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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천태만상 가짜뉴스

[인터뷰] "허위조작정보는 가짜뉴스와 달라… 민관 힘 합쳐 추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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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무차별적으로 생산되고 확산되는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들이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흔들고 국가안보까지 위협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1일 ‘국가사이버안보전략’을 발표하며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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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가짜뉴스' 퇴치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퍼지는 허위정보로 인해 여론이 갈라지고, 사회 혼란이 심화할 우려가 높아졌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지요. 유독 '가짜뉴스(fake news)'라는 표현이 많습니다. 지난 1일 발표된 국가사이버안보전략에도 '가짜뉴스'는 5차례 언급이 됐습니다.

그런데, 그것 아시나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허위정보 학계에서는 '가짜뉴스'라는 표현을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 허위조작정보(disinformation) 또는 외국발 유해 정보(foreign malign information)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매특허였던 '가짜뉴스'는 저널리즘을 지향하는 '언론'을 공격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 주체가 '가짜뉴스'를 명분으로 언론을 공격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공격적인 메시지를 내지 않는다고 허위정보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가짜뉴스? 허위정보? 경계를 어떻게 구분하나

한국일보

러시아 인터넷 연구소에 의한 텍사스 시위 조작 사건을 파헤친 마틴 리들 테네시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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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분명한 건 '허위조작정보'가 민주국가에서 심각한 위협으로 부상했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이를 경험했죠. 그래서 지난해 동맹국인 한국·일본 등과 적대국가에 의한 허위조작정보와 인지전(cognitive warfare), 영향력 활동을 추적하기 위해 다양한 대화를 제안했습니다. 올 초에도 미국 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의 인사가 한국을 방문했죠.

도대체 ‘허위조작정보’가 무엇이길래 다들 이렇게 난리일까요? 2016년 러시아가 페이스북을 통해 텍사스 내 시위를 일으킨 사건을 추적한 마틴 리들 테네시대 조교수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짜뉴스는 언론에서 사실관계가 틀린 정보를 보도한 경우에 해당하지만, 허위조작정보는 언론이라는 매체뿐 아니라 SNS 등에서 악의적으로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성질의 왜곡된 정보를 의미한다"며 "사실 이 경계를 구분하는 것은 어렵다. 콘텐츠를 읽는 일반인에겐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를 구분하는 일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잘못된 정보가 시민을 공격하는 '무기'가 되는 과정을 공개함으로써 악의적인 정보를 구분하는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허위조작정보의 정의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작업은 어렵지만, 어떤 갈등이나 의혹이 제기됐을 때 관련 정보가 생긴 과정에서 고의적인 왜곡이 없었는지를 추적함으로써 단순 '정보 오류'와 안보를 위협하는 '조작정보'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리들 조교수는 허위조작정보뿐만 아니라 적대국가가 SNS를 악용해 특정 사회 혼란과 갈등을 부추기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른바 '영향력 공작'(malign influence)도 허위조작정보와 같은 맥락에서 연구돼야 하는 사안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총성 없는 폭탄’ 된 허위정보…가짜 계정 동원해 시위 부추기기도


리들 조교수는 허위조작정보의 위협은 시민 간 타협을 어렵게 하고 갈등을 부추긴다는 데 있다고 경고합니다. 리들 조교수는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의 선거개입과 '갈라치기'를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고 하죠.
한국일보

텍사스주 휴스턴시에서 발생한 반무슬림 시위를 부추긴 것으로 파악된 '텍사스의 마음(Heart of Texas)' 페이스북 계정. 해당 계정은 러시아가 구입한 허위 계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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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텍사스 이슬람 센터 도서관 앞 친이슬람·반이슬람 시위입니다. 앞서 미국 중앙정보부(CIA)를 비롯한 미국의 정보공동체(ODNI) 등은 대통령 직속의 러시아 전략 연구소와 러시아 정보기관이 설립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터넷 연구소(IRA)가 SNS상에서 조직적으로 댓글을 달고 갈등을 부추기고, 극단 성향의 정치담론을 부각시켰다고 발표했는데요.

