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몰이에만 몰두한 정부…합리적 결론과 합의 기대하기 어려워"
지난달 20일 오전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을 찾은 시민들이 의자에 앉아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잇따른 가운데 현직 교수가 처음으로 사직 의사를 밝혔습니다.
경북대학교 혈관외과 윤우성 교수는 오늘(4일) SNS를 통해 "외과 교수직을 그만두겠다"는 글을 적어 이같이 알렸습니다.
윤 교수는 "제가 전공의 시절, 아니 그 이전부터 항상 '외과는 지금이 바닥이다'라고 했는데, 20년이 지났는데도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필수의료'라고 '필수과'라고 누가 명명했는지 그리고 정확한 정의가 뭔지 모르겠다"며 "외과가, 이식혈관외과가 필수과라면, 그 현장에 있는 우리가 도움도 안 되고 쓸데없는 정책이라고, 좋은 정책이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나쁜 정책이라고 말하는데 왜 귀를 기울이지 않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서로 간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그 과정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지금 의료문제에 대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정부는 여론몰이에만 몰두해 있는 상황에서 합리적 결론과 합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복귀 시한이었던 지난달 2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과정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전공의들의 보호막이 돼주지 못한 데 대한 부끄러운 마음도 드러냈습니다.
윤 교수는 "장밋빛 미래도 없지만 좋아서 들어온 외과 전공의들이 낙담하고 포기하고 있고, 우는 아이한테 뺨 때리는 격으로 정부는 협박만 하고 있다"며 "현 의료현실에 책임져야 할 정부, 기성세대 의사들인 우리가 욕먹어야 할 것을 의사 생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병원 내에서 누구보다 고생하고 있는 전공의가 다 짊어지고 있는 답답한 상황에 저는 제 위치에 떳떳하게 서 있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와 함께 "전공의들은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며 싸우고 있다"며 "정부의 겁박에 두려워하고 불안해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보호막이 돼주지 못하고, 뒤에 숨어 '반대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어떻게든 잘 해결되길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하는 모습이 너무 부끄럽다"고 토로했습니다.
끝으로 윤 교수는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바쁘게 앞만 보고 살아온 제 인생도 한 번 뒤돌아보고, 잊고 지내온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소홀했던 가족들과 함께하는 일반적인 삶을 살아보려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의 골은 걷잡을 수 없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날 서울대병원 등 '빅5'를 포함한 병원 50곳을 찾아 현장점검에 나섰습니다.
복귀 명령을 지키지 않고 있는 전공의 7800여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정부는 법 집행을 예고하며 "(면허정지 등 처분은) 불가역적"이라고 다시 한번 못 박았습니다.
김휘란 기자
JTBC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