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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정년 뒤 40년, 뭐 먹고 살지?"…40대가 명함보다 먼저 챙길 것 [마흔공부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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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KT 전략·신사업부문장(부사장)을 서울 송파구 KT사옥에서 만났다. SNS를 통해 꾸준히 커리어에 관한 통찰을 업로드하며 소통하는 그는 '페이스북의 현인' '천만 직장인의 구루'로 불린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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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라는 말이 마냥 반갑지만 않습니다. 만 60세에 정년 퇴직을 해도, 40년은 더 먹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니까요. 평생 직장이 없는 시대. 어떻게 평생 직업을 만들 수 있을까요? 흔들리는 40대를 위한 ‘마흔 공부’ 시리즈, 네 번째로 만난 사람은 ‘천만 직장인의 구루’로 불리는 신수정(58) KT 전략·신사업부문장 (부사장)입니다.

그에겐 3개의 명함이 있습니다. KT에서 연 4.7조 규모의 B2B 사업을 총괄한 IT 전문 경영인이자 컨설턴트입니다. 8.5만 명이 팔로잉하는 SNS 인플루언서이기도 합니다. 일 경험과 통찰을 담은 글에는 매번 1000개 이상의 ‘좋아요’가 달리죠. 최근 『일의 격』(턴어라운드), 『커넥팅』(김영사) 등 커리어 분야 베스트셀러를 쓴 작가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직장인의 ‘커리어 멘토’로 자리매김한 그에게 ‘평생 직업’을 만드는 법을 물었습니다.



✅Part 1. 지금 필요한 건 ‘커리어 포트폴리오’



Q :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입니다. 평생 커리어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A : ‘직(職)’이 아닌 ‘업(業)’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드립니다. ‘직’은 소속 회사, 직무, 직책 등 명함 속 나에요. ‘직’은 회사를 그만두면 사라져요. 반면 ‘업’은 본질입니다. 회사를 나가도 나를 떠나지 않는 나만의 정체성이죠. 예를 들어 기자라면, 어느 회사 소속 기자가 아니라 ‘지식 콘텐트 크리에이터’로 자신의 업을 정의할 수 있겠죠.

Q : 회사에 다니면 어느새 회사 명함에 의존하게 되고, 명함이 없어졌을 때 상실감을 크게 느끼는 것 같아요.

A : 제가 얼마 전, 한 회사에서 디지털을 책임지며 임원까지 했던 분을 만났어요. 그분이 50대에 회사를 그만두고, 비슷한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고 해요. ‘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거죠. 뭘 할지 고민하다가, 본인이 디지털 담당을 하면서 몇 년간 도전하고 해결했던 것을 기록했는데 그걸 책으로 쓰기 시작했어요. 책을 내고 나니 여기저기서 ‘강의해달라’ ‘컨설팅해달라’ 연락이 오더래요. 직장 생활에서 쌓은 노하우로 본인의 '업'을 발견한 거죠.

Q : 최근에 낸『커넥팅』에서 ‘커리어 패스’가 아니라 ‘커리어 포트폴리오’를 강조한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A : 예전에는 회사에서 제일 중요한 게 ‘승진’이었어요. 사원-대리-과장으로 한 단계씩 올라가는 단일한 경로를 밟아왔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20~30대에 익힌 기술로 평생을 지탱하기 어렵습니다. 새로운 일을 직면해야 하죠. 자신의 역량과 경험을 펼쳐 놓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커리어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내 역량과 강점, 경험을 하나의 블록이라고 해보세요. 상황에 맞게 블록을 잘 조합해서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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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팅』에서 발췌한 '커리어 포트폴리오 프레임워크'. 그래픽 김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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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A : 물론 그것도 맞습니다. 나를 잘 파악해 보세요. 내가 상위 1%의 재능을 가진 영역이 있다면, 하나만 파세요. 작은 영역이라도 좋으니 최고가 되세요. 그런데 내가 1%의 재능을 갖고 있지 않다면? 상위 20%짜리 재능 3개를 만드는 것이 더 좋은 전략입니다. 그럼 1%가 될 수 있어요. 내가 가진 역량이나 경험을 쭉 나열한 뒤, 연결해보세요. 2~3개를 조합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게 뭘까.

