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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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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순직 10명 중 7명 '불인정'…서이초 사건, 전환점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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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교사노동조합연맹·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숨진 서울 서이초 교사의 순직을 인정하고 관련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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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망한 서울 서이초 교사의 순직 인정을 계기로 앞으로 교원 업무의 특수성이 더 넓게 인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그간 교사 등 교육공무원은 타 직군에 비해 순직 승인율이 낮았던 데다, 자살과 업무의 연관성을 인정받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유독 낮은 교원 순직 승인율… 10명 중 7명 ‘불인정’



1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 상반기(6월)까지 총 57건의 교육공무원 순직 신청이 청구됐다. 이 중 순직이 승인된 건 15건(26.3%)이다. 경찰공무원(67.4%), 소방공무원(82.4%)뿐만 아니라 일반공무원(52.3%)보다도 더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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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자살은 격차가 더 벌어진다. 경찰·소방·일반공무원의 자살로 인한 순직 승인율은 47.3%(55건 중 26건)지만, 교육공무원은 17.6%(17건 중 3건)에 불과했다. 공무원 재해보상법에 따르면 “공무수행 또는 공무와 관련한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경우”에 한해 자살도 순직이 인정된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경찰과 소방관 등은 겉으로 드러나는 사고나 부상이 명확한 반면 교사들은 학부모 민원, 생활지도 고충 등으로 인한 업무상 스트레스, 우울증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부담감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단원고 교감 역시 끝내 순직을 인정받지 못했다.



“기념비적 선례 될 것” 서이초 순직 인정, 전환점 되나



교육계에선 이번 서이초 사건이 여러 불리함을 극복하고 순직을 인정받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서울 서이초에서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았던 교사 A씨는 문제 학생 지도 등에 고충을 겪다가 지난해 7월 학교 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후 순직 심사 과정에서 학생 지도의 어려움을 입증할 영상이 증거로 제출되면서 직무상 스트레스 등이 인정됐다. 제출된 1분 내외의 10여개 동영상에는 수업 중 의자를 뒤집고 발로 차거나, 갑자기 교실을 뛰쳐나가고 물건을 집어 던지는 학생들의 모습이 담겼다. 서이초 사건의 유족을 대리한 문유진 변호사(법무법인 판심)는 “정신적 폭행으로 비롯된 비극적 사건을 단지 개인의 차원이 아닌 사회적 책임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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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지난해 9월 14일 오후 가해 학부모가 운영한 음식점 출입문과 유리창에 각종 비난을 담은 쪽지가 가득 붙어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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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에서는 업무상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들의 순직 인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대전의 초등교사 B씨는 지난 2019년부터 수년간 학부모들로부터 악성 민원으로 고통을 받다가 지난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당시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가 운영하는 김밥집에는 항의 포스트잇이 빗발쳤다.

재청구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부산에선 학부모의 아동학대 신고로 억울함을 호소하다 2021년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교사 C씨의 순직 인정을 위해 부산교사노조가 지난달 8일 부산 남부교육지원청에 순직인정청구서를 제출했다. 이미 한 차례 순직 인정이 거절됐지만, 노조는 서이초 사건으로 촉발된 교권침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계기로 순직 절차를 다시 밟을 계획이다.



“섬에서 과로로 자살”… 특수성 인정 갈 길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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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총과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단체·교원노조 관계자들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고 서이초 교사 순직 인정 및 순직 인정 제도 개선 촉구 기자회견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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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단체들은 교사의 순직 심사에서 각 교원이 처한 교육 환경의 특수성이 고려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북 군산의 무녀도에 있는 전교생 10명의 소규모 학교에서 근무 중이던 교사 D씨는 업무과로에 시달리다 지난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사건을 조사한 해경은 업무 과다로 결론을 내렸지만, 인사혁신처는 초과근무 신청 이력이 없다는 사유로 순직을 불인정했다.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은 “고인이 근무했던 무녀도초는 연륙교로 이어진 섬 학교라 숙직이 불가능하고 오후 4시 30분이 지나면 집으로 일거리를 들고 와야 했다”며 “초과근무 신청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학교임에도 인사혁신처는 이러한 특수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교육계의 요구를 반영해 교원의 순직 제도 개선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순직 인정을 위한 증빙자료 준비 등 유족을 도와줄 순직 심의 담당자를 시도교육청별로 지정했다”며 “교원의 특수성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 순직 심사를 위한 현장조사에서 교사 출신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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