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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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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서도 "이대로면 '꼰대남 공천' 된다"…청년·여성 후보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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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인재 영입 환영식에서 김효은 EBSi 영어강사에게 당 점퍼를 입혀주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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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여성 인재, 유능한 정치 신인의 적극적인 발굴과 등용에 매진하겠습니다.”

지난달 16일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의 첫 공관위 회의 주재 당시 발언이다. 그는 “국민 여러분, 두고 바라봐 달라”는 말도 했다. 정치 취약계층을 적극적으로 공천하겠다는 그의 약속은, 그러나 현재까지의 결과만 봤을 땐 낙제점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일보가 27일 현재까지 진행된 국민의힘 공천 결과를 분석했다. 지역구 253곳 중 절반을 조금 넘는 133곳의 후보가 확정된 가운데, 여성은 모두 12명(9%)으로, 10명 가운데 채 1명이 안 된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여성 공천 비율인 11.1%(235명 중 26명)에도 못 미쳤다.

청년 공천 비율 격차는 더 크다. 133명 가운데 30ㆍ40대는 18명(13.5%)에 불과하다. 지난 총선 때 19.6%였던 점을 고려하면 보수 진영 정치 취약 계층의 국회 입성이 더 어려워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앙일보

김주원 기자


공천을 확정 지은 신인 상당수가 험지로 향한 것도 특징이다.

이성심(서울 관악을)ㆍ이수정(경기 수원정)ㆍ김효은(경기 오산)ㆍ김민서(전북 익산갑)ㆍ박정숙(전남 여수갑) 등 총선 출마 경험이 없는 여성들은 험지에 도전장을 낸 반면, 나경원(서울 동작을)ㆍ윤희숙(서울 중-성동갑)ㆍ배현진(서울 송파갑)ㆍ조은희(서울 서초갑)ㆍ김미애(부산 해운대을) 등 전ㆍ현직 의원 다수가 당 강세지역 또는 격전지에 공천을 받았다.

서울 열세지역은 전상범(강북갑)ㆍ박진웅(강북을)ㆍ이승환(중랑을)ㆍ이상규(성북을)ㆍ김재섭(도봉갑) 등 30ㆍ40대 청년들이 총대를 멨다. 박은식 비대위원은 보수 불모지인 광주 동남을에 나선다.

정치권에선 청년ㆍ여성의 공천 비중이 낮은 것은 국민의힘의 이른바 시스템 공천에 따른 ‘현역 불패’ 경향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안 및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안) 표 단속 및 제3지대 이탈을 막기 위해 현역 물갈이를 최소화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정치 신인의 등용문이 좁아졌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김주원 기자


현역 의원 상당수가 본선 재도전 기회를 가지면서 공천 확정자의 평균 연령도 58.3세로, 최근 10년 새 가장 고령화됐다. 20대 총선 당시 56.3세였던 새누리당 공천자의 평균 연령은 21대 총선 때 55.8세로 0.5세 젊어졌다가 이번에 다시 늘어난 것이다. 당에선 “이대로 가다간 ‘꼰대남’ 공천 소리를 듣게 될 것”(수도권 의원)이란 자조의 목소리가 나온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정치 신인이 인지도와 조직이 강점인 현역의 벽을 넘긴 어렵다”며 “쇄신을 위해 공관위의 인위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공관위에서도 청년ㆍ여성의 공천을 늘려야 한다는 내부 논의가 활발하다고 한다. 당 강세지역에 오디션 방식의 국민추천제 도입을 검토하는 주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공관위 관계자는 “국민추천제를 시행하게 되면 훌륭한 정치 신인을 서울 강남권이나 영남에 전략공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공천 쇄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엔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제가 (총선에) 안 나간다. 윤희숙 의원이 멋진 승부를 위해 뛰고 있고, 장제원 의원과 김무성 전 대표는 불출마했다”며 “굉장히 많은 (쇄신) 포인트가 있는데, 앞부분을 잊어버리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특정한 집단을 쳐내는 식의 피를 보는 공천은 이재명 대표가 하고 있는 거다. 그걸 바라시나, 그게 정상적 정치인가”라며 “정당 시스템을 통해 사심 없이 공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공천은 제가 관할하고 책임도 제가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충남 아산갑이 지역구인 4선 이명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사심을 버리고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개혁ㆍ혁신의 대상이 되겠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울 영등포을 경선 대상이던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도 “지역구 후보의 조속한 확정과 총선 승리를 위해 박용찬 후보 지지를 선언한다”며 경선 불참 의사를 밝혔다. 여권에선 선거구 획정에 따라 2개에서 3개로 지역구가 나뉘는 부산 북갑ㆍ을, 강서 중 한 곳에 이 지역 출신이자 국무위원을 지낸 박 전 장관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전 의원은 부산 북-강서갑에서 18ㆍ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김기정·전민구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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