Q : 자신의 강점을 아는 게 중요하겠네요.

A : 버크만 진단이나 갤럽 강점 검사처럼 나를 파악할 수 있는 도구를 활용해보세요. 기록하는 것도 좋아요. 내가 지금까지 했던 일, 뭘 할 때 재밌는지, 어떤 고민을 했는지요. 또 함께 일한 사람들에게 강점을 물어보면 내가 모르던 면모도 발견할 수 있어요.



✅Part 2. 축적의 시간을 쌓아라



Q : 기록에 진심이세요. SNS에 기록하고 팔로워들과 소통하면서 ‘페이스북의 현인’ ‘직장인의 구루’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A : 제가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아요. 책,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이나 일하며 생각한 것을 올리려고 시작했죠. ‘축적 후 발산’이라는 말을 좋아해요. 제가 45세에 글을 처음 썼을 때는 빛을 보지 못했어요. 유명해질 생각도 없었고요. 그런데 10년 정도 쓰니까 갑자기 팔로워가 늘고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SNS에 올린 글을 기반으로 첫 책 『일의 격』을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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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부사장은 2021년 『일의 격』을 시작으로 『통찰의 시간』 『거인의 리더십』『커넥팅』까지 그동안 축적해 온 자신만의 커리어 통찰을 담아 매년 1권의 책을 냈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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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축적은 왜 중요할까요?

A : 누구나 행운의 시기는 옵니다. 그걸 잡아 채려면, 묵묵히 내공을 쌓는 시간이 있어야 해요. 스탠퍼드 대학의 존 크롬볼츠 교수가 한 연구가 있어요. 여러 비즈니스맨의 진로를 추적했더니, 계획에 따라 성공한 경우는 20%밖에 없었다고 해요. 80%는 갑자기 찾아온 기회나, 예상치 못한 제안, 운에서 비롯했죠. 그런데 운은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오는 게 아니라 ‘계획된 우연’(planned happenstance)이었다고 해요.

Q : 행운을 계획할 수 있나요?

A : ①호기심 ②낙관성 ③끈기 ④융통성 ⑤위험 감수. 이 다섯 가지 태도를 가진 사람에게 행운이 찾아왔다고 해요. 돌아보면, 저도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어요. 호기심과 위험을 감수하려는 태도가 제 인생을 바꾼 것 같아요.

Q : 축적한 뒤에는 어떻게 발산해야 할까요?

A : 주변에 보면 책만 읽고 강의만 듣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공부한 것을 기반으로, 자기가 책을 쓰고 강의를 해야지 실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배움으로 일의 ‘레버리지(leverage, 지렛대)’를 만드는 거죠. 시장에서 제일 잘 팔리는 게 ‘초급 시장’이에요. 남들보다 한 발자국만 먼저 가면 도움을 줄 수 있어요. 열 발자국 앞서서 원로가 돼야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죠.

Q : 그런데 많은 사람이 축적의 시간을 견디는 걸 힘들어해요. 당장 결과물이 보이지 않으니까 ‘이걸 왜 하고 있지?’ 포기하게 되죠.

A : 축적을 재미와 연결해보세요. 저도 일기장에 썼다면 오래 못 썼을 거예요. SNS에 쓰니까 사람들이 팔로우하고 글을 기다려주셔서 계속하게 됐죠. 의지력이 약하다면 습관이 될 때까지 돈을 쓰는 것도 추천해요. 저는 운동을 싫어해요. 혼자 해보려다 계속 실패해서, 그냥 PT를 받기로 했죠. 일에 대해서는 의지력이 강하니까 여기서 돈을 벌고, 의지력이 약한 운동에 돈을 쓰는 거죠. 함께 축적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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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부사장의 링크드인 캡처. 그가 SNS에 글을 올리면, 업계 관계자를 비롯해 1000명 이상이 ‘좋아요’를 누른다. 이 글에는 3600여 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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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작가로서 언제 ‘축적의 시간'을 갖나요?

