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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남남갈등 양극화에 청년세대가 ‘탈북’하고 있다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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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해 9월21일 오전 인천시청 앞 인천애뜰에서 북한인권시민연합 주최로 열린 북한인권 알리기 위한 방탈출 프로그램 ‘덴바람마파람’에서 시민들이 북한 가정을 재현한 방탈출 체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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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 한반도청년미래포럼 창립자



외교적 고립과 경제난으로 북한에서 약 300만명이 아사했다고 하는 고난의 행군 이후 북·중 국경을 통한 장마당 경제가 활성화되고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지원과 남북 접촉으로 주민들은 외부 문화, 문물을 지속적으로 접촉했다. 1990년대생과 그 이후 세대 즉, 고난의 행군 시기에 태어나 당 배급이 끊긴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 주민들이 스스로 활성화한 장마당 경제 속에서 외부 문물을 자연스레 접촉·흡수하면서 성장한 세대에게 체제 유지의 핵심인 당의 사상 통제가 작동하지 않기 시작했다. 북 수뇌부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문화어보호법, 청년교양보장법 등을 실시해 문화 접촉, 흡수, 모방을 철저하게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무력시위를 지속하고 ‘통일’ ‘남조선’ ‘한반도’ ‘삼천리’와 같은 단어를 공문서에서 삭제하는 등 남조선과의 접촉점을 진공 상태로 만들기에 들어간 이유 역시 체제 유지를 위한 내부 통제에 균열이 생겨났기 때문이라는 것이 유력한 분석이다.



북한은 인도적 지원이나 교류, 협력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2000년 정상회담은 북한의 외교적 고립과 경제 붕괴, 고난의 행군이라는 시기적 상황과 맞물려 원활히 진행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시기부터 북한은 어느 경로든 남한의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통일·한반도 전략을 수정·제도화하고 대남 접촉 관련 기구와 인사들 역시 철수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북의 대변화와 미래 한반도에 대한 예민한 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남남갈등이다. 대한민국은 모든 분야에서 두 동강 나 있다. 양극화의 가장 중심에 남북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정부가 바뀌면 북한에 대한 대내·외 정책들이 180도 변화한다. 이러한 극단적 변화는 대한민국을 향한 국제적 신뢰 역시 감소시킬 수밖에 없다.



북한 문제를 조금만 더 가까이 보면, 남남갈등 양극화의 경계가 너무도 모순이 많고 불분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 인권 문제가 대표적 예다. 북한의 권력형 인권 침해 범죄와 생명권과 생존권, 여성 인권, 아동 인권 등 인권 구성 요소들을 고려하면, 실태 개선을 위한 압박과 함께 취약 계층 지원을 위한 인도적 지원 역시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남남갈등 속에서 ‘북한 인권’은 보수의 영역, ‘인도적 지원’은 진보의 영역으로 간주한다. 발전적 갈등이 아니라 누가 맞는지, 옳은지, 우수한지를 놓고 벌이는 소모적 갈등에 문제 해결의 본질은 희미해진다.



청년층의 통일 담론은 공백 상태나 다를 바 없고, 해가 갈수록 부정적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현재 주거 불안과 같은 현실적 노곤함을 호소하는 청년들에게 광기 어린 정쟁은 북한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파생하고, 통일은 더 큰 ‘추가 부담’으로만 인식된다. 한반도 분야 학계와 실무 분야 역시 양극화 소용돌이 속에 갈라져 청년들은 진학과 재직을 꺼리며 ‘탈북’이라는 단어를 쓰며 북한 분야를 떠나고 있다. 중국에서 유학한 친우의 증언이 기억난다. 북한 유학생들은 전공을 당에서 정해준다고 한다. 대외·대남전략을 위해 최우수 인재들을 당에서 조직적으로 양성·배치한다고 한다.



섬세하고 예민한 시대 변화를 반영한 ‘하나 된 대한민국’ 체계 운영이 필요하다. 북한이 도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접근하면서도, 북한 주민의 인권 실태 개선을 위한 인도적 응급 지원도 함께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 미래 한반도 안정화를 위한 ‘하나의 국가’ 차원의 구조·제도적 인재 양성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북한에 대한 양자택일의 갇힌 집단 사고 구도를 깨고 합리적, 실효적 분석과 판단을 기반으로 새로운 한반도 분야 섹터를 조성하는 것이 미래 한반도를 위해 절실하다. 그 희망을 사고의 유연함을 갖춘 청년 세대에게 걸어볼 것을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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