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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술 마시고 “나 미성년자ㅋ” 사장 협박…‘위조 신분증’에 당하는 일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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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선량한 소상공인 보호’
“나이 속여 영업정지 당해”
업주들 호소에 대책 모색
판매 때 신분확인 하는 등
고의성 없을 땐 처분 면제
“청소년 처벌 병행” 지적도


매일경제

[사진 출처=연합뉴스]


“성년자와 미성년자가 같이 와서 술을 마시고 신고했습니다. 2개월 영업 정지를 받았습니다. 소송까지 하려다가 이긴다는 보장도 없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포기했습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린 한 식당 사장의 하소연이다. 정부가 이처럼 청소년이 나이를 속여 술·담배를 구매하거나 숙박시설을 이용했을 때 업주가 억울하게 행정처분을 받지 않도록 법령을 개정한다. 자영업자가 신분증 검사를 제대하는 등 ‘고의성’이 없는 경우 구제해주겠다는 것이 골자다.

중소벤처기업부, 여성가족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법제처 등 7개 중앙부처와 17개 광역자치단체는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선량한 소상공인 보호 관계기관 협의회’를 개최했다. 이번 협의회는 지난 8일 민생토론회에서 소상공인이 나이를 속인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했다가 영업정지를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이후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청소년 여부를 따져봤다는 것만 입증되면 영업정지가 되는 불이익 처분을 하면 안 된다”며 담당 부처에 개선 조치 마련을 지시했다.

청소년이 신분을 속이고 주류를 구매하려고 시도하다가 적발된 건수는 상당하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17개 시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해 적발된 사례는 총 6959건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약 6.4건이 적발된 셈이다. 적발되지 않은 시도는 이보다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 편의점주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중구 소공동의 한 편의점주는 “위조한 신분증을 들이미는 경우 판매하는 입장에서 판별하기가 어려운데 최소한의 방어장치가 생긴 것”이라면서 “이제라도 면책 조항을 만든다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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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서울 중구 필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장주 씨는 “기본적으로 미성년자 흡연 단속은 정부가 할 일”이라며 “속이는 청소년에 대한 처벌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미성년자에게 주류나 담배를 판매한 경우 형사처벌은 물론 행정처분도 동시에 받게 된다.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에게 주류, 담배 등 유해약물을 판매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는 형사처벌과 별개로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이나 영업소 폐쇄명령을 받을 수도 있다.

정부는 억울한 소상공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처분 구제 방안을 마련했다. 지자체의 행정조사 과정에서 CCTV나 제3자의 진술 등을 통해 영업자가 술과 담배를 구매한 청소년의 신분증을 확인한 사실이 객관적으로 입증된 경우 행정처분을 면제하기로 했다. 청소년 주류 제공행위에 대한 행정처분 시 처분기준도 영업정지 2개월에서 7일로 줄이도록 법령도 정비한다. 정부는 올 상반기 중으로 법령 정비를 마치고 하반기부터 행정처분 면제 조치를 시행할 방침이다.

숙박·콘텐츠 제공 등 유사 분야에서도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숙박 분야는 공중위생관리법, 콘텐츠 분야는 게임산업진흥법 및 공연법 등은 행정처분 면제 규정을 마련하기 위해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법제처와 소관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가 국회와 협의해 법률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원영준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은 “민생토론회를 계기로 선량한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정부 부처들이 서로의 칸막이를 허물고, 원팀이 돼 행동하고 있다”며 “관계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업하며, 소상공인이 안심하고 영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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