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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 (일)

이 늦깎이 고교 졸업생들 표정이 말한다[금주의 B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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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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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기 싫어하는 것이 학생의 본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때가 되면 학년이 바뀌고, 졸업하고, 또다시 입학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충만한 해방감을 느끼며 방학하고, 어쩔 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이며 개학했다.

거의 평생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살아왔는데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거의 없다. 직업란에 ‘학생’ 대신 쓸 말이 없어졌을 때가 돼서야 “학교 다녀요”라는 한마디가 얼마나 나를 쉽게 설명해줬는지 깨달았을 뿐이다.

지난 27일 졸업한 일성여자중고등학교의 학생들은 순전히 공부하고 싶어서 학교에 왔다. 학교에 가는 대신 일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키웠다. 졸업생 대표는 연설에서 “배우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갈 길을 몰랐을 때 학교를 오게 됐다”고 했다.

학생들은 배우고 싶은 마음을 힘껏 펼쳤다. 알파벳부터 배워 길거리의 간판을 읽어내고, 노래하듯 구구단을 외웠다. 늦게 시작한 공부가 힘드냐고 누가 물으면 “힘들어야 공부한다”고 말할 정도로 즐겁게 배웠다. 고등학교 과정을 졸업한 239명은 모두 대학에 진학해 공부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 학생들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이 귀찮아질 날은 쉽게 오지 않을 것 같다.

사진·글 정효진 기자 hoh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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