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200만 돌파 ‘파묘’…오컬트 장인 장재현 감독의 '한반도 치유 오컬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영화 '파묘' 나흘만에 200만돌파

해석 열풍 불며 파죽지세 흥행

'검은 사제들' '사바하' 장재현 감독

오컬트에 식민 역사 잔재 버무려

"우리 땅 트라우마 파묘하고파"

중앙일보

영화 '파묘'(22일 개봉)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를 그렸다. 사진 쇼박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침체된 극장가에 “겁나 험한” 영화가 나왔다.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가 개봉(22일) 나흘만에 229만 관객을 동원했다. “뭣이 중헌디”란 대사를 유행시킨 680만 흥행작 ‘곡성’(2017)과 같은 속도다. 천만영화 ‘서울의 봄’보다는 이틀 빠른 200만 돌파다. “사전 예매율이 엄청나다. (차주 개봉작 ‘듄’으로 내한한 할리우드 배우) 샬라메가 쫄 것 같다”던 주연배우 최민식의 자신감이 현실이 됐다. 지난 25일 폐막한 베를린 국제영화제 포럼 부문 초청 후 겹경사다.

상업 데뷔작 ‘검은 사제들’(2014, 544만 관객)에서 가톨릭 구마의식, ‘사바하’(2019, 239만 관객)에서 신흥종교 비리를 파헤친 ‘오컬트 장인’ 장재현(43) 감독이 ‘파묘’에서 다시 전공 분야를 살렸다. 미국 LA의 갑부집 후손 박지용(김재철)의 의뢰로 조부 묘 이장에 나선 풍수사 상덕(최민식), 장의사 영근(유해진), MZ 무당 화림(김고은)‧봉길(이도현)이 주인공이다. “묘 하나 잘못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상덕) 잘 아는 이들이 박씨 집안에 대물림된 악운을 끊으려다, 한반도 정기를 끊어 놓은 초자연적 존재인 ‘험한 것’과 맞닥뜨린다.



영화 해석 열기…최민식 "한반도 상처 치유"



첫 주말부터 유튜브‧SNS 등에선 영화 속 요소에 대한 해석 열기가 뜨겁다. 일제 강점기, 일제가 한국 땅에 쇠 말뚝을 박아 풍수지리적 맥을 끊으려 했다는 가설과 함께다. 최민식도 지난 22일 인터뷰에서 “대사로 나온 위도‧경도 숫자를 맞추면 (한반도) 허리 지점”이라며 “한반도 기운을 끊는 주술적 행위를 뽑아내 상처를 치유한다는 게 영화의 정서”라고 설명했다. 네 주인공의 이름이 김상덕‧고영근‧이화림‧윤봉길 등 실존 독립운동가와 같은 데다, 영근의 장의사 간판 ‘의열 장의사’가 항일 무장단체 의열단을 연상시킨다는 관객 풀이도 나왔다.

중앙일보

영화 '파묘'(22일 개봉)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를 그렸다. 사진 쇼박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각본을 겸한 장 감독은 인터뷰에서 “풍수사들과 땅의 가치를 얘기하다 보면 매번 ‘쇠침’에 다다랐다. 우리 땅에 과거 상처와 트라우마가 많은데 발톱의 티눈을 뽑듯 파묘해 버리고 싶었다”면서도 “반일(反日)은 안 도드라지게 하려 했다”고 말했다.

캐스팅에 대해 “최민식 배우는 한국 대표 아버지이자 ‘라스트 맨 스탠딩(최후의 생존자)’ 같은 이미지가 영화와 맞았다. 시원찮은 묫자리에 십원 짜리 동전을 던지는 장면에서 동전 색깔이 잘 안 보여 이순신 장군이 그려진 백원 짜리로 바꿔서 찍었는데 그때서야 ‘명량’ 느낌이 있겠구나 떠올렸다”면서 “김고은 배우도 또래 중 대안이 없었다. 기독교인으로 알고 있어서 조심스럽게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파묘 과정을 그린 전반부와 ‘험한 것’과 싸우는 후반부로 나눠 중간에 2초 가량 적막 장면으로 영화를 끊어간 건 “이야기의 주제와 형식을 맞춘 작가적 욕심”이라고 밝혔다.



