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필리핀과 남중국해 인근에서 열린 미국과 필리핀의 합동 군사훈련 ‘발리카탄’ 에서 미국과 군인이 기관총 사격 연습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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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미국의 중국 견제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일본·필리핀과 남중국해를 공동으로 순찰하고, 미 해병대의 전투 방식도 ‘중국 맞춤형’ 스타일로 바꿀 계획이다.
30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미국에서 다음달 11일 미·일·필리핀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세 나라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3국의 합의 사항을 발표할 계획인데, 여기엔 남중국해에서 세 나라가 공동 해군 순찰을 실시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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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티코 “미·일·필 정상회의, 中 반발 촉발 가능”
지난 1월 필리핀해 인근에서 열린 미일 합동 훈련에 참가한 미 해군 항공모함 칼빈슨함에 F/A-18 호넷 전투기가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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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필리핀은 전에도 남중국해에서 공동 순찰을 진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일본까지 참여한 3국이 공동으로 순찰에 나선 것은 유례가 없다. 세 나라는 지난해 6월 남중국해에서 연합 해상 훈련을 실시하는 등 공동 순찰을 벌이기 위한 준비를 해 왔다.
폴리티코는 “미·일·필리핀 정상회의는 역사상 처음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중국의 역내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응을 촉발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세 나라의 이러한 움직임은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주변국들의 긴장이 팽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의 ‘남해 구단선’을 긋고 약 90%가 자국 영해라는 주장을 펴면서 주변국들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엔 중국 해안경비대가 남중국해 일대에서 필리핀 선박에 빈번하게 물대포 공격을 해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3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역인 세컨드 토머스 암초에서 중국의 해안경비대 함정이 필리핀 목제 보급선에 물대포를 쏘는 모습. 필리핀군이 촬영한 것이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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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와 일본·필리핀 간의 군사협력 강화에도 나선다. 일본 교도통신은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다음달 10일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중국을 겨냥해 영국과 호주, 필리핀과 안전보장 협력을 확대하는 데 합의할 방침을 굳혔다”며 "양국은 영국, 호주, 필리핀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합동 훈련을 늘리고 방위기술 분야에서도 협력하기로 합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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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공동성명서 “대만해협 안정 중요” 명기
지난해 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걸어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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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상은 회담 후 발표할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에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할 예정이다. 아사히신문은 “미일은 공동성명 원안에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해양 진출을 강화하는 중국의 행동이 국제법과 모순되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성을 재차 표명하는 내용을 명기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미군과 자위대의 협력 강화도 논의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양국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미·일 작전계획 수립과 훈련 강화를 위해 주일미군사령부를 재조정하는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일본 육상·해상·항공 자위대를 일원적으로 지휘할 통합작전사령부 창설에 맞춰 미 정부가 주일미군 지휘 통제 기능을 강화하는 논의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는 오는 7월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기시다 총리를 초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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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투입해 중국 정밀 타격
지난해 4월 필리핀 마닐라 북부 누에바 에시아주의 포트 막사이사이 군기지에서 미국·필리핀의 연례 합동군사훈련 '발리카탄'에 참가한 필리핀 육군 특수부대와 미 해병대 및 육군이 대전차 미사일인 재블린 발사 훈련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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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중국과의 전투에 대비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은 상륙 작전 부대인 해병대를 최전선에 배치하고 해병대가 레이더를 비롯한 전자 탐지 장치에 감지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 디자인’(Force Design)으로 불리는 이 방안은 한 번에 최대 수천명의 대기 병력을 이용해 더 큰 합동 부대가 주요 적에 집단으로 무력 대응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분쟁 지역에 배치된 해병대가 수집한 좌표 정보를 공군 B1 전략폭격기에 전송해 수백㎞ 떨어져 있는 중국 구축함을 향해 정확한 미사일 타격을 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을 다투는 필리핀에 표적 데이터를 보내는 방법도 있다.
미 해병대는 또 새로운 보병 부대인 연안전투팀이 최대 185㎞ 떨어진 적 함정에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첨단 무기를 운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WP는 “미 해병대의 변신은 대만 해협과 필리핀 루손 해협 등 주요 해상 요충지에서 적(중국)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은 지난해 4월 남중국해 인근에서 필리핀과 ‘발리카탄’ 합동 군사훈련을 통해 해병대의 새로운 전투 개념을 시험했다”고 전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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