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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시위와 파업

끝모를 의료파업…총선때 국민투표라도 해서 결판내면 어떤가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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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중증질환 환자단체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1일 오후 서울대 종로구 연건캠퍼스 앞에서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주최로 전공의 사직과 의대 교수 의료현장 이탈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4.3.11 m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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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증원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각자 자기 얘기만 반복하면서 강대강 대치가 언제, 어떤 결말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시중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의료계 파업, 어느 게 먼저 끝날까”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전국 19개 의대 교수들이 15일까지 학교별로 집단사직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정부도 이에 질세라 증원 목표인 2000명에 대한 배정 절차에 돌입했다. 2025학년도 대입부터 지방과 수도권 의대에 증원분을 8대 2로 배정한다는 방침도 세웠다고 한다. 이 정도면 서로 마주보며 달리다가 어느 한쪽이 죽거나 포기해야 끝나는 ‘치킨게임’이다.

대치가 길어지면 환자뿐만 아니라 수험생들도 피해를 입는다. 내년 의대 입학 증원이 정말 될 수 있을지, 입학하면 제대로 공부는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의대에 들어간 학생들이 집단휴학을 하고, 그 위 선배들도 유급에 처한 가운데 수업은 엉망이 될지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2000명 증원에 따른 의사들의 병원 이탈을 막기 위해 강온 전략을 펴왔지만 속된 말로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면허 정지나 경찰 조사도 있지만 의대 교수 1000명 증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 월 100만원 지원, 응급·중증 치료 수가 인상 등 당근책도 내놓았다. 하지만 의사들 댓글은 ‘조삼모사 정책’ ‘100만원에 의사 인생 안판다’는 등 거친 표현 일색이다.

대책이 통하지 않자 몽니를 부리는듯한 모습도 나온다. 사직하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개업과 사병 입대를 막으려 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사직서를 제출하면 한 달 후 효력을 발휘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전공의처럼) 4년 등 다년 약정이 있는 근로계약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그들은 여전히 의료법상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 대상일 뿐이라고 했다. 병원 떠난 전공의에게 괘씸죄를 묻는듯한 처사로 옹졸해보인다. 또 “(전공의는) 국가 병력 자원으로 관리되고 있어 자의에 따라 사병으로 입대할 수 없다”고도 했다. 병원을 나온 마당에 군의관이나 공보의가 아닌 일반 사병으로 가겠다는 것을 막아서려는 정부 태도는 공권력 남용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

반면 의료계는 ‘증원 불가’를 외칠 뿐 사태 해결을 위해 무슨 대안을 내놓지도 않는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만나자는 요청에 제대로 응하지 않고 있고, 일부 성사된 만남에 대해서도 의협은 대표성이 없다며 의미를 축소한다. 의대 교수들은 정부에 대화하자고 하면서도 집단사퇴 시한까지 정해놓고 제자들과 함께 국민과 정부를 압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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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렌식 참관 위해 경찰 출석하는 주수호 위원장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 속에서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8일 오전 휴대전화 포렌식 참관을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2024.3.8 superdoo8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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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주수호 대한의사협회(의협) 언론홍보위원장의 서울경찰청 출두 모습은 의료계가 공권력을 우습게 보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날 그는 선글라스를 끼고 오른손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왼손은 바지 주머니에 낀 채로 나왔다. 공권력이 아무리 무뎌졌다고 해도 과거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들도 검·경 출두 때 동네 산책가듯 이렇게 여유롭지는 않았다. 환자를 포함해 온국민이 지켜보고 있는데 매우 무례하고 방자한 태도다. 정부를 상대로 ‘할테면 해봐’라는 식이고, 국민에게는 ‘우리는 죄가 없다’를 보여주기 위한 쇼다. 공대 출신의 한 스타트업 대표는 “우리는 회사가 언제 문 닫을지 몰라 늘 불안한데 의사들은 정부를 상대로 감히 파업까지 할 수 있다니 위세가 놀랍다”고 했다.

지금 돌아가는 꼴을 봐서는 사태 해결은 난망하다. 환자 뿐만 아니라 둘의 싸움을 지켜보는 국민도 지쳐간다. 의료계는 2000명 규모를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면 정부가 증원 규모를 바꾸게 할 만한 강력한 명분을 줘야 한다. 이런 것을 양보할테니 정부는 2000명에서 줄여달라는 식으로 논의가 돼야 한다. 어느 분야나 협상이 되려면 ‘전부 아니면 제로(all or nothing)’ 식으로는 답이 안나온다. 서로 주고 받는 게 있어야 한다. 상대방에도 그에 상응한 이익과 함께 빠져나올 명분을 줘야 합의가 이뤄지는 법이다. 하지만 국제노동기구(ILO) 개입까지 요청하며 대한민국 정부 망신주기를 작정한 의료계가 조금의 양보라도 내놓을지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12일 서울 의대 교수협의회 방재승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시한 방안만 봐도 의대 증원 규모를 1년 뒤에나 결정하자는 수준이다. 방 비대위원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필요하면 세계보건기구(WHO)에 의뢰해서 1년 뒤에 연구를 취합한 결과가 나오면 따르자”고 밝혔다. 또 “정부, 의협, 여당, 야당, 국민대표, 교수, 전공의가 참여하는 대화협의체를 구성하자”고도 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와 의료계 만으로도 타협이 어려운데 당사자가 많아지면 배가 산으로 갈 것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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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출석하는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과 박명하 조직위원장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과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이 12일 오전 전공의 집단 사직 공모 의혹과 관련한 경찰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2024.3.12 yatoy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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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외국에 우리의 주권적 결정을 맡길 바에야 차라리 국민투표를 거쳐 결론을 내면 어떤가. 헌법 제72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민투표 부의권을 갖는데 그 대상은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이다. 국민 생명이 장기간 위협받고 있는 현 상황보다 더 큰 국가안위는 없다. 국민투표에 회부할 필요가 있는지 판단은 대통령 재량에 속한다. 대통령 결단만 있으면 국회 동의없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투표를 통해 증원 여부는 물론 2000명 숫자의 적정성까지 국민 의사를 구할 수 있다. 특히 다음달 10일 총선에 맞춰 의대 증원안 국민투표를 같은날 시행하면 번거로울 것도 없다.

정부나 의료계가 2000명 숫자 논쟁부터 절대 물러날 기미가 없으니 이를 풀어주는 것은 국민밖에 없다. 해외 기관에 의탁하기보다 국민투표 결과에 승복하는 형식이 된다면 정부나 의료계 모두 체면을 덜 상한 채 퇴로를 찾을 수 있다. 의료계는 여론이 불리하니 국민투표에 반대할지 모르고, 비전문가인 국민이 의료 정책을 정하는 게 말이 되냐고 소리칠 것이다. 하지만 증원을 하더라도 2000명 숫자에 대해서는 반론도 있는 만큼 국민 총의로 결정하는 게 그들에게 꼭 불리하지만 않다.

앞으로 전문의·교수까지 파업에 가세하면 사태 해결은 더 요원해진다. 내년 입시를 위해서도 확정된 증원의 대학별 배분도 결론이 시급하다. 답이 안나오니 국민투표라도 해서 국민 총의로 판가름낼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정부는 설사 2000명에서 후퇴하게 되더라도 국민 뜻에 따랐다고 하면 되니 이만한 출구도 없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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