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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세계 속의 북한

아르헨서 북한 인권 한목소리 낸 한미일 “북한 문제에 협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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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6일(현지 시각)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알베아르 아이콘 호텔에서 개최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세미나. /주아르헨티나 한국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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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에서 북한 인권 실태를 조명하고 중남미 지역에서의 관심을 호소하는 행사가 개최됐다. 지금껏 중남미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연 북한 인권 행사 중 최대 규모다.

주아르헨티나 대사관은 16일(현지 시각)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알베아르 아이콘 호텔에서 ‘침묵 속의 고통 :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조명 및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방안 모색’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아르헨티나 정부 인사를 포함한 정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외교단 등 현지 오피니언 리더 150여 명이 참석했다. 이용수 주아르헨티나 대사는 환영사를 통해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새 정부가 자유와 인권 가치를 중시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르헨티나에서 북한 인권 행사를 개최하게 된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현직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등 북한 인권과 관련한 국내외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중남미 지역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중남미인들은 과거 인권 유린을 경험했고 일부는 현재도 겪고 있기 때문에 북한 인권 문제를 아는 사람은 남의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북한 인권 상황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행사 등을 계기로 상황을 인식한다면 분명히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한·미·일 3국이나 서방 국가들이 뭉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미국 주도의 질서에 동의하지 않는 국가라도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에는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남미에서 열린 의미 있는 행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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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 시각)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알베아르 아이콘 호텔에서 개최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세미나에서 탈북민 채윤서(왼쪽 두번째)씨와 이한별(왼쪽 세번째) 북한인권증진센터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주아르헨티나 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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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선 탈북민 채윤서씨와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인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대표가 탈북 과정과 북한 상황을 증언해 현지인 참석자들로부터 많은 질문과 관심을 받았다.

함경북도 무산 출신인 채씨는 1살 때 모친이 탈북해 이후 감시와 차별 속에서 살다 2019년 탈북했다. 비극적이었던 삶과 목숨을 건 탈북 과정을 증언한 채씨는 “외부에서 인권 상황을 문제 삼아 북한 당국을 압박할 때마다 고문하는 것을 자제하라는 지시가 하달된다”며 “제 고향의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릴 수 있도록 북한 문제에 더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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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 시각)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알베아르 아이콘 호텔에서 열린 북한 인권 세미나에서 아르헨 주재 한·미·일 3국 대사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야마우치 히로시 일본 대사, 이용수 한국 대사, 마크 스탠리 미국 대사. /주아르헨티나 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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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행사는 한국이 주최했지만 최근 한·미·일 관계가 보다 강화된 데 따라 미국과 일본 정부가 공동후원하며 협력했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안보 위협 발생 시 3국이 협의를 통해 공동 대응을 모색한다는 내용을 담은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을 문서로 채택하고 관계를 심화했다.

마크 스탠리 주아르헨 미국 대사는 축사에서 “이번 행사는 지난해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역사적 협력 이후 아르헨에서 우리가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지 논의한 끝에 나온 첫 프로젝트”라며 “비슷한 입장을 갖는 국가들이 뭉쳐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고 앞으로도 이를 공고히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르헨에서 북한 실태를 굉장히 궁금해 하는 식자층이 있는데 오늘 이 자리를 통해 김정은의 주민 인권 유린을 상세히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야마우치 히로시 주아르헨 일본 대사는 “일본에게도 북한 인권이나 미사일 등 안보 문제는 중요한 우려 사항으로 3국이 공동으로 협력해나가야 한다”며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일본 국민들에게 북한 인권 상황에 큰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살몬 유엔 北인권보고관 “최근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상황 심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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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16일(현지 시각)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알베아르 아이콘 호텔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유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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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장에서 본지와 만나 인터뷰한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최근 1년간 중국에 의한 탈북민 강제 북송이 급격히 증가한 상황을 크게 우려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북중 국경지대에 불법체류자로 수감된 탈북민 600명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기도 했다.

살몬 보고관은 “팬데믹이 끝나면서 지난해 8월부터 북·중 국경이 조금씩 열리면서 탈북민 강제 송환이 재개돼 현재 북한 인권 관련 업무에서 가장 크게 걱정하는 부분 중 하나”라며 “이 같은 행위는 중국이 서명한 인권이나 고문 반대 관련 협정에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라고 했다.

