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11시간 회의 끝에 협상 결렬
28일 새벽 갑작스러운 운행 중단
소식 몰랐던 시민 정류장서 대기
지하철로 몰려 출근길 혼란 가중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이 시작된 28일 오전 중구 서울역 지하철 승강장이 출근하는 시민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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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버스가 12년 만에 멈췄다. 28일 새벽 서울시버스노동조합(노조)이 오전 4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추적추적 봄비가 내리는 이날 아침 서울 출근길은 혼돈이었다. 일부 시민들은 파업을 알지 못한 채 버스 정류장에서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렸다. 지하철은 새벽부터 인산인해를 이뤘고, 택시 정류장은 택시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길게 늘어섰다.
이날 오전 6시 30분께 서울 왕십리역은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시민으로 붐볐다. 일부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은 대부분 마을버스 이용객이었다. 버스 정류장 전광판은 모든 버스가 ‘차고지’에 있다는 표시만 깜빡였다. 출근을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오지 않는 버스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왕십리 광장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직장인 신지인(31)씨는 “버스가 차고지에만 있다고 나오고 안 오길래 처음에는 전광판이 고장난 줄 알았다”라며 “파업했다고 어떻게 버스가 한대도 안 올 수가 있나”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버스정류장에서 오지 않는 버스를 한없이 기다리던 직장인 김성식(50)씨는 ‘버스가 혹시 파업하느냐’고 주위에 묻기도 했다. 김씨는 “평소 지하철은 답답한 느낌이 들어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파업이라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타야겠다”며 그는 “왜 아무도 버스 파업이라는 소식을 전해주지 않는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남기고 지하철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특히 이날은 전국 고등학교 1~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가 시행되는 날이다. 모의 수능에 응시하는 서울 학생들의 등교길도 혼돈이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 17개 시·도 1921개 고교 1·2·3학년 학생 약 125만명을 대상으로 3월 학평이 실시됐다. 학생들은 “모의고사에 버스 파업, 비까지 삼중고다” “학교 걸어가면 한 시간 반 거리고 지하철역은 너무 멀다. 무슨 수로 가느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엑스(옛 트위터)’ 이용 학생은 “오늘 3모(3월 모의고사) 날인데 지각할까봐 스트레스 받고 있다”라며 버스 정류장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신도림역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버스 파업 여파로 지하철 열차를 기다리는 플랫폼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모여 있었고, 역사 안에선 버스 파업에 따른 승강장 내 혼잡을 주의해야 한다는 안내 방송이 연이어 흘러나왔다. 일부 시민은 ‘이게 무슨 일이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조장옥(64) 씨는 “버스 파업 소식을 듣고 집에서 다섯 정거장 떨어진 신도림역까지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이동했다”라며 “평상시라면, 버스를 타고 이용하겠지만 오늘은 버스 파업 때문에 그냥 포기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조금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어제보다 확실히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서울 목동 14단지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27)는 “보통 아침에 버스를 타고 신도림역으로 오는데, 오늘은 마을버스를 탔다”며 “마을버스에 사람이 평소보다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버스 파업에 대해 “아무래도 출퇴근 시간과 관련해서 사람들 생계와 직결되는 부분이 있는 만큼, 파업을 하더라도 그 시간대만큼은 피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서울 신촌에 거주하는 김명호(56)씨 역시 신도림역 버스 정류장에서 당황스러움을 토로했다. 김씨는 “아침 6시에 버스 파업 소식을 재난 문자로 받아봤는데, 그래도 최소한 버스 일부는 다닐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모든 버스가 차고지라고 하니 내가 잘 못 알고 있었나 생각하던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역 인근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특히 광역 환승센터가 있는 서울역의 경우 시외버스가 다니기 때문에 사람들의 혼란이 가중됐다. 이날 버스 파업은 서울 시내버스 노선에만 해당한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나가는 등 광역 시외버스의 경우엔 이날 오전에도 버스가 운행하고 있었다.
프리랜서 이모(33)씨는 “보통 버스 애플리케이션(앱)에 자주 이용하는 버스들을 즐겨찾기 해두고 있는데, 오늘은 모든 버스가 ‘도착 정보 없음’이 떴다”라며 “처음엔 업데이트되는 데 시간이 길어지는 건가, 핸드폰이 이상한가 싶었다. 그래서 뉴스를 찾아보니 파업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역에서 만난 서모(40)씨는 “오늘 대구를 가야 하는 일정이 있는데, 버스 파업 때문에 결국 KTX 기차를 놓쳤다”라며 “원래 버스 타면 30~4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를 버스를 못 타고, 지하철에 사람이 많아 몇 대 보내니까 늦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버스 파업과 관련해 불만을 토로하는 시민도 있었다. 서울역에서 만난 한모(56)씨는 “아침부터 정말 이게 무슨 난리냐”라며 “비도 오고 사람들 출근길 얼마나 바쁘겠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버스 운행 중단으로 시작된 교통대란은 그 여파가 지하철로 옮겨 붙었고, 일정이 급박한 시민들은 버스 대신 택시를 이용하면서 택시 대란까지 빚어졌다. 평소엔 택시 잡기 힘든 시각이 심야시각대였다면, 이날은 아침 출근길부터 ‘택시콜’ 폭주로 택시 잡기가 하늘에 별따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안모(28)씨는 “지하철은 출근길엔 지옥철이고 파업으로 사람들 지하철에 몰리면 몇차례 떠나보내야하는 등 여유 없을 것으로 판단해 카카오 택시를 부르려고 했다. 8번이나 시도하고 콜이 잡힐 때까지 15분 넘게 기다려도 한 대도 안잡혀서 결국 지옥철을 타고 출근했다”고 토로했다.
밤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퇴근하는 성모(41)씨도 “버스파업 때문에 택시를 타고 왔다”며 “방금 타고왔던 택시 기사가 ‘오늘은 아침부터 콜이 폭주한다. 손님은 빨리 택시를 잡아서 다행’이라고 그러더라”고 전했다.
노조와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사측)은 전날 오후 3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마지막 조정 회의를 열었다. 회의는 11시간 넘게 진행됐으나,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노조의 파업 결정은 이날 새벽 2시 20분께 났다.
노조는 12.7%의 시급 인상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임금 인상 자체가 어렵다고 맞섰다. 이날 새벽 지방노동위원회가 6.1% 인상안을 절충안으로 제시했으나 노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버스 파업으로 서울 시내버스 전체 7382대 가운데 7210대(97.6%)가 운행 중단 중이다.
서울시는 노사 양측의 실무자 간 물밑 접촉을 이어가면서 임금 인상안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시는 노조 파업에 따른 시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비상수송대책 가동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먼저 지하철 출퇴근 시간대 혼잡시간과 심야운행 시간이 1시간씩 연장된다. 또 지하철 연계를 위한 무료 셔틀버스는 모두 119개 노선 480대가 투입돼 하루 4959차례 운행하게 된다. 김용재·이용경·안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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