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18일 오후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 주재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비대위원장 인선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전국 당협위원장 200여명이 국회에 모여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는 '한동훈 비대위' 필요성이 대세를 형성한 가운데, 오히려 선대위원장으로 더 적합하다는 의견도 분출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서 '출입국이민청 신설 방안'에 대한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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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발언은 원외 당협위원장 중심으로 이뤄졌다. 30여 명의 발언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김화진 전남도당위원장은 "객관적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높은 사람이 비대위원장이 돼야 하는데, 한동훈 장관 말고 누가 있느냐"는 취지로 말했다. 송아영 세종시당위원장도 "한 장관을 아껴 다른 곳에 쓰자는 이야기가 있는데, 위급한 시간에 그게 되느냐"고 했다. 이창근 하남 당협위원장도 “친박·비박 구분없이 단 한석이라도 더 얻으려 했던 2012년 박근혜 비대위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친윤·비윤이 아닌 비대위원장 중심으로 당이 모여야 한다”고 했다. 당협위원장은 아니지만 발언을 신청한 장예찬 최고위원은 “지금은 한 장관을 아껴 쓰네 마네 할 시기가 아니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야 한다”며 “국민과 당원이 가장 원하는 사람이 누군지 지지율에서 분명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김선동 서울시당위원장, 한길룡 경기 파주을 당협위원장 등도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등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경태 의원이 "시대정신으로 움직여야 한다. 한 장관이 30% 비주류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한 것 외에 한 장관 추대에 찬성하는 원내 인사들은 발언을 자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적으론 열세였으나 반대 의견도 만만찮게 나왔다. 정치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 비대위원장이 아닌 선대위원장으로 써야 한다는 의견, 친윤 여론몰이에 대한 비판 등이다.
조해진 의원은 "지금부터 총선이 끝날 때까지가 당이 제일 어렵고 복잡하고 시끄러운 때인데, 한 장관이 당에 들어오자마자 그걸 다 막게 되면 본인의 역량이나 장점을 제대로 발휘할 시간을 가지기 어렵다"며 '한동훈 선대위원장'이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김상훈·최형두 의원도 '한 장관은 소중한 자산'이라며 선대위원장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말했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서울 동부지역 당협위원장도 한동훈 비대위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재영 강동을 당협위원장은 “한 장관은 우리 당의 귀한 정치적 자산이지만, 전술과 전략이 필요한 총선에서는 선대위원장으로서 역할을 해주시는 게 더 적합하다”고 했다. 김재섭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특검을 몰아붙일 때 비대위원장이 대답을 강요받게 되는데, 한 장관이 특검에 찬성해도 이상하고 반대해도 이상하다. 당정 충돌처럼 보일 수 있는데 굳이 이렇게 가야 하느냐"고 말했다.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윤심’을 내세워 내리꽂는 모양새는 안 된다. 한 장관 스스로 수도권 민심을 끌어안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과 선대위원장 의견이) 반반쯤 되는 것 같다”며 “한 장관이 나쁘다는 사람은 없었지만, 비대위원장 맡겼다가 속된 말로 기스라도 나면 어떡하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회의에서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으면서 결국 비대위원장 인선은 윤재옥 권한대행의 결단으로 남게 됐다. 윤 권한대행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의견이 모였다는 표현보다는 중요한 의견수렴의 과정을 거쳤다, 판단하는 데 참고하겠다”며 “시간을 많이 끌지 않겠다고 말해온 만큼, 필요한 절차를 거친 후에 늦지 않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당헌·당규 상 다음달 10일까지 공관위원장 인선을 마무리해야 하는 만큼, 윤 권한대행은 이번 주중 비대위원장 인선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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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권 일각에서는 한 장관 본인의 의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당초 한 장관은 이날 오후 ‘마을변호사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갑자기 취소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한 장관은 논의 결과 자신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데 대해 일부 반대 여론이 정리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치에 참여해야 하느냐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안다”며 “당내 일각의 한 장관에 대한 비토 의견이 정리되지 않는다면 그가 비대위원장은 물론 향후 구성될 선거대책위원회에도 참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당의 압도적인 지지와 추대가 있지 않으면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당 전면에 나서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미다.
특히 야당이 총선을 겨냥해 28일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강행 처리하려는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 장관이 명확한 입장을 낼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신지호 전 의원은 라디오에서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켰을 때 대통령이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한동훈표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사가 두렵지는 않지만, 총선 끝나고 하자는 조건부 거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이 (윤석열) 아바타인지 아닌지는 두고 봐야 하는데 저는 아닐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본다”고 했다.
김다영·김기정·전민구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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