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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사설] 선 넘은 집단행동, ‘법 위의 의사’를 꿈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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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료계 집단행동에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어제 “불법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주동자와 배후 세력은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겠다”고 했다. “재판 회부”, “수사 역량 총동원” 등의 강력한 어휘도 구사됐다. ‘강 대 강’ 충돌 국면이다.

전공의 집단행동은 선을 넘어섰다. 주요 100개 수련병원이 줄사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사직서를 앞세운 위력 과시다. 정부는 앞서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진료 유지 등의 명령을 내렸다. 의사면허 정지나 취소도 거론했다. 하지만 근무지 이탈자들은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 의대생들도 집단 휴학으로 세 불리기에 동조하고 있다. 다들 ‘법 위의 의사’를 꿈꾸는 모양이다.

의사 집단이 의대 정원 증원을 반기지 않을 순 있다. 하지만 환자 곁을 떠나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과거 의료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역대 정부가 번번이 무릎을 꿇은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번 집단행동 또한 2020년 문재인 정부의 400명 의대생 증원 추진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잘못을 더 반복해선 안 된다. 집단반발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아무리 크다 해도 국민 후생과 국가 미래보다 더 중요할 순 없다. 의료 개혁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란 각오로 법과 원칙에 따라 임해야 한다.

현실적 고충은 의료 현장의 피해가 없을 수 없다는 점이다. 아킬레스건이다. ‘빅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성모병원)은 30~50% 수술을 줄였다. 암 수술마저 미뤄진다. 외래 진료도 취소·연기 중이다. 필수의료의 핵심인 수술, 응급실, 당직 업무 등을 맡는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의료 공백 체감도는 더 크다. 불법 행동에 대한 법적 대응과 별개로 이런 현실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구해야 한다. 다수 국민이 고통과 불편을 기꺼이 분담할 수 있도록 소통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민의 전폭적 응원이 없다면 의료 공백 장기화는 결코 견딜 수 없는 대참사가 되고 만다.

차제에 의사 집단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해묵은 규제들을 테이블 위에 펼쳐 놓고 전반적 개혁을 추진할 필요도 있다. 전공의가 현장을 등지면 의료체제가 마비되는 기형적 구조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정부가 비상대책으로 내놓은 PA(진료보조) 간호사 활용 방안부터 더 심도 있게 들여다볼 일이다. PA 간호사는 수술·시술에 참여하고 의사 처방을 받아 진단, 치료 등도 한다. PA 간호사가 없으면 의료 현장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런데도 현행 의료법에선 설 자리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간호법안에 대해 지난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의사 집단반발 등을 우려했겠지만 지금은 180도 다른 상황이다.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비대면 진료의 상시적 허용 등도 더 망설일 이유가 없다.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선 보편화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 팬데믹 때 효능이 입증됐다. 그런데도 의사 집단 등은 여전히 반대한다. 왜 불합리한 반대 때문에 계속 발목이 잡혀야 하나. ‘법 위의 의사’를 꿈꾸는 집단에 대한 훈계 차원에서라도 전면 허용 공론화에 나서야 한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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