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상기구(WMO)가 19일 공개한 ‘2023년 전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 평균 표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45도(±0.12)가량 높았다. 기상 관측 174년 역사상 가장 따뜻한 해로 기록될 정도로 세계 곳곳이 고온 현상을 겪었다. 특히 엘니뇨가 발생한 6월부터 12월까지는 매달 기온 기록을 경신했으며, 9월에는 이전 기록을 큰 폭(0.46~0.54도)으로 넘어섰다.
해수면 온도와 해양열 역시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육지 못지않게 바다도 뜨거웠다는 것이다. 전지구 평균 해수면 온도는 4월부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해양 열용량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바다의 폭염으로 불리는 ‘해양열파’ 현상도 어느 해보다 강하게 나타났다.
이렇게 바다가 달궈지면서 남극과 북극의 해빙은 무서운 속도로 녹았다. 특히, 남극의 해빙 면적은 지난해 2월 위성 시대(1979년) 사상 최저 기록에 도달했으며, 6월~11월 초까지도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북극 해빙과 그린란드 빙상(Ice sheet)의 면적도 큰 폭으로 손실됐다.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주요 온실가스 지표들도 모두 이전보다 악화했다. 세 가지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의 관측 농도는 2022년에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했으며 2023년에도 계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산화탄소는 산업화 이전 대비 50% 높은 수준”이라며 “이산화탄소의 긴 수명은 앞으로 몇 년간은 기온이 계속 상승할 것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극한 기상으로 인한 피해도 어느 때보다 심했다. 남부 유럽과 북아프리카에서는 7월 하반기에 극심한 폭염이 발생해 이탈리아는 48.2도까지 기온이 치솟았고, 모로코(50.4도)도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캐나다는 산불로 피해를 입은 면적이 예년의 7배가 넘었고, 56억 달러(7조5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본 하와이 산불의 경우 100년 이상의 기간 미국에서 가장 치명적인 산불로 기록됐다.
이런 극심한 기후 조건은 심각한 식량 불안으로 이어졌다. 보고서는 식량 위기에 처한 사람의 수가 코로나19 이전 1억4900만 명에서 지난해 3억3300만 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셀레스테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폭염·홍수·가뭄 등은 모든 대륙에 큰 피해를 줬고 막대한 사회 경제적 손실을 초래했다”며 “특히 불균형적인 영향을 받는 취약 계층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