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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세계 속의 북한

동해에 등장한 '중국판 글로벌호크'...북한·중국의 공조 작전 가능성 [무기로 읽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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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반도와 남중국해 등 주요국 전략자산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장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흥미진진하게 전달해드립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이 격주 화요일 풍성한 무기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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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Z-8 초음속 무인정찰기를 탑재한 군용 차량이 2019년 10월 1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열린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가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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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6일 동해 한복판에 낯선 항공기 1대가 나타나 한·일 양국 전투기가 긴급 발진하는 사건이 있었다. 북한의 함경북도 방면에서 동해상으로 진입한 이 항공기는 다름 아닌 중국 공군의 최신형 고고도 장기체공 무인정찰기 WZ-7이었다. '중국판 글로벌호크'라고 불리는 이 항공기는 미국의 글로벌호크보다는 다소 작지만, 전투기용 엔진을 개조한 고성능 엔진을 장착해 글로벌호크보다 빠르고 무려 7,000㎞를 비행할 수 있어 장거리 정찰 임무에 특화된 무인기다.

동해상에 등장한 '중국판 글로벌호크' WZ-7


중국 무인정찰기의 동해 비행 소식은 한·일 양국 언론에 모두 보도됐지만, 대부분 이 소식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WZ-7에 어떤 고성능 무장이 장착돼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정찰 비행 코스 역시 한·일 양국의 영공과 가까운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당시 상황만 놓고 보면 도발로 인식할 만한 여지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WZ-7이 어디서 이륙해 어떤 경로로 비행했는지, 그리고 중국군이 WZ-7에 부여한 임무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 이번 사건은 단순히 중국 무인기의 동해 비행 정도로만 간과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2018년부터 실전 배치된 WZ-7은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미국의 글로벌호크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무인정찰기다. 중국은 WZ-7에 어떤 유형의 센서가 탑재되는지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한 적은 없지만 기체 하단에 대형 레이돔이 설치됐고, 기수 전방에는 전자광학카메라로 추정되는 장비도 식별되고 있어 레이더·광학 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체로 판단된다. 중국은 20여 대의 WZ-7을 생산해 북부전구·서부전구·남부전구에 각각 1개 비행단 체제로 분산 배치해 놓고 있는데, 이번에 날아온 WZ-7은 북부전구 예하 부대인 제16특수항공기사단 48연대 소속 기체다. 이 부대는 지린성 쓰핑시 외곽에 있는 이쑨춘(義順村) 기지에 주둔하고 있는데, 중국은 동해와 접한 해안선을 단 1㎝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기지에서 이륙한 WZ-7이 동해 상공에 진입하려면 반드시 북한 영공을 통과해야 한다. 즉 이번 WZ-7 동해 정찰 비행은 중국 단독 작전이 아니라 북한과의 협조가 있었던 공조 작전이었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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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 비행 중인 무인기 'RQ-4 글로벌호크'. 중국의 무인정찰기 WZ-7은 중국판 글로벌호크로 불린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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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Z-7은 미국 전략자산 이동 실시간 감시·추적할 수 있는 수단


WZ-7은 WZ-8과 함께 중국이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 구현을 위해 도입한 표적 획득용 무인기다. 중국은 미국 항공모함이 중국 연안으로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사거리 2,000~2,500㎞의 DF-21D, 사거리 5,000㎞의 DF-26 등 2종류의 대함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운용 중이다. 대함탄도미사일은 종말 단계 돌입 속도가 마하 10을 가볍게 뛰어넘기 때문에 요격이 매우 어렵지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비행체 특성상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것도 대단히 어려운 무기다. 특히 발사지점과 목표물 간 거리가 멀어질수록 공산오차(CEP)는 점점 더 늘어난다. 아무리 정교하게 사격제원을 계산해 미사일을 쏘더라도 풍향·풍속·온도·기압과 같은 기상 요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지구 자전에 의한 코리올리 효과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DF-21D나 DF-26이 맞혀야 하는 표적은 고정표적이 아니라 시속 50~70㎞로 2차원 공간을 종횡무진 달리는 항공모함이기 때문에 기상제원, 표적 이동 속도, 방위각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미사일 궤도 보정값을 산출하지 않으면 명중을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표적 인근 상공을 비행하며 인근 기상정보와 표적 이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감시·추적할 수 있는 수단으로 WZ-7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동해상에 WZ-7을 띄웠다. 미 항모 추적·조준용 무인기를 동해에 띄웠다는 것은 중국의 A2/AD 임무 해역이 남·동중국해에서 동해까지 확장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동해는 중국과 별 상관이 없는 곳이다. 중국과 해안선이 맞닿은 곳도 아니고, 미국 전략자산의 중국 연안 접근 거부라는 A2/AD의 전략 목표를 생각해보면, 중국이 A2/AD의 표적 획득 자산인 WZ-7을 북한 인근에 고정 배치하고 동해 상공으로 정찰 비행을 보낼 이유가 없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이 ‘대미 항전’이라는 공동 목표를 세우고 유사시 연합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그간 한반도 주변에서 벌어진 사건들의 퍼즐이 맞춰진다.

