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이 3일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함께 기념촬영을 위해 서 있다. 브뤼셀/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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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거액의 기금을 조성하는 등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의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것에 대해 백악관이 “미국의 지도력”을 언급하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3일 브리핑에서 나토의 새로운 우크라이나 구상과 관련해 미국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을 언급하면서 “그게 나토보다 크다. 인도·태평양 지역을 비롯해 50개국 이상이 참여한다”고 말했다. 커비 보좌관은 또 “참여국들을 결집시키는 것은 미국의 지도력”이라고 말했다.
‘람슈타인 그룹’으로도 불리는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은 미국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를 위해 조직한 협의체로 매달 회의로 구체적 군사 원조 방안을 논의한다. 북미와 유럽의 나토 회원국 32개국과 한국과 일본 등 나토 비회원국 24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커비 보좌관이 현재의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의 효율성과 미국의 지도력을 주장한 것은 나토가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에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서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5년간 1천억유로(약 146조원)의 군사 원조 기금을 마련하는 것을 제안했다. 회원국별 기여 수준은 나토 운영 분담금 비율을 기준으로 하고, 7월에 미국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때까지 합의에 이른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 주도권을 미국에서 나토로 옮기려는 구상과 맞물린 것이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을 나토가 이끌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유럽 쪽 우려를 반영한 이런 움직임은 미국 내 정치적 대립으로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요청한 610억달러(약 82조원)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은 공화당의 반대로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통해 재집권하면 미국이 원조 대열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유럽 쪽 움직임을 미국이나 바이든 대통령의 지도력 약화로 받아들여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보인다. 커비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은 “미국이 각국을 끌어모으는 힘의 결과이며, 바이든 대통령이 많은 나라들이 이런 일을 하도록 결속시키려고 세계 무대에서 어떻게 우리의 지도력을 실제로 되살렸는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말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미국의 지도력은 여전히 필수적이며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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