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밀려 첫 회의 여는데만 4주
본지가 이날 교육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2학년도 학폭위 심의 건수는 2만3603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1만5653건)보다 7950건 늘었다. 심의 건수가 급증하면서 심의 시간은 부족해지고 있다. 2022학년도의 경우 전체 심의 중 30%가 첫 회의를 여는 데 4주가 걸렸다고 한다.
심의 건수가 급증하고, 이에 따라 개별 사건의 심사 시간이 적어지면서 ‘부실 심사’를 호소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결과에 불복하는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은 증가 추세다. 행정심판은 2021학년도엔 1143건이었지만, 2022학년도 1336건으로 200건가량 늘었다. 행정소송도 같은 기간 236건에서 299건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행정 구제 절차가 1~2년가량 소요된다는 것이다. 지난 2021년에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의 A 학생은 다른 학생 9명에게 학교 폭력을 당했다. 학폭위는 이들 가해 학생에게 ‘사회봉사’ 처분을 내렸고, A 학생은 불복했다. 피해 학생 측은 행정소송을 제기해 2022년 12월 승소했고, 가해 학생은 작년 1월에 전학 조치가 됐다고 한다. 이해준 학교폭력연구소장은 “가해자가 여러 명이 얽혀 있는 경우 당사자들이 제출한 진술서들을 다 읽어야 하고, 피해 학생 측에서 제출한 여러 가지 증거 자료들을 전부 검토해야 하는데 현재 학폭위는 현저히 부족한 시간 안에 사안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며 “또 학폭위원 개개인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어 실제로 상담을 수백건씩 하다 보면 피해자 측은 공통적으로 ‘심의위원들이 사안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심의를 졸속으로 진행한다’고 느낀다”고 했다.
학폭위 심의 시간은 법령에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심의위엔 학부모가 3분의 1 이상 위촉돼야 하는데 이 때문에 전문성 문제도 제기된다. 교육부는 최근 발표한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를 통해서 학폭위 심의 처리 객관성, 전문성에 대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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