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장기 전략 변화… ‘신냉전’ 시각”
정 박 미국 국무부 대북고위관리가 1월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수석대표협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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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대북 고위 당국자가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중간 단계가 설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론일 뿐, 미국 정부의 전략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정 박 미국 국무부 대북고위관리는 5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이 워싱턴에서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간 단계 조치와 관련, “그것(비핵화)은 하룻밤에 이뤄지지 않는다. 그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궁극적 비핵화로 향하는 길에 중간 단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박 대북고위관리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간 단계 조치에 북핵 동결이 포함되느냐’는 질문 등에 즉답하지 않았다. 다만 “전술 핵무기 고체연료, 극초음속 능력, 무인 잠수정 등 우리가 다뤄야 할 무기가 많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며 “북한의 무기 관련 활동이나 확산의 범위를 고려할 때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짚었다.
‘북한이 핵무기 포기에 동의하지 않아도 미국이 미사일 숫자 제한 등 군축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열려 있느냐’는 질의에 박 대북고위관리는 “우리 목표는 분명하다. 그것은 한반도 비핵화”라며 “북한이 관여할 의향이 있다는 어떤 신호도 우리는 환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달성하는 유일한 길은 대화와 외교”라며 “어떤 직급에서든 관심 사항에 대해 전제조건 없이 대화를 재개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계속 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행정부의 북한 비핵화 전략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추측은 미라 랩-후퍼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대양주 담당 선임보좌관의 언급 탓에 제기됐다. 최근 중앙일보와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동 주최한 포럼에서 랩-후퍼 보좌관은 “필요하다면 비핵화 여정에 중간적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발언의 의미에 대해 “정책 변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한국 외교부 임수석 대변인도 같은 날 브리핑에서 “북한 정권의 핵 프로그램 완전 폐기 의지가 확인된다면 이를 이행하는 조치들이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체제 유지 대미 협상 불가 판단”
대남기구 정리나 대남 위협 공세 등 북한의 최근 움직임과 관련, 박 대북고위관리는 “많은 북한 전문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장기적 전략적 변화를 취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적 내부에서 분열을 일으키거나 분열을 이용하려는 의도를 가진 북한의 전술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며 “우리는 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의 궁극적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박 대북고위관리는 “현시점에서 우리는 체제 유지나 국제적인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김정은의 주요 목표가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바뀐 것은 김정은이 미국이나 한국과의 협상을 통해 주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북한이 러시아 및 중국과 좀 더 긴밀히 제휴함으로써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신냉전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며 “북한이 신냉전으로 세계 정세를 바라보고 (전략을) 짜는 이유는 그게 유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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