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27 (토)

쿠팡에 치이던 CJ대한통운, 中 알리 덕에 구사일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비선호주로 꼽히는 CJ대한통운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CJ대한통운은 유통업계에서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쿠팡의 위협으로 시장 점유율이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증가하는 알리익스프레스의 중국 직구 물량을 단독으로 처리하면서 주가가 올해 저점 대비 70% 가까이 급등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지난 8일 전날보다 2.68% 오른 11만8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까지 7만~8만원대를 횡보하던 CJ대한통운의 주가를 띄운 것은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3분기 실적 발표다. 지난달 21일 알리바바그룹은 3분기 실적 발표에서 글로벌 커머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약 3조42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조선비즈

CJ대한통운 1톤 전기택배차. /CJ대한통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알리바바의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는 현재 CJ대한통운과의 제휴를 통해 국내에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 CJ대한통운의 알리익스프레스 물동량은 1분기 346만박스에서 3분기 904만박스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에 직구 수혜주로 CJ대한통운이 꼽히며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8일까지 주가가 31.92% 치솟았다. 올해 7월 7일 6만9800원까지 내렸던 주가와 비교하면 69.91% 급등한 수치다.

그동안 CJ대한통운은 새로운 ‘유통 공룡’으로 떠오른 쿠팡에 시장을 계속 내주는 상황이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쿠팡의 택배 사업을 전담하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말 12.7%에서 올해 8월 말 기준 24.1%로, 약 2배 증가했다. 1년 만에 롯데택배, 한진택배 등을 제치고 업계 2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CJ대한통운은 40%에서 33.6%로 점유율이 깎였다.

쿠팡은 2021년 국토교통부로부터 택배 운송사업자 자격을 취득하기 전까지 택배 시장 점유율이 나오지 않았다. 회사 자체 물량 배송으로 분류돼 통계청과 한국통합물류협회가 집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쿠팡이 CLS를 자회사로 분류하며 해당 자격을 취득한 2021년 이후, 증가하는 CLS의 점유율과 달리 CJ대한통운의 점유율은 낮아지기 시작했다. 2020년 점유율 50.1%로 국내 택배 물량의 절반을 차지했던 CJ대한통운은 2021년 48%대로 내려오더니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중국 직구 물량이 늘면서 국내 택배 시장의 흐름도 바뀔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CJ대한통운은 소형 화물 비중이 전체 택배 물량 중 76%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온라인 직구 수혜주다.

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증권가는 이달 들어 CJ대한통운에 대한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 조정했다. 하이투자증권이 기존 11만원에서 14만원, 삼성증권은 기존 9만5000원에서 12만원으로 목표가를 올렸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CJ대한통운의 중국발 온라인 직구 금액은 전년 대비 106% 성장했다”며 “소형 화물 확대 및 이커머스 물동량이 늘며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CJ대한통운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5.6%에서 지난해 4.9%까지 하락했지만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6.1%로 높아졌다. 증권가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로 내년 CJ대한통운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4.54% 증가한 12조2705억원, 영업이익은 5.07% 늘어난 4634억원이다.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시장 확장을 위해 그간 문제로 지적받던 가품 근절에 나선 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관세청의 특수화물 목록 통관 검사에서 적발된 가품 중 99.7%는 중국발이었다. 직구 제품 품질에 대해 신뢰도를 높이면, 직구 이용자들이 늘어 CJ대한통운의 실적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알리는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향후 3년간 한국에 1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의 주가 급등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부문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에 선반영된 기대감으로 주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며 투자 의견 ‘중립’을 제시했다.

강정아 기자(jenn1871@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