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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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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공세’ 중국 녹색 에너지 제품…EU, 보조금 조사로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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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독일 중부 아샤스레벤의 풍력 발전 시설. 아샤스레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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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중국산 풍력 터빈에 대한 정부 보조금 조사를 선언하며 싼 값을 무기로 유럽을 공략하는 중국의 녹색 에너지 제품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 경쟁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이 9일(현지시각) 미국 프린스턴대학 연설에서 “중국 풍력 터빈 공급 업체들에 대한 새로운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스페인, 그리스, 프랑스, 루마니아, 불가리아의 풍력발전 단지 개발 관련 조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으로 조사 대상 중국 업체가 어디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글로벌 풍력 에너지 협의회’에 따르면, 설비 용량 기준 중국의 세계 풍력발전 점유율은 2018년 37%에서 2022년 56%까지 늘었다. 풍력발전 설비 시장을 주도하던 유럽 업체들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55%에서 42%로 떨어졌다.



베스타게르 부집행위원장은 최근 유럽연합의 역외보조금 규정(FSR)에 따라 중국 열차 제조 업체와 태양광 패널 업체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 것을 언급한 뒤 “우리가 가진 모든 도구를 전면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역외보조금 규정은 정부로부터 불공정한 보조금을 받아 저가 입찰 공세를 펴는 외국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 국영 열차 제조업체 중국중차(CRRC)의 자회사인 ‘중국중차 칭다오 쓰팡’은 불가리아의 전기 열차 입찰에 참여했다가 유럽연합이 지난 2월 조사에 들어가자 3월 말 참여 계획을 철회했다. 유럽연합은 지난 3일에도 루마니아의 태양광 발전 사업 입찰에 참여한 ‘상하이 전기’ 등 2개 중국 업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베스타게르 부집행위원장은 “태양광 패널에서 이미 벌어졌고, 현재는 전기차, 풍력, 핵심 반도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고 있을 여유가 없다”며 개별 사안별로 대응하는 대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중국 전기차 등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예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연합은 지난해 9월 중국산 전기차와 중국에서 생산된 외국 브랜드 전기차들에 대해 반보조금 조사를 개시한 바 있다. 유럽연합은 13개월 동안 조사해 불법 보조금이 확인될 경우, 이를 상계하기 위한 추가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정치 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중국 전기차 규제 문제가 유럽과 중국의 새로운 갈등으로 부각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유럽을 순방중인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지난 7일 프랑스 파리에서 자국 전기차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중국 전기차는 보조금 덕분에 경쟁력을 얻은 게 아니라며 유럽의 보조금 문제 부각을 간접 비판했다. 그는 중국 전기차의 경쟁력은 “지속적인 기술 혁신, 포괄적인 공급망, 전면적인 시장 경쟁” 덕분이라며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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