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민생토론회 ‘ 대한민국 관문도시 세계로 뻗어나가는 인천’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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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민생토론회가 22대 총선을 앞둔 집권 3년 차 국정운영의 최대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윤 대통령이 직접 곳곳에서 지역 현안 해결을 강조하고 감세·개발 정책을 쏟아내면서 포퓰리즘·관권선거 논란도 함께 확산 중이다. 공약 발표회에 나선 ‘여당 선거대책본부장’과 유사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총선까지 남은 한 달 동안 ‘용산발’ 여권의 정책 발표와 야당 반발이 이어지며 충돌이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첫 민생토론회가 열린 지난 1월4일부터 지난 7일까지 윤 대통령은 17번 토론회를 주재했다. 컨디션 난조로 불참한 제5차 토론회를 합하면 18차례 토론회를 열었다. 윤 대통령이 직접 굵직한 정책을 발표하고 대민 접촉을 늘리는 광폭 행보가 사나흘에 한 번꼴로 이뤄졌다.
개최지는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기간은 “올 한 해 계속”(윤 대통령, 지난 달 20일)으로 확장일로다. 초반 10회 동안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돌았다. 이후 6차례 대전·충남, 부산·울산·경남, 대구 등 경부선 라인을 훑은 뒤 다시 수도권으로 올라왔다. 강원과 호남 지역에서도 조만간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수도권에서 전국 단위 정책을 내놓고 지역을 찾아 지역 현안을 언급하며 민심 댕기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대선 때 중앙당 공약 발표와 함께 지역별 순회 공약 발표를 하던 모습과 유사하다. 지역 행보가 많아질수록 “대구를 마 한번 바까(바꿔) 보겠습니다”(제16차 토론회), “인천의 바다, 하늘, 땅 모두를 확실히 바꿔놓겠습니다”(제18차 토론회) 등 총선 전 정당에서 나올 법한 강도의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토론회에서 발표한 주요 정책은 감세·개발·개혁 등 크게 세 갈래다. 감세, 사회간접자본(SOC)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등 개발, 의료·교육 등 개혁 과제 관련 정책들이다. 윤 대통령은 초반 토론회에서 감세 약속을 하는데 집중했다. 금융투자세(금투세) 폐지와 다주택자 세금 경감과 함께 상속세 완화를 시사했다. 개발 정책은 항공·철도·도로를 망라한 SOC 공약과 함께 각종 부동산·토지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50년 만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대거 풀리고 군사시설보호구역도 역대 최대치로 해제하기로 했다. 의사 수 증원과 늘봄학교 등 윤 대통령이 방점을 찍는 의료·교육 개혁 어젠다도 토론회를 통해 재차 강조됐다.
이 같은 정책은 윤 대통령이 강조해 온 건전 재정 기조에 어긋나는 데다 일부는 법안 통과를 전제로 한 구상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총선을 의식해 당장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정책들을 던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일례로 금투세 폐지 등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은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부자감세’ ‘급조법안’이라는 야당 비판에 직면하며 논의도 제대로 되지 못했다. 토론회에서 논의된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 방안 역시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야당은 이에 더해 수백 조 원에 달하는 사업이 망라된 ‘토론회 정책’들이 총선 뒤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예민한 시기에 윤 대통령의 전국적 행보가 잇따르면서 여당 우회지원 논란은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정책 행보일 뿐 ‘선거용이 아니다’고 선을 긋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실은 대통령실의 일을 하고 당은 당의 일을 하면 되는 것”이라며 “총선 전 대통령실이 할 일은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앞서 토론회 정책 중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전체 규모의 10% 수준이라고도 반박한 바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사실상 여당의 ‘선대본부장’ 역할을 한다며 비판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놓고 선거운동을 하는 것인가”라며 “윤 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의 선택을 방해하지 말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정책 행보를 대폭 강화한 데는 이번 총선에 윤석열 정부의 명운이 걸린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독일 국빈 방문 취소, 명품가방 수수 문제가 불거진 뒤 3개월째 이어지는 김건희 여사의 잠행 역시 총선을 염두에 둔 선택이라는 분석이 많다. ‘총선 승리’에 국정운영 포인트를 맞추고 있는 셈이다. 여당이 패배할 경우에는 입법을 통한 국정과제 실현의 길은 멀어지고, 권력누수 현상도 조기에 올 수 있다. 승리할 경우에는 그간 ‘여소야대’ 국회에서 묵혀둔 윤석열표 법안들을 대거 꺼내들며 국정 드라이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로 지난 2022년 3월 10일 대통령 당선을 확정지은 지 꼭 2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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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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