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송에서 이뤄진 합의가 없었다면 지금의 애플은 없었을 것이다."
미국 법무부가 지난달 21일 애플을 반독점 혐의로 제소하며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법무부는 미국 정부가 MS와의 소송에서 2002년 이뤄진 합의 덕분에 애플이 미디어 플레이어 관리 프로그램 아이튠스와 휴대용 음악 재생 기기 아이팟을 맥에서처럼 윈도 PC에서도 사용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애플은 온라인 음악 서비스 시장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2008년 아이폰이 대성공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개방적 생태계의 혜택을 본 애플이 이제는 폐쇄적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법무부는 신랄하게 비판했다. 법무부는 "아이튠스에서 음악을 내려받는다고 윈도가 30%의 수수료를 애플에서 가져가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폐쇄적 생태계로 유명했던 MS는 2010년대부터 개방적 생태계로 완전히 방향을 전환했다. MS는 2014년 자신들이 개발한 닷넷(.NET)을 오픈소스로 공개했고, MS 기본 웹브라우저인 '에지'는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MS는 2018년 대표적 오픈소스 사이트인 깃허브를 인수한 이후에도 이를 계속 무료로 유지했다.
MS의 이런 개방성은 오픈AI와의 협력에서 빛을 발했다. 2019년 오픈AI에 투자하면서 오픈AI의 챗GPT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것이다. MS는 오픈AI와 협력하는 동시에 자체적으로 인공지능(AI) 연구를 하고 있다.
반면 애플은 아이폰의 성공으로 세계 1위 기업에 오른 이후 계속 폐쇄적 생태계 구축에 집중했다.
애플의 이런 폐쇄적 방식은 AI 개발에서도 드러났다.
애플은 일찍부터 AI 팀을 꾸리고 이를 연구해왔지만 2016년에 들어서야 연구자들이 논문을 외부로 공개하는 것을 허용했다. 2017년 등장한 생성형 AI의 뼈대가 되는 트랜스포머 모델이 이후 연구자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애플의 대응은 느렸다.
애플은 2022년 6월에야 트랜스포머 모델을 아이폰에서 돌릴 수 있는 도구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오픈소스로 공개해야 애플 외부 개발자들이 이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음에도 그제야 이를 공개한 것이다. 애플은 최근 생성형 AI 연구 결과를 대부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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