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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與, 이번 전대가 마지막 기회… 쓰레기 덮지 말고 치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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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내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

여당 내에서 “지난 대선에서 많은 표를 줬던 유권자들에게 사죄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자성론이 나왔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에서다.

이번 세미나는 국민의힘 총선 참패 뒤 열린 첫 당내 ‘반성 세미나’다. 자리에 참석한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총선 참패 이후 처음으로 평가하는 자리라고 해 놀랐다”며 “국민의힘은 아직도 편안하게 주무시는 분이 많으시구나”라고 했다. 이날 윤상현 의원이 주최한 세미나에는 김용태(경기 포천·가평) 당선자와 김재섭(서울 도봉갑) 당선자를 비롯해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박 평론가, 서성교 건국대 행정대학원 특임교수 등이 참석했다.

30명이 앉을 수 있는 세미나 장소에 취재진을 비롯해 100여 명 가깝게 몰렸지만 윤 의원을 비롯해 당선자는 총 3명만 참석했다. 참석한 당직자는 “당 지도부가 나서서 ‘반성회’를 못 열 거라면, 이런 세미나에 와서 듣는 척이라도 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했다.

세미나 초반부터 총선 패배 원인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 신뢰 관계가 깨졌다는 점이 지목됐다. 김용태 당선자는 “국민이 윤 대통령을 뽑은 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겠다’는, 공정함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였다”며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까지 법의 잣대를 평등하게 적용한다는 믿음을 줬다면 이재명 대표나 조국 대표 같은 범죄 피의자들은 그림자처럼 그 힘을 잃었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현국


대통령실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닌 당에 대한 성토도 나왔다. 박 평론가는 “친윤 인사들이 당과 대통령실의 관계가 어떻니 하는 이야기는 국민한테 혐오감만 불러일으킨다”며 “(당은) 윤 대통령과 정을 떼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국민의힘을 바라본다”고 했다. 또 “국민의힘이 아니라 ‘영남의힘’이다”라며 “이번에 전당대회는 영남 의원들은 안 나왔으면 한다”고 하자 박수가 나왔다.

반성하지 않고 ‘조기 전당대회’로 넘어가려는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김재섭 당선자는 “조기 전대를 통해서 지금 여러 가지 산적해 있는 문제를 그냥 덮을 게 아니라 처절한 반성을 통해 백서를 먼저 만들어야 된다”며 “(조기 전대는) 쓰레기가 집에 어질러져 있는 상황에서 쓰레기를 치우는 게 아니라, 쓰레기가 보이지 않게 이불을 덮어놓는 꼴밖에 안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22일 당선자 총회를 열어 전당대회 준비용 ‘실무형 비대위’를 꾸리고,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윤 의원은 “윤재옥 원내대표를 추대하는 건 반대한다”며 “당원분들이 우리 당 지도부, 국회의원, 핵심에 있는 사람들을 폭파해야 할 때다”라고 했다. 기존 체제 그대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박 평론가는 “이번 전당대회가 보수 재건의 마지막 기회다”라고 했다.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는 “이 당은 백서를 만들 용기도 리더십도 없다”며 “야당일 때는 당대표로 젊은 이준석이라도 뽑아서 극복도 해 보고, (이명박 대통령 때) 박근혜 비대위원장으로 극복도 했지만 지금은 대통령과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어렵다”고 했다. 이어 “백서는 못 만들지라도 반드시 두 가지는 해야 한다”며 “전당대회 룰을 ‘국민 100%’로 바꾸고, 지도부 구성을 ‘집단 지도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박 컨설턴트는 “지금처럼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뽑는 단일 지도 체제로 두면 당이 대통령을 상대 못 한다”며 “1~5위가 다 같이 지도부에 들어와야 (지도부 무게감이 커져) 대통령실이 당을 함부로 못 한다”고 했다. 또 “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 문제를 들어 당원 100% 투표를 고집하는데, 과거 보수 정당은 오히려 열려 있었다. 100%가 두렵다면 50%라도 해야 한다”고 했다.

서 교수는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민주당에 딱 1석 졌는데 그 결과는 탄핵이었다”며 “대통령실이 위기감을 잘 못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당에 대해서도 “본인 한 사람만 당선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극단적 이기주의 정치인이 너무 많다”고 했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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