100년 묵은 묘 이장서 영감…"'파묘'는 전문가들 이야기"



중앙일보

영화 '파묘'(22일 개봉)에서 배우 이도현(맨오른쪽)은 무속인 화림(김고은)의 제자이자 경문을 외고 북을 치는 무당이다. 몸에 불경문을 문신으로 새기고 캐주얼한 의상을 즐겨 입는 MZ 모습으로 전문적인 무속 행위들을 펼쳐낸다. 사진 쇼박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파묘’는 장 감독이 어릴 적 고향 경북 영주 뒷산의 100년 된 무덤에서 굿판과 함께 묘를 파내는 걸 보고 충격 받은 기억에서 출발했다. 기독교 신자지만, 종교의 경계를 넘나들며 무속 신앙에 우리 역사‧사회상을 녹여낸 그다.

‘검은 사제들’에선 구마 의식의 배경 지식부터 소개했고, ‘사바하’에선 종교 비리 폭로 전문 목사를 주인공으로,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다고 보는 불교 교리와 기독교적 세계관을 펼쳐냈다. ‘검은 사제들’에선 가톨릭 사제 캐릭터를 무속의 세습무‧강신무 이야기를 풀어내 만들었다. ‘파묘’는 “무속신앙의 피날레”로, “아껴뒀던 무속 아이디어와 퍼포먼스를 쏟아냈다”는 설명이다.

‘파묘’ 시나리오는 캐릭터를 강조한 ‘검은 사제들’, 숨은 단서를 찾아가는 서사 중심의 ‘사바하’를 절충해 완성했다. “코로나를 계기로 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화끈하고 체험적인 영화로 방향을 틀었다”는 장 감독은 “정통 공포영화라면 의뢰인 박지용이 주인공이어야 하는데 ‘파묘’는 전문가들이 파헤쳐 가는 이야기”라고 했다.



감독 "파묘 속 굿 '멋' 아냐", 김고은 무속인에 자문



중앙일보

영화 '파묘'(22일 개봉)는 지난 25일 폐막한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도 초청됐다. 베를린영화제용 포스터에는 영화 속 초현실적 존재의 모습도 포함됐다. 사진 쇼박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파묘’에선 묫자리에 탈이 나 후손에 해가 미치는 걸 뜻하는 ‘묫바람’, 관 아래 관을 묻는 ‘첩장’ 등 전문 용어가 나온다. 돼지나 소를 잡아 제물로 바치는 ‘대살굿’, 신체를 떠난 혼을 불러들이는 ‘혼 부르기’, 빙의된 존재를 속여 정보를 캐내는 ‘도깨비 놀이’ 등 잘 알려지지 않은 무속 개념을 정교하게 그렸다.

장 감독은 “대살굿 할 때 화림이 칼로 몸을 긋고 얼굴에 숯을 바르는 것은 ‘내게 신이 들어왔나. 내가 지금 안전한가’ 확인하는 행위다. 굿 도중 피를 먹는 것도 몸에 들어온 신에게 밥을 드리는 것”이라며 “기존 작품들에선 무속 장면을 그냥 ‘멋’으로 찍을 때가 많은데, ‘파묘’에선 행위의 목적을 정확히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고은도 무속인과 수시로 연락하며 굿 영상을 보고 수차례 리허설을 거쳐 “어설픔이 티 나지 않게” 찍었다고 했다.



CG 없이 만든 도깨비불…"깔끔한 재미"VS"귀신 실체 몰입 방해"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험한 것’의 실체도 미스터리에 머물지 않는다. 실제 배우 및 농구 선수의 신체‧목소리를 동원해 명확히 구현했다. 밤하늘을 밝힌 거대한 도깨비불도 CG(컴퓨터그래픽)이 아닌, 가스 호스를 크레인으로 끌어올린 뒤 불을 붙여 구현했다. 주인공들이 '험한 것'에 맞서는 대결신은 오컬트적 공포보다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 장면으로 다가온다.

“무섭고 답답한 것, 뒷맛이 개운치 않은 공포는 싫어한다”는 장 감독이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다. 그 때문에 “공포영화보다는 괴수물에 가까워졌다”고 그는 자평했다. 관람객의 호불호가 확연하게 갈리는 것도 이 대목이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 관람객 평균 만족도는 95%로, “찝찝함 없이 깔끔하다” “무서운 것 없이 재밌다”는 호평이 “귀신의 실체가 뚜렷해 몰입을 방해한다” “스토리가 처진다”는 평가와 엇갈린다.

‘파묘’로 연기 인생 35년 만에 첫 오컬트 영화에 도전한 최민식은 “몸 사리지 않은 장 감독의 패기가 좋았다”면서 장 감독을 ‘사령관’, 자신을 ‘졸병’으로 지칭할 만큼 연출가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