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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2 (월)

[단독] 이순신 판옥선 복원하는 보령시... 계약 대행사 선정 '석연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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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옥선 제작업체 현황 파악도 못해 유찰
용역업체가 심사위원 적정성 검토까지
"공무원 업무를 용역사에 맡겨 혈세 낭비"
한국일보

충남 보령시청 전경 보령=윤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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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시가 조선 주력 군함인 판옥선 복원 사업을 추진하면서 선박 제작 업체 선정을 계약부서가 아닌 특정 민간 용역업체에 맡겨 뒷말이 무성하다.

21일 보령시에 따르면 총 51억 8,000만원을 들여 판옥선을 원형대로 복원해 선체 내부에 역사교육과 선박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전시물을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보령시는 판옥선 제작 업체 선정을 계약 부서가 담당하는 일반적인 방식을 따르지 않고, 민간 업체가 맡도록 용역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세종시에 있는 A연구원이 2,200만원의 수의 계약을 통해 판옥선 제작업체 심의 기관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판옥선 제작 업체 선정 작업은 처음부터 어그러졌다. 지난 6일 마감한 제작 업체 선정 입찰에 한 개 업체만 참여해 계약이 자동 유찰된 것이다. 이를 두고 시 안팎에서는 계약 용역을 맡은 A 연구원이 판옥선 제작 업체 현황 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무리하게 입찰을 추진한 결과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A연구원의 용역에 따라 보령시는 판옥선 제작 업체 참여자격 기준을 '최근 5년 이내 1건당 15억 원 이상 조형물(판옥선 형태에 한함)로서 공공기관, 민간기업 등에서 발주한 제작·설치 실적이 있는 업체'로 국한시켰다. 문제는 이런 기준이 지나치게 높아 실제 응찰할 수 있는 업체가 극소수라는 점이다. 판옥선을 제작한 사례는 10여년 전인 전남 해남군(2010년)과 경남 통영시(2011) 등 두 차례로, 보령시의 기준을 맞출 업체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보령시는 입찰 참가업체의 자격 기준을 완화해서 새로운 입찰 공고를 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번 입찰에 참여한 업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판옥선 설계부터 고증, 제안 발표 자료까지 수천만 원이 들었는데, 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이 비용을 그대로 날릴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보령시가 난도가 높은 사업이 아닌데도 계약 부서를 배제한 채 민간 용역업체에 심사위원 구성을 맡긴 배경을 놓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시는 선박 제작 관련 대학이나 기관으로부터 30여 명의 심사위원을 추천받아 이들 중 7명을 심사위원으로 뽑을 계획인데, 심사위원 구성의 적정성 여부를 A연구원이 결정한다.

이 같은 계약 방식을 놓고 공직 내부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남의 한 지자체 감사 부서 담당자는 "과업 내용이 일반적이어서 계약 부서 공무원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인데도 민간 용역업체에 맡긴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업체 선정이 무산되면서 수천만원의 혈세를 낭비하고 사업도 상당 기간 늦어지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구기선 보령시 부시장은 "판옥선 제작 업체 선정을 보다 공정하게 처리하려고 민간 용역업체에 맡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판옥선은 임진왜란 때 조선 해군의 주력 전투선으로 맹활약해 왜적을 물리친 일등 공신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순신 장군도 명량해전, 노량해전 등 주요 전투에서 판옥선을 타고 싸움을 지휘했다. 판옥선은 포격전과 원거리 공격에 능하고, 적선을 충돌로 파쇄할 수 있는 견고함을 자랑한다. 보령시는 판옥선을 실물 크기로 제작해 오천면 소성리 옛 충청수영성 주변에 조성하는 해상공원에 설치할 계획이다.

한국일보

400여년 전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의 주력 전투선인 판옥선. 한국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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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권 기자 yhknew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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