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초를 담는 데 쓰인 투명 플라스틱 용기는 일반 플라스틱으로 배출해야 한다. 〈사진=이지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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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변경된 분리배출표시 지침이 본격적으로 시행됩니다.
기존에는 '페트병'으로 하나로 표시되던 것이 앞으로는 '무색페트', '플라스틱' 등으로 세분화됩니다.
세분화된 분리배출 지침에 따라 '페트'로 분류되던 포장재가 '무색페트'와 일반 '플라스틱'으로 나뉜다. 〈사진=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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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이전보다 분리배출 표시가 더 세분화되고 복잡해진 겁니다.
지침 개정안은 지난 2022년부터 시행됐지만 정부는 업체들의 제조 여건 등을 고려해 유예기간을 두고, 2024년부터 제조되는 모든 상품에 대해 바뀐 지침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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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PP·HDPE' 제각각인 플라스틱 재질…뭘 어떻게 버려야 하나
━바뀐 분리배출 표시 지침에 따라 용기의 재질과 펌프 등 각 구성품의 재질, 배출 방식이 적혀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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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을 분리배출하려면 안의 내용물을 모두 비운 뒤 물로 헹궈내야 합니다. 이후 필름은 떼서 비닐로 버리고 나머지는 플라스틱으로 배출하면 됩니다.
바뀐 분리배출 표시 지침에 따라 용기의 재질과 펌프 등 각 구성품의 재질, 배출 방식이 적혀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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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펌프 부분은 플라스틱과 금속 스프링 등이 섞여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를 하나하나 분리해 버리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펌프는 '종량제 배출', 즉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합니다.
PET·HDPE·LDPE·PP·PS·OTHER 등 그 종류만 해도 11가지에 이릅니다. 기억해야 하는 건 어떤 종류든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하면 된다는 겁니다.
용기처럼 재질이 단단한 건 '플라스틱'으로, 필름이나 시트 형태의 얇은 라벨은 '비닐'로 배출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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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페트'는 모두 투명 페트병으로 버린다?
━그렇다면 '무색페트' 표시가 있는 용기는 모두 투명 페트병으로 분리배출하면 되는 걸까요?
아닙니다. 투명페트병으로 분리배출하는 대상은 오로지 생수와 음료수병뿐이죠. 식용유, 식초, 간장 용기는 투명 페트병이 아닌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해야 합니다.
투명 페트병은 잘 재활용하면 다시 페트병으로 만들거나 식품 용기로 만들 수 있습니다. 페트병을 잘게 부순 뒤 이를 고품질 섬유로 만들어 옷과 신발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간장이나 식용유 등을 담았던 용기는 내부 이물질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워셔액을 담는 용기도 투명 페트병이지만 역시 일반 플라스틱으로 배출해야 한다. 〈사진=이지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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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는 물과 음료를 담았던 투명 페트병만 따로 분리배출하고, 나머지 투명 페트병· 유색 페트병은 모두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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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불가능' vs '재활용 어려움'
━재활용이 불가능해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는 뜻의 분리배출 표시. 〈사진=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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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바뀐 분리배출 표시지침 중에는 위 사진과 같은 표시도 있습니다.
이는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제품이 여러 재질로 구성됐는데, 이 재질들을 따로 분리할 수 없을 때 쓰는 표시죠.
예를 들어 스프레이 방식의 기름 용기는 주로 알루미늄 재질로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스프레이 부분은 플라스틱이죠. 둘은 분리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소재로 종량제 봉투에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합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멸균팩에 '재활용 어려움' 표시를 하기로 했다. 이는 재활용이 안 된다는 뜻이 아닌 재활용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사진=이지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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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닙니다. '재활용 어려움'은 재활용이 되는 소재이지만, 재활용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멸균팩에 '재활용 어려움' 표시를 하기로 했습니다.
멸균팩은 따로 분리배출하면 핸드타월 같은 휴지로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재활용되는 비율은 높지 않죠. 멸균팩 자체가 많이 모이지 않는 데다, 재활용 업계에서도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재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재활용 어려움' 표시를 통해 소비자에게 멸균팩이 제대로 재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정보를 알리는 한편, 관련 업계에는 재활용률을 높이라는 압박감을 주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재활용 어려움'이 쓰여 있더라도 일반 쓰레기로 버리지 말고 소재에 맞게 분리배출해야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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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복잡한 건 소비자 몫…"단순하게 바꿔야"
━정부가 분리배출표시 지침을 바꾼 건 소비자들이 각 부품의 분리배출 방법을 찾아보지 않고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세분화된 표시 방법이 오히려 소비자 혼란을 가중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투명 페트병 사례처럼 분리배출 표시 방법과 실제 분리배출 방법이 일치하지 않아 헷갈리기도 하고, '재활용 어려움'처럼 정확한 설명이 없어 뜻이 헷갈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분리배출 방법이 세분화될수록 소비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분리배출은 최대한 단순화하는 게 맞다”며 “국민들은 표시된 그대로 분리배출을 하고, 재활용 가능 여부 등은 이후 선별과 재활용 단계에서 구분하고 따져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홍 소장은 “분리배출을 하는데 재활용 가능 여부까지 고려해 버려야 하면 소비자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며 “일본에서는 간장과 식초를 담는 데 쓰는 용기도 모두 투명 페트병으로 배출하도록 해 재활용하고 있다. 우리도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선에서 분리배출 원칙을 맞춰나가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분리배출 표시 방법과 실제 분리배출 지침이 달라 혼선이 있을 수는 있다”면서 “식초나 간장 용기 등 화학물질이 아닌 식품을 담았던 용기라면 투명 페트병으로 배출해 재활용하는 방향이 맞다고 보지만 아직은 안전성에 대한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복잡한 분리배출 표시와 관련해서는 “소비자가 조금 더 쉽게 알 수 있도록 홍보하거나 안내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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