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에서 연장 전반 손흥민이 프리킥 역전골을 넣고 이강인과 기뻐하고 있다. 알와크라=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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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전력에서 역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32·토트넘)이 팀 막내급이자 갈등의 중심에 섰던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의 사과를 받아들이면서 다시 '원팀'으로 돌아갈 계기를 마련했다. 반면 이번 사태 내내 수수방관적 태도를 보인 대한축구협회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1일 손흥민과 이강인은 각각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화해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강인은 프랑스에서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손흥민에게 직접 사과했다고 밝혔고, 손흥민은 이강인을 포용하며 후배를 용서해 달라고 당부했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준결승을 앞두고 손흥민과 이강인이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는 사실이 지난 14일 세상에 알려진 후 일주일 만에 이뤄진 화해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두 사람의 충돌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특히 TV 예능 '날아라 슛돌이'를 통해 어릴 적부터 친근한 이미지였던 이강인이 선배이자 주장인 손흥민의 지시를 거스르는 등 행위는 이른바 '하극상 논란'으로 확산돼 후폭풍이 거셌다. 축구 팬들은 이강인을 향해 "국가대표 영구 퇴출" "아시안게임 금메달 박탈" "군입대 해라" 등 비난을 쏟아냈다. 이강인이 지난 15일 SNS에 "좋지 못한 모습 보여드려 죄송하다"며 사과문을 올렸지만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축구 팬들은 사과 방식 등을 꼬집으며 "제대로 사과하라"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이강인은 갈수록 사면초가에 몰렸다. 급기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16일 클린스만 전 감독의 경질 관련 기자회견에서 "(해당 선수들을) 소집하지 않는 징계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추후 차기 대표팀 감독이 선임되면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손흥민이 2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강인과 어깨동무를 하고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손흥민 SNS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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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강인은 런던으로 손흥민을 직접 찾아가 진심어린 사과를 전했고, 손흥민이 통 크게 받아주면서 이번 사태는 일단락된 모양새다. 이강인은 "(손)흥민이 형을 직접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긴 대화를 통해 팀의 주장으로서의 짊어진 무게를 이해하고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며 "런던으로 찾아간 저를 흔쾌히 반겨주시고 응해주신 형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그날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절대로 해선 안 될 행동이었다. 이런 점들에 대해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손흥민은 이런 후배를 포용했다. 이강인과 어깨동무하며 활짝 웃는 사진을 게재해 화해했음을 알렸다. 손흥민은 "(이)강인이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나를 비롯한 대표팀 모든 선수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했다. 그가 보다 좋은 사람,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보살펴 주겠다"면서 "(이)강인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달라. 대표팀 주장으로서 꼭 부탁드린다"고 축구 팬들에게 후배를 포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단 두 사람의 극적 화해로 선수단은 봉합된 분위기다. 다음 달 18일 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2연전(21일, 26일)도 무리 없이 치러질 전망이다. 결국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을 앞두고 선수들끼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오히려 축구협회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축구협회는 두 선수의 충돌이 영국 매체 더 선에 보도됐을 당시 즉각적으로 인정해 논란을 키웠다. 또한 내부적으로 추가 폭로까지 나오면서 축구 팬들의 강한 질타도 받았다. 하지만 대표팀의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빈축을 샀다. 축구 팬들도 "축구협회가 손 안 대고 코 풀었다"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축구 국가대표 출신 한 선수는 "어린 선수에게 모든 짐을 떠 넘긴 듯했다. 축구협회에 문제 해결을 위한 시스템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아 보였다"고 지적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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