A : 10년 넘게 지킨 주말 루틴이 있어요. 느지막이 아침을 먹고 카페에 갑니다. 저녁 식사 전까지 카페에서 책 읽고, 글도 씁니다. 좋은 글은 SNS에 올리고요. 일주일에 1~2개만 올려도 1년에 100개는 되거든요. 2년 정도면 책 한 권 쓸 분량이 나와요. 지금은 가속도가 붙어서 책을 매년 쓰고 있어요. 내후년까지 출간 계약도 되어있고요.



✅Part 3. 40대, 삶의 나침반을 찾아야 할 때



Q : 40대의 커리어 계획은 20~30대와 무엇이 달라야 할까요?

A : 20~30대는 목표가 명확하지 않아도 돼요. 속도가 더 중요합니다. 불필요한 경험은 없으니, 이것저것 다 해보세요. 40대부터는 다릅니다. 이제 커리어 후반전입니다. 명확한 커리어 목적과 전략, 방향이 필요해요.

Q : HP·삼성SDS를 거쳐, 30대 중반에 IT 컨설팅사 DDS 창업 후 매각, 40대 중반엔 SK인포섹(현 SK쉴더스) 대표까지 역임했습니다. 작가님의 40대는 어떤 시기였나요?

A : 전환점의 시기였습니다. 40대까지 미친 듯이 일만 했어요. 제 우선순위는 조직의 성장과 성공 뿐, 경주마 같이 살았달까요. 그러다 40대 후반에 문득 고민이 시작됐어요.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 건가?’, ‘왜 살아야 하지?’ 공허한 시간이 찾아오더군요.

Q : 어떻게 고민을 해결했나요?

A : 휴가 쓰고 며칠 쉬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는 왜 살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커리어도 인생도 ‘여정’입니다. 40대가 되면 ‘나침반’이 되어줄 삶의 목적을 찾아야 해요. 그래야 무소의 뿔처럼 인생이라는 여정을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어요. 하루아침에 못 찾아요. 계속해서 나를 들여다보고 질문해야 해요. 내 커리어와 삶의 목적을 연결해보는 거죠.

Q :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요?

A : 오늘이 90세 생일이라고 가정해보죠. 사람들에게 어떤 한마디를 듣고 싶나요? “인생을 마음껏 재밌게 사셨네요.” “선한 영향력을 베푸셨네요.” 같은 말이 떠오를 수 있죠. 이때 듣고 싶은 말이,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구체적인 나침반이 되어줄 겁니다. 제가 듣고 싶은 말은 “변화를 만드셨어요” 입니다. 개인의 변화일 수 있고, 조직의 성장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제가 일하는 이유는 변화를 만드는 일이에요. 제가 잘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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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부사장은 페이스북 소개글에 “일과 삶의 통찰을 나누어 사람들의 성장과 자유를 돕고, 서로 연결하여 세상에 임팩트를 만든다”라고 적었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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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40대에도 여전히 모르겠다면요?

A : 75세에 처음 그림을 시작해서 ‘미국의 국민화가’가 된 모지스 여사 아시나요? 당신에게도 놀라운 재능이 숨어있을지 몰라요. 안 해봐서 모르는 거죠. 이시영 배우도 드라마 때문에 권투를 배웠다가 재능을 발견해서 선수 생활을 했잖아요. 한국 사회는 내가 원하는 게 뭔지 깊이 생각할 기회를 안 주는 것 같아요. 부모님이 원하거나 세상이 원하는 것을 따라가게 되죠. 많이 경험해보고, 내가 원하는 걸 발견해보세요. 40대 젊어요. 늦지 않았어요.

■ '마흔 공부' 인터뷰 시리즈

40대는 인생의 전반전을 돌아보고, 후반전을 준비할 나이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시기를 잘 통과할 수 있을까요? 중앙일보 '더, 마음'에서 그 답을 찾는 '마흔 공부' 인터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매주 금요일 '더, 마음' 뉴스레터로 기사를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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