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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객관적 기록·자료 통해 이승만 재발견… 국민 공감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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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전쟁 뭐가 달랐나

심지연 명예교수 기고

조선일보

1960년 4월 23일 서울대병원을 찾아 4·19 부상 학생들을 위문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이승만 대통령. 영화 ‘건국전쟁’에서 많은 관객을 감동시킨 장면이다. /국가기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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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장안의 화제 두 가지를 들어보라고 한다면 단연 정치권 막전 막후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천 후일담과 함께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촉발한 이승만 대통령 재평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전자(前者)가 한국 정치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사라고 한다면, 후자(後者)는 한국 정치의 과거를 조망하는 관점으로 현재를 관통하고 미래로 이어지는 것이어서 전자 못지않게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미래는 ‘신(神)의 영역’에 가까운 것이어서 도사를 자처하지 않는 한 함부로 논해서는 안 된다는 게 본인의 지론이다. 그러나 과거는 각종 자료와 기록에 충실할 경우 어느 정도는 사실(史實)과 부합하는 논평을 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 상영되고 있는 ‘건국전쟁’은 기존의 편향적이고 비판적인 시각과는 달리, 긍정적인 시각에 기초한 것이어서 또 다른 논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의 새로운 자료와 기록을 수집하고 이를 반영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부분이 있고, 바로 이 점에 많은 시민이 공감하여 관객 100만명 넘는 흥행에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1950년 10월 30일 이 대통령이 위험을 무릅쓰고 평양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국군 입성 환영 평양 시민대회에 참석해 연설하는 모습으로 ‘건국전쟁’에선 언급되지 않았다. /기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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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이승만 대통령이 4·19 때 부상당한 학생들을 문병하며 울먹거리는 장면이라든지, 장제스(蔣介石) 총통에게 보낸 편지에서 학생들의 거사를 칭찬한 내용이라든지, 1954년 뉴욕에서의 환영 카퍼레이드라든지, 하와이에서 버려진 한인 소녀들을 데려다 교육을 시킨 일이라든지, 어려운 상황에도 6년 의무교육을 실시했다는 내용 등은 기존의 글이나 작품에서는 제대로 취급되지 않던 것이었다. 새로 발굴한 이러한 내용들이 관객의 심금을 울려 이 대통령을 재평가하는 계기를 부여했다고 본다.

보도에 따르면 건국전쟁의 후속작을 낼 것이라고 한다. 작품의 완결성과 객관성을 위해서는 기존의 일부 건설적인 비판의 수용과 함께 몇 가지 보완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이승만 박사는 귀국하기 전부터 좌우 양 진영으로부터 영수로 추대될 정도로 대중적인 지지가 높았는데, 이 점이 누락된 것을 들 수 있다. 우익인 한민당은 물론이고, 좌익 주도로 1945년 9월 6일 밤 선포된 인민공화국도 이 박사를 주석으로 추대했다. 이는 이 박사가 그만큼 독립운동에 투신했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했다는 중요한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조선일보

심지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정치학회장


또 하나는 1950년 10월 30일 이승만 대통령의 평양 방문 연설 누락을 들 수 있다. 이 대통령은 국군이 평양을 탈환하자 위험하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평양을 방문해 평양시청 발코니에서 당시 태극기를 들고 운집한 5만 평양시민을 상대로 연설하여 이들로부터 박수 갈채를 받았다. 전시 중 위급한 상황임에도 북한 동포에 대한 애정에서 평양을 방문한 사실은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건국전쟁’에서 아쉬운 점으로는 유사한 내용의 증언이 반복되는가 하면, 동일인이 자주 등장하여 다큐로서의 긴박감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다양한 인사들을 등장시키고 생존해 있는 4·19 주역들에 대한 인터뷰가 이루어졌더라면, 더욱 현장감 있는 다큐가 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들 주역 대부분이 부정선거를 규탄하고 항의하는 데 앞장섰지만, 건국과 자유민주주의 도입에 기여한 이 박사의 공로는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기에 더욱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유일하게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국가로 성장했기에, 국민 대부분이 이제는 고난의 연속이었던 현대사를 극복한 데 대한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가에 대한 이러한 자부심과 국민적 노력에 대한 자존감이 우리도 외국처럼 국부(國父)가 있어야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했고, 오늘날 이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이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졌다고 본다.

[심지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정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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