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정부에 따르면 당정은 이르면 20일 전후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를 위한 ‘관계부처 합동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오는 13일께 발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내용 조율이 더 필요하다고 당정이 판단했다고 한다. 종합 대책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조건으로 내세운 ▶향후 법 시행을 위해 최소 2년간 매 분기 구체적인 준비 계획과 관련 예산지원 방안 마련 ▶2년 유예 이후엔 반드시 시행하겠다는 입장 표명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는 법 개정 사안인 만큼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
다만 야당 요구 조건의 하나인 ‘정부 사과’는 별도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관련 입장을 밝혔다고 보고 있어서다.
당정이 적용 유예 방침을 밝힌 것은 중소 사업장에서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내년부터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는 중소 사업장 1053개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94%가 ‘중대재해법 적용 준비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준비를 완료하지 못한 기업의 87%는 ‘남은 기간 내에 이행 준비를 완료하기 어렵다’라고 대답했다.
준비하지 못한 이유로는 ‘전문 인력이 없어서’(41%)가 가장 많았고, ‘의무 내용이 너무 많아서’(23%), ‘예산 확보가 어려워서’(19%), ‘의무 내용이 불명확해서’(11%), ‘준비 기간이 부족해서’(6%) 순으로 이어졌다. 의무 내용이 중소 사업장에 복잡한 상황에서 안전보건체계를 갖춰줄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는 의미다.
중대재해법 의무사항 중 준비가 어려운 항목으로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업무 수행 평가 기준 마련’(29%),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위험성 평가) 마련’(27%), ‘안전보건 관계법령 의무 이행 점검’(18%) ‘도급·용역 위탁 시 산재예방 조치능력 평가 기준 마련’(14%) 등을 꼽았다. 이들은 ▶현장 특성에 적합한 매뉴얼·가이드 보급 ▶전문 인력 지원 ▶안전설비 비용 지원 확대 ▶안전보건관리체계 컨설팅 지원 확대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경총은 “기업은 서류 준비 등의 형식적 컨설팅보다, 매뉴얼 보급, 전문인력 지원과 같은 현장 안전관리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차준홍 기자 |
이에 경영계에서도 2년 유예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는 한편, ‘2년 뒤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 표명을 함께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종합대책 발표 직후 경총·중소기업중앙회·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이 모여 성명을 내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노동계에선 이러한 유예 움직임에 연일 규탄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9일 열린 고(故) 김용균씨 5주기 추모제에서 권영국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는 “법 적용 유예는 그동안 중대재해를 줄이겠다던 정부와 정치권의 약속이 입바른 소리이자 국민을 속인 말장난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사회적 대화에 복귀한 한국노총도 “‘버티면 된다’는 인식이 퍼지고, 법 제정으로 어렵게 확대되고 있던 안전투자와 인식 전환은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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