2016년 페이스북 계정 '텍사스의 심장'과 '미국 무슬림연합'은 각각 "텍사스의 이슬람화를 막아야 한다" "무슬림 혐오를 막아야 한다"며 시위를 벌여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습니다. 두 계정의 글에 자극을 받은 시민들은 2016년 5월 텍사스 시내 이슬람 센터 도서관 앞에서 친이슬람‧반이슬람 시위를 벌였죠. 그런데 반전이 일어납니다. 알고 보니 이 계정은 텍사스나 이슬람과는 1도 관계가 없는, IRA라 불리는 러시아의 친정부 성향의 조직이 조작한 것이었습니다. 2010년대 후반 공화당의 텃밭이었던 텍사스는 당시 새 일자리 유입 등으로 인구 구조에 변화를 겪고 있었습니다. 이 틈을 노리고 텍사스 주민들 사이를 '갈라치기'하려고 한 것이지요.

리들 조교수는 시위에 참석한 당사자 14명, 허위 계정이 게시한 글과 팔로워들의 반응 등을 인터뷰한 결과, 다수의 시위 참가자가 해당 계정의 글을 읽은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다음이었습니다. 리들 조교수는 "인터뷰에 응한 시위 참가자들은 러시아 계정이 적극적으로 시위를 부추길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진 않았다. 오히려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행사에 참석해 이슬람 사원을 위협할 것이라는 불안이 이들을 길거리에 나오게 했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리들 조교수는 "허위조작정보가 갈등을 직접적으로 요인이 아니라고 해도 갈등 그 자체를 촉발한 불씨가 된 사례"라면서 "적대국가가 어떻게 SNS를 악용해 사회에 영향을 끼치고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면서 "적대국가가 SNS를 어떻게 악용해 사회 혼란을 만들고 부추기는지를 설명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례 연구에서부터 협의체까지…복합적 접근 필요


그래서 미국은 플랫폼 업체와 학계, 언론인 등 시민들의 적극적인 분석과 참여를 권고합니다. 리들 조교수는 "허위조작정보 대응에 정부가 전면에 나설 경우 자칫 잘못하면 민주주의 문화를 상징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면서 "어떤 것이 적절한 해법인지 찾기 어렵지만, 일단 이러한 위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알리고 이를 추적하는 학계와 언론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플랫폼 업체의 '책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애초에 리들 조교수가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건 페이스북이 러시아 IRA로부터 광고료를 받고 만든 계정 정보를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리들 조교수는 "결국 SNS 플랫폼이 정보를 공개해줘야 플랫폼 내 유포되는 허위조작정보의 실체를 추적할 수 있다"며 "플랫폼 업체들이 정보창구 역할을 하면서 수익을 벌어들이는 만큼 이에 대한 윤리적 책임도 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결국 언론은 언론의 영역에서 시민 참여형 팩트체킹 플랫폼을 발전시키고, 국회는 플랫폼 업체가 필요한 범위 내에서 광고수익과 정보 흐름에 대한 자료를 공개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마련하고, 정부는 민간에서 제기된 정황을 확인해 대책을 마련하는 식의 복합적인 접근이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사례 연구 쉽지 않은 한국…공공외교국 업무 맡았지만 아직 '빈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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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간 장벽과 민관 협력이 쉽지 않은 한국에서 리들 조교수가 제언한 ‘복합적 접근’은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당장 주무부처는 외교부로, 산하 공공외교국이 업무를 맡기로 했지만 당장 무엇을 어떻게 조사하고 분석할지 앞이 깜깜하기만 하다는 곡소리가 들려오는데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장 외교부에서 해외 허위조작정보와 관련해 낸 실적은 '0'입니다.

전문가들은 복잡한 사안인 만큼 외교부의 역할은 토론장 마련에 있다고 제언합니다. 올 3월 열릴 'AI·디지털 기술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허위조작정보를 한 세션으로 다루듯,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허위조작정보 사례와 분석기법을 공유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외교부의 역할이 충분하다는 것이지요. 국내 부처 간 협력이 어렵다면 노하우가 쌓여있는 외국 정부들과 협력을 하자는 접근입니다.

좋든 싫든 허위조작정보가 민주사회에 끼치는 위협은 판타지가 아닌 현실입니다. 섬세하지 않은 접근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응이 어려운 사안인 만큼 집단지성을 모으기 위한 논의가 시작돼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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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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