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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난민 막으려 ‘영국식 대응’…독일 우파도 “아프리카로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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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신청자 외국에 수용·심사

난민 억제 새 방식으로 부상


한겨레

독일 남서부 오펜부르크의 난민 수용 시설에 머물고 있는 아이들. 오펜부르크/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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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신청자를 먼 외국으로 보내서 난민 심사를 받게 하는 이른바 ‘영국식 대응’이 유럽 우파들의 난민 억제 정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 집권 여당인 보수당이 난민 신청자를 아프리카 르완다로 보내는 정책을 놓고 내분을 겪는 가운데 독일의 보수 야당인 기독교민주연합(기민련·CDU)도 비슷한 정책을 선거 전략으로 내세웠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옌스 슈판 기민련 원내 부대표는 기민련이 난민 신청자를 아프리카 르완다나 가나, 유럽의 몰도바나 조지아 같은 나라로 보내 심사를 받게 하는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정책을 채택해 4, 5, 6주 동안 시행한다면, 난민 신청자가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기민련은 지난주 발표한 70쪽 분량의 정책집에서 집권하면 독일로 들어오는 난민 신청자를 제한하고 유럽연합(EU)으로 들어오는 난민 신청자를 “안전한 제3국”으로 옮겨 난민 심사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민련은 이런 난민 정책이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겨냥한 것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정치 매체 폴리티코가 취합한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야당인 기민련·기사련의 지지율은 최근 31% 수준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독일을 위한 대안’은 22%로 지지율 2위를 지키고 있다. 이른바 ‘신호등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3개 당 중 사민당과 녹색당은 각각 14% 정도, 자민당은 5% 정도의 지지율에 그치고 있다. 독일은 내후년 10월 말 총선이 예정되어 있으며 이때까지 이민 정책이 주요한 선거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덴마크 정부는 이른바 ‘난민 0 정책’을 위해 지난 2022년 9월 르완다 정부와 난민 수용을 위한 협약을 맺었으나, 아직 난민을 르완다로 보내지는 않고 있다. 올해 지중해의 람페두사섬으로 아프리카 난민 14만명 이상이 몰려들면서 난민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달 6일 이웃나라 알바니아에 난민 수용 시설을 짓기로 알바니아 정부와 합의했다. 오스트리아도 같은 방식의 난민 정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국에서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극심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보리스 존슨 총리 시절인 2022년 4월 르완다 정부와 협약을 맺고 그해 6월에 난민 신청자 7명을 르완다로 보내려 했으나, 이들이 탄 비행기가 출발하기 직전 유럽인권재판소가 개입해 난민 이송을 막았다. 게다가 지난달 15일에는 영국 대법원이 르완다가 안전한 제3국이 아니라는 점을 이유로 정부의 르완다 정책이 불법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리시 수낵 총리는 르완다 정책을 계속 밀어부치기 위해 난민 신청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내용의 ‘르완다 안전’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 12일 하원을 1차로 통과했으나, 보수당 내 우파 의원들은 수낵 정부의 난민 정책이 불충분하다며 이 법안을 좌초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난민 신청자들을 제3국으로 보내 심사하는 방식은, 이들이 무단으로 수용 시설을 벗어나 불법 체류하는 걸 막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난민 신청자를 먼 외국으로 보내고 관리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고, 난민 유입을 막는 효과도 미미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유럽의 우파들이 이런 정책을 고집하는 것은, 유럽이 난민 억제를 위해 난민 신청자들의 인권마저 외면하는 지경까지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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