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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검찰과 법무부

4살인데 고작 7kg ‘가을이 사건’…檢, 동거녀 부부에 항소심도 중형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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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부산 고등·지방법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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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친모의 학대로 숨진 4살 ‘가을이(가명) 사건’과 관련, 검찰이 이들 모녀와 함께 살았던 부부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항소심에서 또 다시 중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14일 부산고법 형사1부(재판장 박준용)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아동학대살해, 상습아동학대, 상습아동유기방임, 성매매강요 혐의를 받는 A씨에게 징역 30년과 추징금 1억2450만5000원,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명령, 취업제한 10년을 구형했다.

또 상습아동유기방임 혐의를 받는 A씨의 남편 B씨에게는 징역 5년에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취업제한 5년을 구형했다.

1심에서 A씨는 징역 20년과 추징금 1억2450만5000원,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명령, 취업제한 5년이, B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취업제한 5년이 각각 선고됐다.

검찰은 “아동 학대는 사회적으로 중대한 범죄이고 그 죄책이 무겁다”며 “피고인들이 재판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자신들의 범행을 진심으로 반성하기보다는 모든 책임을 피해자 친모에게 돌리고, 피해자에게는 책임을 다한 것처럼 주장해 개선의 여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피해자 친모가 성매매로 벌어온 돈으로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면서 피해자에게는 적절한 식사를 챙겨주지 않았는데, 자신들의 반려동물조차 굶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피해 아동은 반려동물보다 못했다”며 “피고인들의 비인간적인 행위에 대해 엄벌이 필요하다. 원심에서의 검사 구형과 같은 형을 선고해 달라”고 했다.

두 사람은 최후 진술에서 “죄송하다”고 짧게 말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2월 14일 친모 C씨가 딸 ‘가을이’를 안고 응급실을 찾아오면서 참혹한 실상이 드러났다. 생후 4년 5개월이던 가을이는 사망 당시 키가 87cm, 몸무게는 7kg에 불과했다. 근육은 찾아볼 수 없고, 뼈와 살가죽만 남은 미라 수준의 상태였다. 또래 평균보다 키는 17cm 작았고, 몸무게는 10kg이나 덜 나갔다. 몸무게는 생후 4개월 영아 수준이었다. 친모는 “배고프다”는 딸의 외침에도 6개월 간 하루 한 끼 물에 분유만 타서 먹였다. 가을이는 생전 친모의 폭행으로 사실상 사물의 명암 정도만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실명 상태였다고 한다.

A씨 등은 지난해 6~12월 가을이가 음식을 제대로 먹지 않아 심각한 영양결핍으로 몸이 쇠약해졌음을 알고도 C씨에게 식사 등 양육을 미룬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가을이가 사망한 날 C씨의 폭행을 말리지 않고, 가을이의 생명이 꺼져가는 것을 인식했음에도 학대·방임 사실이 외부에 밝혀질까 두려워 방치해 사망케 한 혐의도 받는다.

A씨는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2400여 차례에 걸쳐 가을이의 친모 C씨에게 성매매를 강요해 1억2000만원 상당을 챙기는 등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도 받는다. C씨는 성매매로 월 800만~900만원을 벌었는데, A씨 부부는 이 돈의 대부분을 외식·배달비 등 생활비로 쓰거나 자신들의 빚을 갚는 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C씨는 지난 2020년 8월 남편의 가정폭력 등으로 인해 가출한 뒤 인터넷 동호회에서 만난 A씨 부부와 동거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14일 오전 6시쯤 A씨 부부 집에서 가을이의 얼굴과 몸을 여러 차례 폭행,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 10월 항소 기각 판결로 35년의 징역형이 확정됐다.

A씨 부부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모녀와) 공동체적 생활 관계를 형성했고, 피해 아동을 보호하고 감독하는 지위에 있었다”며 “아동학대 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해서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들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내년 1월 18일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피해 아동 사망 1주기인 14일 성명서를 내고 고인의 넋을 기렸다. 협회는 “자신이 낳은 아이를 실명까지 시키고 거의 굶겨 죽인 친모와 그에 동조한 A씨가 오늘이 기일임을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라며 “죄 없이 죽은 아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더불어 사회적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엄벌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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