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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조 바꿔라" 성난 민심 … 尹, 인적 개편으로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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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매일경제

한덕수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기념식에 참석한 뒤 굳은 표정으로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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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고위급 참모진 대부분이 총선 패배를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디까지 인적 개편에 나설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기조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선거 결과가 보여준 민의가 윤 대통령과 여당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문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11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선거 결과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국민의 뜻을 받들자면 국정을 쇄신하는 게 당연한 거고, 국정을 쇄신한다는 건 인적 쇄신이 선행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한 총리를 비롯해 장관급인 이 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 차관급인 한오섭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박춘섭 경제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박상욱 과학기술수석까지 5명의 수석비서관이 모두 사의를 표명한 배경을 설명한 것이다.

또 한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일부 부처 장관까지 총선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참모 중 국가안보실 소속은 자진 퇴진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고 전 세계적으로 국지전이 벌어지는 등 한층 엄중해진 외교·안보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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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쇄신 방향은 야당과의 협치다. 다음 달 10일 취임 2주년을 앞둔 윤 대통령은 남은 3년 임기 동안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정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현실적으로 범야권이 192석을 차지하게 된 만큼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구조 개혁과 세제·규제 개혁 등은 더불어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와 함께 한 총리의 사의를 윤 대통령이 받아들일 경우 후임 총리 지명자의 임명 동의부터 예산안 처리까지 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어떤 일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야당의 의석수를 고려할 때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발표는 야당과 긴밀한 소통에 나서겠다는 것을 의미하냐'는 질문에 "그렇게 해석하셔도 좋다"고 답했다.

이는 그동안 야당이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과반 의석의 이 대표와 별도의 회담을 열지 않았으며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협치 부족이라고 비판해왔다.

이밖에 윤 대통령은 참모들을 통해 선거에서 드러난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수용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선거 시작 전부터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동안 국정 수행에 대한 국민의 평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총선 결과나 원인에 대해서도 저희가 되돌아보는 시간이 곧 있을 것이다. 다시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단추는 수평적인 당정관계 수립이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여당에 대한 강한 장악력을 보여왔다.

윤 대통령은 취임할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축출, 나경원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해임,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의 사퇴,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문제를 둘러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로 인한 갈등 등 당과 이견이 있을 때마다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는 수직적 당정관계라는 여권의 고질적 문제점이 됐다.

이에 따라 새로운 국민의힘 지도부가 꾸려질 때는 수평적인 당정관계 수립이 중요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윤 대통령이 지금과 같은 장악력을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으로 당정 갈등이 발생할 때 윤 대통령에 대한 당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최악의 경우에는 탈당 요구까지 불거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 기조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현재 가장 큰 현안인 의료 개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당내 대표적 비윤석열계 중진인 안철수 의원은 당선 다음 날 곧바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의대 증원을 1년 유예하고 단계적 증원 방침을 정해 국민의 분노에 화답해야 한다"면서 "의대 증원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책임자들의 경질이 불가피하다"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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