'대미 항전' 외치는 북한과 중국의 공조 작전 가능성


북한은 지난 2021년 6월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중국의 대미 항전을 지원하기 위한 전략군 개편을 의결했고 이듬해 실제 개편 작업을 단행했다. 2023년 3월에는 ‘전술핵 운용부대 핵 반격 가상 종합전술훈련’, ‘자위적 핵 역량의 신뢰성 검증 훈련’ 등을 실시하며 개편된 전략군의 임무수행태세를 점검하기도 했다. 해당 훈련들은 핵탄두를 탑재한 화성-11 계열 탄도미사일과 화살-2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해일 핵 무인수중공격정을 이용해 미국의 항모·강습함 전력을 원거리에서 타격하는 시나리오로 실시됐다. 당시 훈련에서는 타격 수단만 등장했을 뿐 800~1,000㎞ 이상 떨어진 해역의 미군 전략자산을 어떻게 탐지·추적해 미사일을 조준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는데, 북한은 몇 달 뒤 중국 WZ-7과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장거리 표적 획득용 무인정찰기, ‘새별-4형’을 완성해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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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핵(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CVN)이 지난해 11월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중국의 WZ-7은 미국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의 실시간 감시를 위해 만들어졌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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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별-4형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교류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개발이 시작됐고, 북한에는 이러한 항공기 개발에 반드시 필요한 터보팬 엔진, 고성능 AESA 레이더 기술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무인기 개발에 ‘외부 기술’이 사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북한에 새별-4형 제작 기술을 지원했을 경우, 새별-4형은 중국 북부전구 관할구역 내에 배치된 대함탄도미사일의 표적 정보 획득 자산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반대로 중국 WZ-7이 동해 정찰을 통해 획득한 정보를 북한 전략군에 전송, 북한의 각종 핵미사일이 발사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신냉전 체제에서 동맹 내 역할 분담하는 북한과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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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통합막료감부에서 발표한 WZ-7의 3월 26일 정찰 비행 항적. 이우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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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이 A2/AD 공조를 강화하는 이유는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만을 침공했을 때 미군 전력이 대만으로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전장에서 양동작전을 벌여줄 우군, 나아가 미국이 중국 본토를 직접 위협할 경우 중국의 핵심 경제·산업시설이 밀집해 있는 동부 해안지역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해역에서 미군 전략자산을 차단하기 위한 완충지대가 필요하다. 북한 역시 미국 전략자산 공격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동맹군이 필요하다. 미·중 대립이 심화될수록 북·중 군사동맹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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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통합막료감부에서 발표한 자료 중 WZ-7 무인정찰기의 모습. 이우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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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신냉전 체제가 심화되면서 세계 각국은 ‘헤쳐모여’ 중이다. 과거 냉전은 미국과 소련이라는 초강대국이 상대적으로 약한 국력을 가진 국가들을 결집해 일정 부분 내정에 간섭하는 대신, 안전을 보장해주는 자치·안보교환동맹 성격의 동맹 세력이 서로 대치하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신냉전 체제에서는 비슷한 가치와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국가들끼리 연대해 상대 세력에 함께 대적하는 국력집합동맹 성격의 동맹 블록들이 형성되고 있다. 북·중·러·이란이 공조하고, 여기에 미·일·NATO·호주 등이 연대해 대응하는 식이다. 이러한 국력집합동맹에서는 동맹 안에서 일정한 역할과 책임이 부여된다. 북한이 러시아에 다량의 탄약과 무기를 보내고,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무기 기술을 제공하는 것, 남중국해·대만 상황과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영국이나 캐나다가 수시로 군함과 항공기를 보내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역할과 책임 때문이다. 세계 주요국 대부분이 이미 편을 정하고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아직도 좌고우면 중이다.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일원이라는 외교적 수사는 쏟아내면서도, 북·중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군사공조 강화는 꺼리고 있고, 대만·우크라이나 상황에 엮이지 않으려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대외 전략 노선을 명확히 하고, 자유 진영에서 없어서는 안 될 동맹국으로 굳건하게 포지셔닝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지 않는다면 제2의 애치슨라인이 그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동해에 나타난 중국 무인기가 우리 정부 당국에 경각심을 주는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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