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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2007년 초호황기 재연할까…조선업 '수퍼 사이클' 증거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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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17년 겨울’ 끝났나조선업 투자 ‘팁’



■ 경제+

2007년 10월 현대중공업(현재 HD현대중공업)의 주가는 55만원을 넘어섰습니다.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는 3위. 당시 현대중공업보다 시가총액이 큰 기업은 삼성전자와 포스코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3일 HD현대중공업의 종가는 12만2700원. 2007년 10월 대비 반의 반 토막 넘게 빠진 상태입니다.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는 37위로 떨어졌습니다. 한국 대표 수출 효자 업종으로 호황을 누리던 조선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장기 불황에 허덕였고, 그 결과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됐지요. 그러다 최근 반전의 조짐이 보입니다.

조선업 주가는 그동안 간혹 꿈틀댄 적이 있었지만 오랫동안 우하향을 벗어나지 못했다. 2021년을 기점으로 업황이 다소 회복된 이후에도 반도체나 2차전지·바이오에 밀려 무대의 주인공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여기에 ‘사양 산업’ 이미지까지 씌워지며 과거와 같은 주가 상승세는 더 이상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선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달라지는 모습이다. 몇몇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선박 가격 흐름을 보여주는 지수가 대표적이다. 호황의 정점이던 2007년 말 수준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선박 수주 및 수출 성적도 양호하다. 여기에 엔화 환율, 미·중 분쟁과 같은 외부 변수도 조선업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과연 혹독하고 길었던 ‘조선업의 겨울’이 정말 끝난 것일까. 조선업에 모처럼 불어든 훈풍이 얼마나 이어질 수 있을지 살펴봤다. 현재 조선업황과 앞으로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가 ‘신조선가(새로 건조하는 선박 가격) 지수’다. 1988년 전 세계 선박 건조 가격을 100으로 놓고 지수화했다. 숫자가 크면 선박 건조 가격이 올랐다는 것을 뜻한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이 집계한 신조선가 지수는 2022년 11월 이후 지난달까지 1년5개월째 올라 올해 들어 180을 넘었다. 이 지수가 180 이상에서 움직인 건 2007년 11월부터 2008년 8월까지 이어진 10개월 동안이 마지막이다. 2008년 8월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 191.5를 넘볼 태세다. 선박 건조 가격이 오르면 자연히 배를 만드는 조선업 회사의 수익성에 보탬이 된다.



1. 장기 불황에 주가 1/4토막호재 겹치며 실적 반등 조짐



이에 올해 주요 국내 조선회사들은 지난해 대비 양호한 실적을 거둘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예상이다.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 2022년 35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다가 지난해 2823억원 흑자 전환했는데, 올해는 9400억원 수준으로 영업이익이 늘어날 거라는 게 시장의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다. HD현대중공업(1786억원 → 5000억원), 삼성중공업(2333억원 → 4279억원)도 올해 영업이익 증가가 예상된다. 지난해 196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한화오션은 올해 2000억원 가량의 흑자를 볼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중앙일보

김영희 디자이너


올해 국내 조선 기업들의 수주 상황도 순조롭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 선박 수주액은 136억 달러(약 18조300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수주액(299억 달러)의 45.5%를 올해는 1~3월 석달 만에 해낸 것이다. 분기 기준 선박 수주액은 2021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제치고 한국 조선업이 1위를 기록했다. 실적이 양호한 가운데 미래 일감도 차곡차곡 쌓이는 모양새다. 안유동 교보증권 연구원은 “조선업의 실적 호조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2. “수주와 매출 모두 좋은 시기”미중 갈등, 엔고 예상도 호재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은 주로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분야에 영향을 끼쳐왔다. 최근에는 그 여파가 조선업에 번졌다. 전미철강노조(USW)를 포함한 미국 내 5개 노조가 해양·물류·조선 분야에서 중국의 ‘불합리하고 차별적 관행’에 대해 조사할 것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미국 정부에 제출하면서다.

중앙일보

신재민 기자


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부가 노조 측의 이런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맞서 미국 노동자와 일자리를 위해 싸우겠다”고 답했다.

조선업 분야에서 중국은 한국과 수주 실적 1, 2위를 다투고 있다. 이런 만큼 미국의 중국 조선업 제재가 한국 조선업에 반사이익을 안겨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중국 조선업에 대한 제재로 글로벌 선주들이 한국 조선소를 선택하는 효과가 나올 수 있다”며 “미국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중국 조선업 제재를 통한 미국의 중국 견제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국 조선업의 반사 이익 기대감은 중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김주원 기자


다만 미·중 갈등 수혜 정도에 대해선 ‘대박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선주가 전 세계 수주 잔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 정도 수준으로 조선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크지 않다”며 “실제 중국산 선박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이뤄지더라도 한국 조선산업의 수혜 정도는 제한적인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도 향후 한국 조선업에 호재가 될 수 있다. 최근 이어진 기록적인 엔저(低) 현상의 기반이 됐던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종지부를 찍으면서다. 일본 금리 인상은 엔화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데, 일본 기업과 수출 경합 관계에 있는 조선업은 장기적으로 엔고 수혜 업종이 될 수 있다.



3. 개별 조선주 외 ETF도 있어“상승 사이클 올라타기 적합”



지난달 한국 수출 성적표에서 조선업은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15대 주요 품목 중 선박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102.1%로 가장 높았다. 8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이다. 수출 호조에 수주 행진이 이어지며 현재 조선업이 2007년 못지않은 수퍼 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한 게 아니냐는 장밋빛 견해가 나온다.

중앙일보

차준홍 기자


특히 조선업체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미래 일감인 수주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조선업 투자에 적합한 시기라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부유식 액화천연가스생산설비(FLNG)에 대한 시장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가스운반선 발주와 기존 선박을 친환경 선박 기술을 적용한 컨테이너선 및 유조선으로 교체하려는 수요가 커지는 등 겹 호재가 나타나고 있다.

조선업 관련 기업으로는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 완성 조선업체가 있다. 또 선박에 사용되는 부품 및 자재류를 만드는 기업이 있다. 한화엔진·현대힘스·한국카본과 같은 회사다.

또 조선업 관련 회사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있다. ‘SOL 조선 TOP3 플러스’ ETF의 경우 3대 완성 조선사 및 선박 기자재 기업을 포함해 총 12종목에 투자한다. 김민성 신한자산운용 ETF운용팀 매니저는 “조선사와 조선 기자재 기업에 집중해 투자하는 국내 유일 조선 ETF인 SOL 조선 TOP3 플러스는 조선업 상승 사이클에 올라타기에 적합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부진한 세계 경제를 고려해 볼 때 조선업 수퍼 사이클이 얼마나 현실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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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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