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반발… 의료계 파업 4년 만에 재현되나
복지부는 이날 오전 서울과 세종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본부장인 조규홍 장관 주재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열고 의사들의 집단행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복지부가 지난 6일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집단행동을 불사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등 주요 병원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설 이후 파업 등 단체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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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파업 초읽기
9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 중에서 서울성모병원을 제외한 4곳의 전공의들이 파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특히 전국 140개 병원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 1만5000여명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향배가 달려 있다. 종합병원의 중환자·응급환자 진료와 수술에서 많은 역할을 하는 이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의료 현장은 최악의 상태로 치달을 수 있다.
2020년 의대 증원을 추진했을 당시에도 전공의들이 의협이 주도하는 집단 휴진에 대거 동참하면서 의료현장에 혼란이 빚어졌다.
전체 전공의의 80% 이상이 집단 휴진에 참여하면서 의료현장 곳곳에 공백이 발생했고, 실제 주요 병원의 수술건수가 급감해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당시 일부 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기도 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오는 12일 온라인으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의대 증원 등 의료 현안 대응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날 각 병원의 의견을 취합해 파업 여부와 일정이 구체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대전협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의대생들과 긴밀하게 공조하되, 대한의사협회와 거리를 두겠다”고 못박았다. 다만 지난 5일 전국 140개 병원의 전공의 1만 명 중 88.2%가 집단행동 의사를 나타냈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한 만큼 총파업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의사단체들의 집단행동이 가시화되자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의대 정원 확대 관련 의료계의 집단행동 예고 상황을 보고받고 의대 정원 확대의 필요성과 취지를 국민께 소상히 설명드릴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조규홍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이 9일 제4차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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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생각하는 성숙한 자세 절실
정부가 전공의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여러 의사단체 가운데 파업 시 가장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했을 당시 개원의 파업 참여율이 한 자릿수에 그친 반면 전공의 파업 참여율은 약 80%에 달했다.
전공의들이 파업에 나서면 당장 예약 환자 이외의 외래진료가 어렵다. 곧이어 신규 입원 및 외래 환자의 접수가 중단되고 응급실, 중환자실 입원마저 막히면서 진료 대란이 벌어지는 건 시간 문제라는 게 병원들의 중론이다.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할수록 전임의, 대학교수들의 연쇄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에 강력한 대응 채비에 들어갔다.
만약 전공의 등이 파업에 들어간다면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예정인데, 이게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법률적 검토도 마쳤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업무개시명령은 행정절차법에 따라 문자나 우편으로 본인에게 반드시 송달돼야 하는데 문자 송달을 위해 연락처를 확보할 계획” 이라며 “전화기를 꺼놔도 문자를 보내면 송달 효과가 있으며 정부가 (개인)정보를 확보하는 것은 명확한 법적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집단행동 시 명령서를 전달하기 위해 수련병원별로 현장점검팀도 구성했다.
한편 복지부는 의대 증원의 당위성을 밝히고 의료계 반대 논리에 반박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주요 현안을 나타내는 자료를 게시하고 최근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내용 등을 소개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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