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산대병원 교수협의회가 간호사 파업 때 쓴 글. 사진 연합뉴스 |
지난 20일부터 전국 대학병원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 공백이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7개월 전 간호사 파업 때 부산대병원 의사들이 쓴 글이 주목받고 있다. 당시 의사들은 간호사들에게 “환자를 위해 병원으로 되돌아와 달라”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이에 전공의를 비롯해 이번 집단행동에 관여한 의사들이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부산대병원 교수협의회는 지난해 7월 간호사 파업 때 ‘부산대학교병원의 동료분들께’라는 제목의 글을 원내 곳곳에 붙이며 간호사에게 업무 복귀를 요청했다. 당시 간호사들이 주축인 전국보건의료노조가 파업을 선언하자, 부산대병원 노조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내세우며 전국 병원 중 최대 규모로 파업할 때다.
교수협의회는 당시 대자보에서 “이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지 못함에 답답함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 “수많은 환자분이 수술·시술과 항암 치료 등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기다리고 계신다”고 적혔다. 이어 “우리 부산대학교 병원은 동남권 환자에게 최후의 보루로 선천성 기형, 암, 희소 질환 등 어려운 질병으로 고통받으시는 분들의 희망”이라며 “하루속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진료와 치료를 간절하게 기다리시는 환자분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글에 대해 부산에 사는 신모(53·여)씨는 “간호사 파업 때 의사들이 환자를 위해 돌아와 달라고 해 놓고 이번에는 자기들이 환자를 볼모로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의사의 사명감을 팽개친 행동이다”고 말했다. 양산에 사는 이모(55)씨는 “의사들이 간호사 파업 때는 틀렸다고 한 행동을 지금 자신들은 바르다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당시 의사 집단 스스로가 했던 말을 곱씹어 보면서 하루빨리 환자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집단 행동을 시작한 20일 오전 부산 서구 부산대학교병원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대국민 호소문이 부착돼 환자들이 살펴보고 있다. 송봉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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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등 의료기관·복지시설 노동자들이 가입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지난 18일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 집단행동 움직임을 비판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의대 증원에 맞선 의사 집단 진료중단은 국민 생명을 내팽개치는 비윤리적 행위”라면서 “국민이 나서서 진료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를 살려야 할 의사들이 대화를 통한 해법을 찾으려 하지 않고, 정부를 굴복시키겠다며 집단으로 진료를 중단하는 것은 반 의료행위로서 의사 윤리강령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부산·양산=위성욱·안대훈 기자 we.sung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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