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이은 2번째 실패에 핵 억제력 의문…"우려스러워"
국방부 장관 예외상황 치부...의회 서면자료에 '효과 재확인'
HM 해군기지 클라이드에 있는 영국의 4대 핵탄두 탑재 잠수함 중 하나인 뱅가드급 잠수함 HMS 비질런트.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 해군 잠수함에 탑재된 ‘트라이언트’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가 2차례 연속으로 실패하자 영국 핵 방어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기준 BBC와 더선, AP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영국 국방부는 지난달 30일 비무장 미사일 시험 발사를 실시했지만 미사일에 부착된 보조 로켓에 문제가 생겨 발사체가 궤도에 진입조차 하지 못하고 인근 바다로 추락했다.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부 장관도 당시 미사일 시험 발사에 참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섑스 장관은 트라이던트 잠수함과 미사일, 핵탄두에 대해 "절대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미사일 시험 발사 실패는 영국은 물론이고 미사일 제조국인 미국 양쪽 모두에게 당혹스러운 일이다.
트라이던트는 핵무기 시스템으로 영국이 보유한 핵 억제력의 일부다. 영국이 핵 공격을 받으면 적에게 보복을 가할 수 있다는 논리를 담은 ‘상호확증파괴(MAD)’ 전략 개념으로도 알려져 있다.
영국 하원도서관 보고서에 따르면 트라이던트 시스템 비용은 125억2000만 파운드(약 22조 원)에 달한다. 연간 운영 비용은 영국 전체 국방 예산의 약 6%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트라이던트 미사일에 대한 실험은 영국 내에서 드물게 이뤄지는 편이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인데 미사일 한 발당 약 1700만 파운드(약 286억 5000만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에 진행됐던 실험도 미사일이 궤도를 이탈하면서 실패로 끝났다. 당시 발사된 미사일에는 핵 탄두가 장착돼 있지 않았다.
지난 1월 비무장 시험 미사일을 발사할 당시 섑스 국방부 장관과 해군 수뇌부 모두 핵추진 잠수함인 HMS 뱅가드호에 탑승하고 있었다.
섑스 장관은 의회에 제출한 서면 자료를 통해 "지난 1월 30일 미사일 시험 발사 도중에 이상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했지만 트라이던트는 세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무기 시스템"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시험 발사는 정부가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핵 억제력 효과를 재확인했다"면서 "핵추진 잠수함과 승무원은 성공적으로 시험을 마쳤고 계획대로 작전 주기에 다시 합류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번에도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했지만 이는 특정 사건에 국한된 것이고 광범위한 트라이던트 미사일 시스템과 비축량의 신뢰성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며 "트라이던트는 여전히 효과적이고 신뢰할 수 있으며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발사된 비무장 미사일은 브라질과 서아프리카 사이의 대서양에 착륙하기 전에 수천 마일을 비행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미사일은 발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발사장 인근 바다로 떨어졌다.
더선데이타임즈에 따르면 트라이던트2 D5 미사일은 3700마일(약 5954km) 떨어진 아프리카 서부 해안의 해상을 표적으로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도중에 미국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에 존 힐리 노동당 예비내각 국방장관은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현 국방장관은 이번 미사일 시험 발사가 영국의 핵 억제력 작전 효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의회에 확신시키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국민당(SNP) 대변인 마틴 도처티 휴스 하원의원은 "수 백억원에 달하는 무기 실험의 두 번째 실패"라며 "영국 정부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할 부끄럽고 충격적인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영국에서 1957년부터 핵군축 캠페인을 벌여온 풀뿌리 시민단체 CND는 이번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 "돈만 비싼 실패"라며 "우리는 더 이상 이런 일에 돈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누리꾼들도 이같은 소식을 접하고는 "국방부가 트라이던트를 세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무기 시스템이라고 명시한 것은 풍자 그 이상이다", "미사일 시험 발사가 실패할 경우에는 영국 정부가 아닌 제조업체(미국)가 전적 부담해야 한다", "국가의 상황을 요약한 것 같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tigeraugen.cho@gmail.com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