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 시설 현대화에 대기업 참여 고려해야”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재활용 선별장. [헤럴드DB]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 나서는 기업들이 사용할 우수한 폐플라스틱이 늘어나기 위해선 선별 시설 개선이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충분한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참여, 중소기업과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공공기관, 중소기업들이 운영하는 재활용 선별장 환경이 열악해 SK, LG 등 기업들이 열분해유 사업에 사용할 폐플라스틱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쏟아붓고 있다. 열분해유는 폐플라스틱에 열을 가해 추출하는 원유이다.
박승환 한국순환자원열분해협회 회장은 13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폐플라스틱 원료 부족 해결 방안 정책’ 토론회에서 “폐플라스틱 열분해를 위해 실제로 납품받는 선별품에는 음식물과 잔재물이 모두 포함돼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국내 재활용 공공선별장(182개) 중 절반이 넘는 71.4%가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재활용 선별장도 비용 부담을 이유로 자동화 시설 도입을 꺼리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선별장 자동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선별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재정 여력이 넉넉하지 않은 만큼 정부야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박찬용 환경부 폐자원에너지과 과장은 국회 토론회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을 시장에 공급해야 하지만 현실은 미흡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공공은 물론 민간 분야의 선별장 현대화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플라스틱 선별 과정에서 대기업의 활동 폭을 넓혀줄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말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주도한 상생협약에 의해 대기업들은 향후 3년간 생활계 배출 플라스틱 선별업 진입을 하기 어렵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을 잠식하려 한다는 우려가 존재하지만 대기업도 현재 재활용 사업 경력이 적은 만큼 중소기업과 협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별장 자동화에 많은 자금이 필요한 만큼 정부 정책에 대기업들이 참가하는 것은 좋은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현석 산업통상자원부 화학산업팀 사무관도 지난 국회 토론회에서 “대기업이 중소기업에서 영위하고 있는 재활용 시장 진입이 어려운 만큼 업계 간 소통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순환 경제 활성화를 위해 화학적 재활용 시장을 키우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 또한 나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열적 재활용이 주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 재활용 시장에서 열적 재활용이 차지하는 비중(2020년 기준)은 70%에 육박한다고 환경부는 분석하고 있다.
열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소각하면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소각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또 다른 오염을 막고자 정부는 현재 열적 재활용 비중을 2025년까지 55%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폐플라스틱 원료 부족 해결 방안 정책토론회가 진행됐다. 한영대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화학적 재활용은 화학 공정을 통해 폐플라스틱을 분해한 후 플라스틱 원료 등으로 재활용하는 방법이다. 열적 재활용보다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할 뿐만 아니라 폐플라스틱을 순수한 원료 상태로 되돌리는 등 플라스틱 선순환 구조 형성에 이바지한다.
서희원 기후변화센터 연구원은 “현재 화학적 재활용은 열적 재활용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운반비와 처리비가 소요된다”며 “화학적 재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정부가) 보존할 뿐만 아니라 고품질 폐플라스틱이 화학적 재활용에 우선 공급될 수 있는 시장 구조로 개선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활용을 통해 탄소 중립에 이바지하는 산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지속해서 불법을 자행해 시장을 교란하는 업체는 강력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열분해유 활용을 가로막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이하 석대법)에 따르면 정유·석유화학 공정에 열분해유를 투입하는 건 불법이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물론 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은 규제 샌드박스라는 우회로를 통해 열분해유를 사용하고 있다. 기업들은 열분해유 투입량을 늘릴 때마다 규제 샌드박스에 매번 신청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현석 사무관은 “업계 목소리를 반영해 현재 석대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yeongdai@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