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재닛 옐런(왼쪽) 미국 재무장관이 리창(오른쪽) 중국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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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미·중 정상이 통화에서 양국 간 갈등이 지나치게 격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뜻을 함께 한 가운데 대화와 대결이 동시에 진행되는 투 트랙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을 방문 중인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7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창(李强) 총리를 만났다. 옐런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지난 1년 동안 양자 관계를 더욱 안정적인 기반 위에 올려놓았다고 믿는다”며 “이는 서로 직접적이고 공개적으로 소통해야만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리 총리는 “양국은 서로 존중하고 적이 아닌 파트너가 돼야 한다”며 “옐런 장관의 방문 기간 건설적인 진전이 이뤄졌다”고 화답했다.
덕담을 주고받으며 대화에 방점을 찍었지만, 9개월 만에 이뤄진 방중에서 옐런 장관은 중국의 전기차 과잉 생산 문제와 러시아 지원을 우려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 6일 옐런 장관과 허리펑(何立峰) 중국 부총리 회담 결과를 발표하며 “중국 경제의 특정 부분에서 과잉 생산이 증가하는 징후를 지적하고, 우려 사항의 해결을 위한 조치를 촉구했다” 강조했다. 또 “중국 기업이 러시아의 방산 기지를 포함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물질적 지원을 제공해서는 안 되며 만약 그럴 경우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옐런 장관의 경고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외무장관들에게 “중국이 상당한 규모로 러시아를 지원하고, 도구·지원·전문가를 제공하고 있다”고 발언한 직후 나와 의미심장하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 지적했다.
실제 중·러는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오는 8∼9일 중국을 공식 방문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양국이 7일 밝혔다. 이들은 유엔,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SCO) 등 다자 무대에서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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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 지원시 ‘중대한 결과’” 中 “생산능력 문제 대응”
중국은 옐런 장관의 과잉생산 압박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고 강조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7일 “허 부총리와 옐런 장관이 5일과 6일 광저우에서 여러 차례 깊이 있고, 솔직하며, 실질적이고, 건설적으로 교류했다”며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제재에 엄중한 우려를 표시하고 생산능력 문제에 충분히 대응했다”고 보도했다. 미·중 정상 간 통화 회담 직후 방중한 옐런 장관은 7일 란푸안(藍佛安) 재정부장, 8일 류허(劉鶴) 전 부총리와 판궁성(潘功勝) 인민은행장과 연쇄 회담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지난 4일 중국 해양경찰선이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어선에 접근하고 있다. 7일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에서 사상 처음으로 미국, 일본, 호주, 필리핀 4개국 연합 훈련이 진행되면서 중국 남부전구는 해양과 공중 합동 전투순찰을 전개한다고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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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남부전구 “남중국해에서 해·공 전투순찰”
남중국해에서는 미·중간 무력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오전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남부전구는 공식 웨이신(微信·중국판 카카오스토리) 계정을 통해 “7일 중국인민해방군 남부전구는 남중국해 해역에서 해상·공중 연합 전투 순찰(戰巡)을 조직했다”며 “남중국해를 교란하고 분쟁을 조장하는 모든 군사 활동을 장악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일본·호주·필리핀이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해양협력활동(Maritime Cooperative Activity)이란 이름으로 해·공군 합동훈련을 실시하기로 한 데 대한 맞대응 성격이다. 4국 국방부는 “이번 훈련을 통해 군사 교리, 전술, 기술 및 절차의 상호 운용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오는 10일 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간 안보동맹)에 일본의 가입이 확실시되고, 11일에는 미국·일본·필리핀 간 첫 정상회의가 열리는 것과 무관치 않다.
지난 1일 중국을 방문한 마잉주(왼쪽) 전 대만 총통이 쑹타오(오른쪽) 중국 국무원대만판공실 주임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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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마잉주 회견, 바이든·기시다 회담 날짜로 변경”
대만해협을 둘러싸고도 미국과 중국은 치열한 기 싸움을 이어갔다. 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대만청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의 2차 만남은 10일로 연기됐다고 대만 자유시보가 7일 보도했다.
대만의 안보 관계자는 “중국이 2차 ‘시마회(習馬會, 시진핑·마잉주 회담)’ 날짜를 미·일 워싱턴 정상회담 날짜에 맞춰 10일로 조정했다”며 “11일에는 미국·일본·필리핀 3국 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세계 자유민주 진영이 권위주의의 위험에 맞서 집결하는 시점에 마 전 총통이 중국을 찾아갔다”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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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싸우면서 대화하는 양손잡이 책략 일관”
이와 관련, 중국이 과거 마오쩌둥이 미국을 상대로 대결과 담판의 병행을 주장했던 ‘양손잡이(兩手論)’ 전술을 구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궈광(吳國光) 미국 스탠퍼드대 중국경제제도센터 연구원은 “미국을 상대할 때는 한쪽에서는 단호하게 반항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만나 담판해야 한다고 마오쩌둥이 여러 차례 언급했다”며 “싸우면서 대화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일관된 양손잡이 책략”이라고 지적했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전략적인 화전(和戰) 양면 전술을 펼친다기보다는 불리한 안팎 상황에서 미국과 대화와 대결을 병행하는 적대적 공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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