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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윤 대통령 ‘양심고백 영상’, 경찰 요청→방심위 긴급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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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다시 뛰는 원전산업 활력 넘치는 창원·경남’을 주제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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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23일 에스엔에스(SNS)에서 번지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연설 짜깁기 영상을 차단하기로 의결했다. 과잉 대응이자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허위 조작에 대해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나섰다.



방심위는 이날 오전 긴급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를 열어 지난해 ‘가상으로 꾸며본 윤 대통령 양심고백 연설’ 등 관련 영상 23개에 대해 ‘현저한 사회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영상’으로 판단하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틱톡 등에 접속 차단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날 통신소위 회의에는 여권 추천 위원 4명만 참석했다. 전날 경찰이 방심위에 공문을 보내 해당 영상물에 대한 삭제 및 차단을 요청하자, 방심위는 즉각 긴급심의를 개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에스엔에스에서 공유되고 있는 이 영상물엔 윤 대통령이 등장해 “저 윤석열은 상식에서 벗어난 이념에 매달려 대한민국을 망치고 국민을 고통에 빠뜨렸다”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대선 후보 시절 연설했던 영상을 짜깁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어 “최고 권력자의 심기를 거스르면 입을 틀어막고 듣고픈 말만 들으려는 정권을 향한 비웃음과 조롱을 담은 편집 영상이 에스엔에스에서 확산되자, 경찰과 방심위 등은 이를 ‘사회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며, 부랴부랴 접속 차단 조치를 취하는 과잉 대응 호들갑을 떨고 나섰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풍양속을 해치고 사회 혼란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국가권력이 장발과 치마 길이를 단속하고, 영화 필름에 가위질하고 언론 보도를 검열하던 군사독재 시절의 망령이 2024년에 현실로 소환되는 시대착오 그 자체”라고 했다.



반면,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설령 가상이라고 표시했다 해도, 가상 표시를 삭제한 편집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으므로 허위 정보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당위성에 비춰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며 “향후 이 같은 허위 조작 영상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해당 영상물에 풍자적 성격이 있다고 짚은 보도를 겨냥해 “일부 매체에서 사실과 다른 허위 조작 영상을 풍자 영상으로 규정하거나 (영상에) 가상 표시가 있어서 괜찮다는 등으로 보도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가짜뉴스를 근절해야 하는 언론의 사명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언론노조는 특히 “영상 제작자가 ‘가상으로 꾸며본~’이라고 미리 밝혔는데 이를 대체 풍자 아닌 무엇으로 말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했다. 이어 “단순 풍자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으니 접속 차단 명분을 만들기 위한 과잉 행정이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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