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구독하면 매달 세금처럼 결제…부담 늘어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 인상, 소비자 불만 증폭
전문가 “검색 기반 공공재적 성격, 반감 커”
콘텐츠 外 서비스 구독도 활성화
무소과금으로 출발해 점점 비싸지는 각종 서비스 구독료에 다중 구독자들은 ‘텅장’(텅빈 통장)이 될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123r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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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1. 직장인 황모(37) 씨는 볼만한 콘텐츠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큰 손’이다. 용돈 50만원 중 매달 10만원 가량을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OTT)이나 기타 구독서비스 이용료로 쓴다.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쿠팡은 기본이고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을 위해 티빙도 매달 결제하고 있다. 게임 구독 서비스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에도 월 만원 이상을 내고, 레진코믹스·카카오웹툰 등도 정기구독한다. 황씨는 “매달 결제되는 비용이 많아 부담스럽지만, 콘텐츠를 보고싶을 때 바로 봐야 한다는 강박에 계속 구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2. 사회초년생 이모(25) 씨는 최근 OTT 이용에는 ‘다이어트’를 완료했다. 따로 결제하던 비용들을 본가와 아이디를 공유하면서 줄였지만, 대신 월정액을 내면 이모티콘을 다양하게 쓸 수 있는 카카오 이모티콘 플러스, 카메라 필터를 제공하는 스노우 애플리케이션(앱) 등 구독을 시작했다. 이씨는 “친구들가 대화방에서 재치 있는 이모티콘을 쓰거나, 재밌는 필터를 쓴 사진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놀곤 해서 이런 구독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혁신 모델의 대명사로 거론되던 ‘구독경제’가 전 분야로 확산되면서 서비스 이용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들의 소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구독 및 유료화 움직임은 공짜로 여겨지던 영화·드라마·웹툰 등 콘텐츠 분야부터 활성화됐고, 점차 다른 온라인 서비스들로 확대되면서 일상 생활에서의 구독 의존도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최근엔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를 금지 하고, 유튜브가 프리미엄 가격을 40% 인상하면서 소비자들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쟁자가 없는 독점 서비스가 될 경우 가격 인상 등 소비자들의 권익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유튜브는 광고 없이 동영상 시청이 가능한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을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40% 넘게 인상했다. 유튜브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으며 대체제가 없는 탓에 소비자들 역시 울며 겨자먹기로 구독을 이어간다. 튀르키예·인도 등에서는 2000원대에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디지털 이민’ 행렬도 뒤이었다. 넷플릭스 역시 지난해 계정 공유시 같은 집에 거주치 않으면 매달 5000원을 추가로 내도록 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국내에서 OTT 이용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OTT 이용자 행태 조사에 따르면 전 국민의 86.5%가 유·무료 OTT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고, 1인당 구독 개수는 평균 2.1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료 플랫폼을 이용하는 국민은 55.2%, 1인당 평균 구독 개수는 1.8개이며 구독료로 한달 평균 약 1만2000원을 지출하고 있다.
OTT 외에도 구독 서비스는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모티콘이나 카메라 앱, 구매시 포인트 적립률을 높여주는 결제 멤버십, 공유자동차를 월정액으로 이용하는 구독 모델까지 각양각색이다. 이 같은 구독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한 프로모션으로 기업들이 다른 구독 서비스를 묶음 판매하다가, 이벤트 기간이 지나면 별도 결제를 유도하는 사례도 자주 발견된다.
온라인 플랫폼 시장이 자리잡으면서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는 문화가 정착됐다는 분석과 함께, 플랫폼 ‘갑질’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플랫폼들이 서비스에 해당하는 가격을 제시하고 소비자가 이를 지불하는 ‘선택적’인 관계지만, 경쟁자가 없는 업종에서는 플랫폼 지배력이 커지고 소비자도 의존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매달 나가는 비용이 마치 세금처럼 여겨지고 점차 둔해지는데, 특히 젊은 세대에서는 콘텐츠나 취향, 취미 관련된 구독 서비스에 대한 심리적 문턱이 낮아 과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튜브는 다른 OTT와는 달리 검색을 기반으로 한 공공재적 성격이 일부 있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심리가 있어 똑같은 가격 인상이라도 반감이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구독경제 성숙 단계에서 ‘구독 다이어트’나 가성비가 좋은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등 소비자 행태도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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