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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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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우’ 요구하던 남양유업 홍씨 일가, 60년 만에 경영권 뺏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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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해 9월22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남양유업 본사 앞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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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 갑질과 불가리스 허위·과장광고 등 각종 논란에 휘말렸던 남양유업의 경영권이 창업주 일가에서 사모펀드 운용사로 넘어갔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4일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일가를 상대로 낸 주식양도 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인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홍 회장 일가는 자신들이 보유한 52.63%의 회사 지분을 한앤코에 넘겨야 한다.



경영권을 둘러싼 소송은 ‘코로나 펜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남양유업이 이 회사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허위·과장 광고를 한 것에서 비롯됐다. 2021년 4월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의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남양유업 연구소장은 ‘불가리스가 코로나바이러스를 77.8%까지 저감하는 결과를 확인했다’는 취지의 발표를 했다. 하지만 이는 동물 세포를 활용한 결과였다. 사람에 대한 효능은 확인되지 않았던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곧바로 현장조사에 나섰고 남양유업이 심포지엄 개최에 깊이 관여하고, 이 심포지엄 결과를 바탕으로 여러 언론사에 홍보해 식품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경찰에 고발했다. 식품표시광고법은 ‘질병의 예방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이같은 논란이 벌어지자 홍 회장은 같은해 5월 “모든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사퇴하겠다”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또 홍 회장은 같은달 27일 자신의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2.63%를 주당 82만원(총액 3100여억원)에 한앤코에 넘기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홍 회장이 주식 매도를 계속 미루자, 한앤코는 같은해 8월23일 주식을 넘기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홍 회장은 계열사 백미당 분리 매각과 홍 회장 일가에 대한 예우 보장 등 약속을 한앤코 쪽이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같은해 9월 한앤코 쪽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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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2021년 5월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최근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며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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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회장 쪽은 재판에서 한앤코 쪽의 약속 미이행과 함께 주식매매계약 과정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홍 회장 쪽과 한앤코를 모두 자문한 것은 변호사법 등에서 금지하는 ‘쌍방대리’라는 주장도 펼쳤다.



1심 재판부는 홍 회장 쪽이 공개한 백미당 분리 매각과 홍 회장 일가에 대한 예우 등이 담긴 별도합의서에 한앤코 쪽의 날인이 없기 때문에 유효한 합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어 주식매매계약 자문을 한 변호사들이 의뢰인을 대신해 자신의 이름으로 법률 행위를 하는 대리인이 아니라 의뢰인의 의사를 전달만 하는 ‘사자’(명령이나 부탁을 받고 심부름하는 사람)에 불과하고, 주식매매계약 자문이 쌍방대리를 금지한 ‘법률사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도 이같은 1심의 판단이 유지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사건의 변호인이 대리인이 아닌 사자에 불과하다거나, 해당 자문이 쌍방대리를 금지한 법률사건이 아니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홍 회장 쪽이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한앤코 쪽의 자문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문제 삼지 않았기 때문에 쌍방대리를 동의한 것이라고 보고 당시 주식매매계약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의뢰인의 동의가 있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쌍방대리가 허용된다.



이날 대법원 결정이 나온 뒤 한앤코 쪽은 입장을 내어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며 “남양유업의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개선 계획들을 세워나갈 것이며,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손정현)은 불가리스 허위·과장 광고와 관련해 이광범 전 남양유업 대표 등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29일 뒤늦게 기소하기도 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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