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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4 (일)

[단독]보라매병원, 간호사에 ‘의사 업무 대신’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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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중순께 ‘인턴 업무 이관계획’ 문건 작성

진료 지원 인력 시범사업 이전 공지

간호사들 “처벌 받을까 걱정”

헤럴드경제

[보라매병원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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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보라매병원이 인턴 등 의사가 해야 할 일을 간호사에게 이관한다는 내용의 공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일손이 부족해지자 의사 업무의 일부를 간호사에게 맡긴 것인데, 이는 정부가 진료 지원 인력 시범 사업을 시행하기 전으로 불법의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간호사들을 중심으로는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보라매병원은 지난 2월 중순께 수간호사 등 관리자에게 의사 업무를 간호사가 전담케하는 업무 분장 내용이 담긴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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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병원이 공지한 ‘인턴 업무 이관계획’ 초안. 의사의 업무 등을 처치전담간호사와 병동 간호사가 맡도록 하고 있다. [보라매병원 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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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의 제목은 ‘인턴 업무 이관계획’이다. 이 문건은 간호부와 병원 측이 업무분장을 위해 작성한 초안인 것으로 확인됐다. 초안에 따르면, 인턴 의사의 업무인 튜브 세척(PCD, PTBD) 등, 중심정맥관(C-line) 제거, 기관절개관 객담체취, 복잡 드레싱 등을 PA간호사와 일반 간호사가 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간호계 관계자는 “의료법상 의사의 지도 감시 하에 간호사가 진료 보조 행위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이번 공지는 간호사에게 의사 업무를 전담토록 한 것이기 때문에 불법 의료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보라매병원 노동조합 관계자는 “전문성을 가지고 이뤄져야 하는 의료행위들이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행동으로 간호사들에게 이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조에서 공식적으로 병원 측에 문제제기를 했는데, 병원은 ‘(분장한) 업무들이 명확하게 의사의 업무라고는 볼 수 없다’는 모호한 대답을 했다”며 “이를 합법으로 볼 수 있냐고 물었더니 (병원 측에서) 답을 하지 못했고, 그렇다면 어떻게 간호사를 보호 해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답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27일부터 간호사에게 의사 업무 중 일부를 맡기고 그 범위는 병원장이 정하도록 하는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을 전면 실시했다. 보라매병원은 시범사업이 실시되기 이전인 2월 15일 공지됐다. 불법의 여지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지점이다.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간호사에게 업무가 전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간호사들은 법에 저촉돼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까지 이중고에 처해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전공의 80%가 파업에 참여했을 때 간호사들은 다양한 ‘의사 업무’에 투입됐는데, 이를 두고 후에 전공의들은 ‘간호사들이 불법 진료를 했다’면서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고소·고발을 진행하기도 했다.

대한간호협회의 ‘의료공백 위기 대응 현장간호사 애로사항 신고센터’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6시부터 23일 오전 9시까지 총 154건의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채혈, 동맥혈 채취 등의 검사와 수술 보조 및 봉합 등 수술 관련 업무, 병동 내 교수 아이디를 이용한 대리 처방 등의 진료를 요구받은 사례들이 확인된 바 있다.

보라매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간호사는 “처치 전담 업무 이관 관련 조치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합법적이지 않은 업무를 하라고 하니 병원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간호사는 “(의사 업무를 대신하면) 처벌 받을까 걱정이 된다”며 “환자 안전과 직원 보호를 위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하며,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이런 업무를 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라매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에서 명시적으로 간호사에게 위임이 금지된 행위 등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 행위를 간호사에게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임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또한 “법무법인에게 전공의 부재에 따른 비상상황 업무이관의 위법성 검토 결과에 따르면, 침습적 행위는 이관하지 않았고 환자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경우는 제외 조건으로 명시했으며, 대법원 판례로 명시적으로 금지된 행위에 대한 이관도 없었기 때문에 불법의 소지는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보라매병원이 최종적으로 공지했다는 ‘전공의 부재 시 업무 계획안’에 따르면, 초안에 비해 업무 범위의 요건이 명확히 기재돼 있었다. 가령 중심정맥관(C-line) 제거의 경우 ▷중환자실, 응급실 환자 제외 ▷봉합 및 발사가 필요한 환자 제외 ▷목 정맥, 쇄골 부위 제외 등의 조건을 달았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간호계 관계자는 “병원 현장에서는 의사의 업무와 간호사의 업무가 명확하지 않아 때로는 불법, 때로는 합법인 의료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며 “간호사 업무 규정을 명확히 해 간호사들의 안전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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