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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보복·재보복 악순환 …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땐 최악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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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 확전 위기 ◆

매일경제

14일 새벽(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한 뒤 요르단 수도 암만 상공에서 목격된 비행체들 모습. 미국·영국군은 다수의 드론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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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이스라엘이 정면 충돌하면서 '제5차 중동전쟁'이 터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CNN은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5시간 동안 공격을 지속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발사한 드론이 185기, 순항미사일은 36기, 지대지미사일은 110기에 달한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을 인용해 이스라엘을 향한 드론과 미사일이 이란, 레바논, 이라크, 예멘에서 날아들었다고 전했다. 네 갈래로 공격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해 '정당한 보복'을 마쳤다"며 확전에 선을 그었지만, 이스라엘은 즉각 재보복을 천명하고 나섰다. 특히 이란이 '원유의 동맥'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고 나선다면 최악의 경우 1973년 오일쇼크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란은 이번 공격을 이스라엘의 범죄 처벌을 의미하는 '진실의 약속 작전'으로 명명했다. 이슬람 율법의 '키사스 원칙'(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 따라 보복을 단행한 것인데, 만약 이스라엘이 이란에 다시 재보복을 가하고 이란이 또다시 응징하면 전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게 된다.

확전의 열쇠는 이스라엘이 쥐고 있다. 이란은 14일(현지시간) 공습 직후 '공격을 한 번씩 주고받았으니 갈등을 매듭짓자'는 메시지를 이스라엘에 내비쳤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소셜미디어 X(엑스)를 통해 "이란의 군사 행동은 주시리아 이란영사관에 대한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의 침략에 대응한 것"이라며 "이 문제는 결론이 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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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그러나 이스라엘의 대응에 따라 언제든 다시 공격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같은 날 이란 국영TV에 "이란의 이익에 반하는 어떠한 새로운 공격이든 (이스라엘이 할 경우) 이스라엘은 더욱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자신들의 행위를 후회하게 되는 정도의 대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IRGC) 사령관도 이란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주권을 침해한다면 언제든 보복한다는 새로운 방정식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대응 방법을 고심 중이다. 이란 공격 직후 이스라엘 내각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야권 유력 차기 대권주자인 베니 간츠 국민통합당 대표 총 3인으로 구성된 전쟁내각에 대응 방안 결정권을 위임했다. NYT는 네타냐후 총리가 강경 대응을 고집하고 있지만, 전쟁내각은 미국 등 동맹과 의견을 조율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미국과 서방은 이스라엘에 공격 자제를 요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 약 25분간 통화하면서 이란에 반격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향후 이스라엘이 어떠한 공격 작전을 수행하더라도 미국은 참전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로서는 이란에 강도 높은 공격을 진행하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이 높은 수위의 공세를 펼치면 이스라엘은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중동 전역의 민병대 등 이란의 지원을 받는 '저항의 축'과 동시에 전투를 치러야 한다. 미국의 도움 없이 이들을 모두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실제 이번 방어에서도 중동 지역을 담당하는 미국 중부사령부의 요격 지원이 없었다면 이스라엘의 피해가 더 늘어났을 수 있다. 미군은 이날 이란의 드론 최소 70기, 탄도미사일 3기를 요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역시 13일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이 예상되자 중동에서 군 경계를 강화했고, 드론 격추를 거들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미국 등의 우려를 무시하고 공격에 나설 가능성은 남아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국면에서 수차례 바이든 대통령과 의견 충돌을 빚은 바 있다.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극우 세력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만약 이스라엘의 재공격이 이란 내 인명 피해를 유발하면 심각한 확전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이란은 저항의 축 세력을 결합해 전면전을 치르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이 나라는 과거에도 국제 정세에 영향력을 과시하고자 할 때 호르무즈 해협을 위협한 적이 있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이번 공격 전날에도 '사전 경고'처럼 호르무즈 해협에서 포르투갈 선적 컨테이너선을 나포했다.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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