자(―2.51%), SK하이닉스(―4.94%)가 크게 떨어진 것도 증시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시장에 공포심리가 커지면서 자산 가격도 널뛰기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 ICE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6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한 때 전날 대비 4.2% 오르면서 배럴당 90.75달러까지 치솟았다. 안전자산인 금값은 온스당 다시 2400 달러를 넘어섰고,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폭락하면서 6만 달러 선이 깨지기도 했다.
● 대외 충격에 유난히 취약…‘백약이 무효’
최근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은 연준의 긴축 장기화 우려, 중동발 리스크 등 대외 변수들이 한꺼번에 쏠리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 국내 시장의 변동폭이 지나치게 커서 한국 경제가 유독 외풍에 취약하다는 평가가 다시 한 번 나오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서 주요구 지수의 변동폭이 미국이나 유럽은 3~4%에 그치는 반면 코스피는 7%를 넘나들고 있다”며 “외국인의 과격한 선물 매매가 증시 급등락을 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불안이 가시지 않자 정부는 한일 재무장관의 공동 구두개입으로 외환시장 안정에 나섰다. 또 미국 워싱턴에서 역대 첫 한미일 재무장관 회의를 열고 원화와 엔화가치 절하를 우려한다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특단의 조치’에 따른 약발은 당일 하루에 그쳤을 뿐, 다음날에는 다시 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이 연일 되풀이되고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이달 11일 이후 매일 같이 10원 안팎 급등락을 하는 불안한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고환율 공포가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대외 악재들에 더해 4월 배당 시즌을 맞아 외국인들의 달러 송금 수요가 늘 수 있다는 점은 원화가치를 더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미국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외환시장 상황과 관련해 “상황별 대응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 통화 스와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최근 외환 시장 문제는 유동성 부족 문제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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