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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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ICC는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에 대해 “살인, 학살, 고문, 강간 등 반인도주의적 범죄 등을 저지른 합리적인 근거를 발견했다”며 전쟁범죄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2002년 ICC가 설립된 이후 미국 등 서방 지원을 받는 지도자에게 영장을 발부한 것은 처음이다.
네타냐후는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 “터무니없는 새로운 반유대주의”라며 “정치적으로 편향되고 차별적인 기구인 ICC의 거짓된 행동과 비난을 완전히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ICC의 체포영장 발부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124개 회원국은 네타냐후가 자국에 방문할 시 체포할 의무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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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상당수 지지…헝가리·아르헨티나는 맹비난
이에 대해 영국 총리 대변인실은 “ICC의 독립성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탈리아에선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법적 의무이기에 (네타냐후의 순방 시) 체포할 것”(국방장관) “대응 방안을 동맹국과 논의할 것”(외무장관)이라는 입장이 공존한다. 프랑스는 “ICC 법규에 따를 것(외무부 공보담당자)”이라면서도 체포 이행에 대한 확답을 내놓진 않았다. 이어 “체포영장을 준수하겠다(네덜란드 외무장관)”, “의미 있는 조치다(아일랜드 총리)”, “ICC가 법 집행을 잘해야 한다(노르웨이 외무장관)”는 등의 지지 목소리가 나왔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ICC의 결정이 “정치적 결정은 아니다”라며 “EU의 모든 회원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 모든 당사국은 이 법원 결정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지지했다.
2019년 네덜란드의 ICC 본부.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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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잔혹한 공격, 비인도적 인질 억류, 무차별적 공격을 당하고 있다”며 “적법한 방어를 범죄로 취급하는 것은 국제 사법의 정신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도 “말도 안 되는 수치스러운 결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양국 모두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진 않았다. 이스라엘 우방국인 독일은 관련 입장을 당장 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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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기 목마른 檢, 테러 희생자 소추”
이스라엘의 동맹국인 미국도 ICC의 결정을 비판했다. 백악관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을 통해 성명을 내고 ICC 결정을 “근본적으로 거부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언제나 함께해 이스라엘 안보위협에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존 볼튼 전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번 소추가 ICC의 문제점을 정확히 드러낸다”며 “인기에 목이 마른 검사가 진짜 범인보다 테러 공격 희생자부터 소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동맹 파트너들과 해당 문제에 대한 다음 단계를 논의하고 있다고 외신이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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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C의 결정이 명분상 중대한 일이지만, 집행 가능성은 미지수다. ICC는 자체 경찰력이 없기 때문에 영장 효력엔 회원국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다만 각국에서 법원에 직접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등 법적 절차까지 거쳐 이를 실행할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같은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해 9월 ICC 회원국인 몽골 순방 당시 체포되지 않았다.
또 이스라엘과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등은 비(非) 회원국이라 법적 효력이 제한된다. 특히 네타냐후는 유럽 등 회원국을 방문할 계획은 당분간 없는 것으로 전해져 사실상 ‘여행 제한’ 정도의 효과만 있을 뿐 별다른 타격이 되지 않을 것이란 외신 지적이 나온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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