탈북민을 불법체류자로 취급해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중국 측 입장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유엔에서는 모든 국가들이 불법이민자 여부 등과 상관없이 강제 송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서명국으로서 중국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또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부도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019년 문재인 정부가 탈북 어민 2명을 강제 북송하면서 한국이 중국에 북송 중단에 대한 압박을 가할 명분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살몬은 “어민 강제 북송은 한국 정부가 잘못한 일”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해도 중국의 북송 금지 의무는 여전하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중국에 말 못할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북한이 여전히 북송된 어민들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행방이나 생사를 모르는 상황이라 상당히 걱정되지만, 유엔은 절대 포기하지 않고 모든 외교 채널을 활용해 해당 문제를 풀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살몬은 해당 문제를 비롯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북한 측과 수차례 접촉해 투명하고 진솔한 대화 요청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엔 보고서를 작성할 때마다 북한 측에도 보내 의견을 묻지만 한번도 시인하지 않고 우리 부서를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해 북한 인권 문제를 협상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선 “유엔에서 근무하는 입장으로서 개별국가 정치 상황과 관련한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긴 어렵다”면서도 “어느 국가, 어떤 지도자가 등장하든 유엔은 북한 인권에 대해 협조적 자세를 취하도록 요청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겠다”고 했다.

◇ 이신화 北인권대사 “야당 대표가 ‘셰셰’하니 중국이 함부로 한국에 주권 침해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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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 시각)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알베아르 아이콘 호텔에서 개최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세미나에서 발언하는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주아르헨티나 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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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거대 야당의 비협조로 여전히 출범하지 못하고 있는 북한인권재단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이 대사는 이날 본지와 인터뷰에서 “북한 인권 관련 비정부기구(NGO)들이 정권에 따라 지원 여부가 갈리는 한국 정부보단 미국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을 보며 씁쓸함을 느끼고 북한인권재단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여야 합의로 2016년 북한인권법이 시행되면서 이 법에서 명시한 북한인권재단을 출범했어야 하지만 민주당이 8년째 이사 추천을 하지 않으면서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또 이 법에서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임명을 명시하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 5년간 공석이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이신화 대사가 임명됐다.

이 대사는 “대사직을 맡은 이후 미국, 일본, 호주, 네덜란드 등 해외 정치인과 정부 관계자들이 생각보다 북한 인권에 대해 큰 관심을 가져서 쉽게 만날 수 있었다”면서 “그런데 정작 북한인권법을 만든 한국 의원들, 특히 민주당 쪽은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인권법과 북한인권대사직을 만든 국회를 부모라고 보면, 나는 정작 부모(한국 의원들)는 못보고 아저씨, 아줌마(해외 정치인)들만 만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이 대사는 정권 변화에 따라 바뀌는 한국 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중(對中) 정책에 대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대사는 “호주나 캐나다처럼 계속 중국을 경계하면서 이익을 얻을 때 잘 지내는 식으로 원칙적인 접근을 해야 하는데 정권에 따라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니 중국이 만만하게 볼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셰셰(謝謝·고맙다는 뜻의 중국어)’ 발언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유세 과정에서 “왜 중국을 집적거려요”라며 “(중국에) 그냥 ‘셰셰’,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 뭐 자꾸 여기저기 집적거리나”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 대사는 “야당 대표가 나서서 함부로 셰셰해버리니까 중국이 총선 결과를 보고 자기들에게 잘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아닌가”라며 “한국이 주권국인데 감히 그런식으로 얘기를 할 수 있느냐”고 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한국 총선 직후인 지난 11일 논평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중국과 거리를 두면서 친미, 친일 외교 정책을 추진해 균형 잡힌 외교 관계를 무너뜨리고 한중 관계에 심각한 차질이 초래됐다”며 “이번 선거 결과는 윤 정부에 대한 경종이며 국민의 이익에 기초한 대외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사는 “여야가 합심해 액션 취해야 하는게 중국, 북한 관련 정책인데 우리끼리 싸우다 김정은, 시진핑만 좋은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했다.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과 그에 따라 북한 인권 문제를 단순 협상 카드로 쓸 우려에 대해서는 “윤석열 정부가 야당에 휘둘리지만 않는다면 트럼프가 당선돼도 북한 인권 개선 요구 분위기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 본다”며 “아무래도 바이든 때보단 상황이 나빠질 수 있으나 미국 정부가 시스테믹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한국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이 대사는 “트럼프가 처음으로 법정에 선 대통령이다 보니 보복 정치를 위해 바이든이 추진하던 것을 뒤집어버려서 시스템이 망가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조금 있다”며 “그래도 외교 통로를 모두 동원해 한반도와 관련된 것이면 미국이 무엇을 하든 한국과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주지시켜 (한국) 패싱을 막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 대사는 “갈수록 북한 인권 문제가 미국과 세계에서 조용히 잊혀져가고 있다”며 “다른 위기들과 묶여 지속적으로 언급돼 잊혀지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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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아이레스=서유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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