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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3 (토)

[2030 플라자] 성공팔이들의 몰락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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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나쁠 때 더 잘되는 업종이 있다. 저가 상품 시장이나 중고 거래 등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성공 산업 또한 불황기 때 더 잘나간다. 이 산업을 유통하는 ‘성공팔이’들은 누구나 성공할 수 있으며 성공에 이르는 공식이 있다고 주장한다. 장사법은 붕어빵 틀처럼 똑같다. 먼저 자신이 성공한 삶임을 입증하기 위해 얼마나 벌며, 어디에 살고, 무슨 차와 시계를 가졌는지 과시한다. 그다음 유튜브와 소셜미디어 광고를 자유롭게 오가며 ‘가난은 정신병’ ‘필승 재테크 법’ ‘이렇게만 사업하세요’ 따위 자극적 섬네일로 사람을 끌어들인다. 어느 정도 모객이 끝나면 노하우랍시고 내놓은 ‘성공 공식’을 강연이나 책 등의 형태로 비싸게 팔아 먹는다. 책이나 PDF 파일은 보통 10만원을 넘어가지 않지만, 강의나 강연 등은 수백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성공팔이들이 유통시킨 성공 공식을 뜯어보면 가관이다. 공식에는 구체성이 있어야 하고, 구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치밀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이런 핵심은 모조리 빠져 있다. 그저 스스로한테 엄격해지라고 거듭 강조할 뿐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찬물로 샤워해라, 소셜미디어를 멀리해라,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라 따위 얘기에 도파민이니 유전자니 하는 단어를 결합해 퍼뜨린다. 제시한 공식도 억지인데 여기에 운의 영역까지 멋대로 합쳐버린다. 운에는 공식이 없다. 없으니까 사람에 따라선 미신도 기꺼이 믿지 않던가. 운이 존재하는 한 성공이란 결국 변수 영역에 있는 경지다. 하지만 성공팔이 장사꾼들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은 없다고 말한다. 마음먹기에 따라 운도 얼마든지 불러올 수 있다고 장담한다. 이런 근거 없는 확언은 경기가 나빠지는데 기술 발전만 빠른 사회에서 내가 가진 전공 지식과 기술이 쓸모없어질까 봐 두려운 청년들을 혹하게 한다.

알맹이 없고 진실도 아닌 내용을 진지하게 떠들어대는데도 장사는 호황이다. 아니, 호황이었다. 최근 3000만원으로 시작한 사업의 가맹점을 200억원에 팔았다고 주장하며 유명해진 한 유튜버가 주가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이를 계기로 그간 성행하던 성공 장사가 사실상 사기였음을 주장하는 사람이 줄지어 나타났다. 여기에 성공팔이들이 제시한 공식에 의문을 가진 구매자들까지 가세했다. 성공팔이들은 그야말로 청천벽력을 맞았다. 성공의 유일한 증거로 내세울 수 있었던 재산이 사실은 대부분 빚이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파산하기 전에 이자보다 많은 성공 공식을 팔아먹어야 하는데 그 유통 구조가 끊기게 생겼다. 몰락이 시작된 셈이다.

나는 이 산업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으리라 본다. 하지만 성공 장사가 망한다고 하더라도 끝이 아니다. 이름만 바꾼 다른 방식의 장사 모델이 반드시 다시 나타나게 되어 있다. 본질이 돈을 쉽게 많이 벌고 싶다는 보편 욕구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다 가진 생각을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새로운 성공팔이의 출몰을 막으려면 언론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 이들의 장사는 법으로 제재할 수 있는 영역이 거의 없다. 언론이 적극 문제를 제기하고 사회에 널리 퍼뜨려 주어야 한다. 또한 유통 플랫폼은 이들의 진출 교두보가 되길 거부해야 한다. 출판사는 간단히 책을 유통해 이들 발언에 권위를 실어줘선 안 된다. 펀딩 플랫폼 또한 철저한 검증으로 수준 미만의 강연자를 걸러내야 한다. 가뜩이나 살기 퍽퍽한 요즘, 적어도 거짓말쟁이들이 자기가 속인 사람들 눈물로 먹고사는 꼴은 안 봐야 하지 않겠는가.

[천현우 작가·前용접 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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