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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3 (일)

현대차 노조가 쏘아올린 '주 4일제 근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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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울산공장 3공장에서 아반떼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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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약 4만5000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새로운 집행부를 중심으로 주 4일제 근무를 추진한다. 다만 '주 4일 근무'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노조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합의와 국가적 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하고, 근무시간이 줄어도 생산성을 유지할 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에 따르면 문용문 신임 현대차지부장은 내년부터 2025년 말까지 2년간 임기를 수행한다. 문 신임 지부장은 지난 5일 열린 2차 투표에서 1만8807표(53.2%)를 얻어 10대 지부장에 당선됐다. 이번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4만5312명 가운데 3만5349명(78.01%)이 참여했다.

'민주 현장' 소속의 문 신임 지부장은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현대차지부 4대 지부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민주 현장은 선거 때마다 줄곧 2위에 머물렀지만 문 신임 지부장이 재차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10여년 만에 다시 집행부를 꿰차게 됐다.

1988년 현대차에 입사한 문 신임 지부장은 1991년, 1992년, 1995년, 1998년 등 4차례 구속됐던 전력이 있다. 특히 그는 강성성향인 4명의 후보자 가운데 가장 급진적인 공약을 제시하며 주목받았다. 핵심 공약으로는 ▲주 4일 근무제 ▲금요 하프제 ▲정년 연장 ▲상여금 900% 등이 꼽힌다.

문용문 체제서 8+8 2교대 안착…야간근무 사실상 불가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공약은 주 4일 근무제다. 문 신임 지부장은 내년 전주와 아산공장에서 금요일 근무시간을 절반으로 줄인 뒤(금요일 하프근무제) 2025년부터 주 4일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사측과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현대차 노조는 주 5일 주간 8+8 2교대로 각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울산공장에서만 3만2000여명의 조합원이 근무하고 있고, 울산공장 기준 하루 평균 생산량은 6000대, 연간기준으로는 140만대에 달한다.

문제는 주 4일제를 도입할 경우 기존 생산량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느냐다. 자동차는 전기‧전자제품과는 달리 자동화하기 어려운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자동차의 제조 공정은 프레스‧차체‧도장‧의장 등 4단계로 나뉘는데, 2만여 개의 부품을 조립하는 의장 공정은 90% 이상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부분적으로 주 4일제를 도입한 반도체 업종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얘기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자동차산업은 2011년 466만대 규모였으나 2019년 395만대 수준으로 줄었다"며 "근로 시간이 꾸준히 줄면서 공장 가동시간이 축소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 생산직은 주간 2교대 형태로 근무하고 있지만 주 4일제를 도입할 경우 주‧야간 3교대 전환 등을 통해 공장 가동시간을 더 늘려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공장을 새로 지어야 하는데,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 등은 생산 규모를 늘리는 게 아니라 기존 공장을 대체하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 노조 조합원들은 주 4일제 시행 시 특근을 제외하고 연간 52일 치나 일을 덜 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야간 근무 부활이 유력하지만, 차기 집행부는 이를 고려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8+8주간 2교대 근무를 문 신임 지부장이 4대 지부장일 때 도입했기 때문이다.

주 4일 근무를 위한 생산직 대규모 충원은 사측과 먼저 합의돼야 한다. 하지만 현대차의 빠른 전동화 전환 속도를 고려할 때 생산직 규모가 더 늘어나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국노동연구원 따르면 내연기관차의 부품 수는 3만개에 달하지만 전기차는 1만8900개로 줄어든다. 따라서 내연기관차를 만들 때 필요한 생산직 인력이 100명이라면 전기차는 70~80명으로 충분하다. 생산공정이 단순화되는 만큼 생산 인력의 규모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주 4일제는 현대차 혼자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제도 변화와 사회적인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주 4일제는 유럽에서 먼저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무작정 선진국을 따라가기엔 무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국내 자동차 생산이 반 토막 난 프랑스 등의 사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이 원장의 생각이다.

이 원장은 "2년밖에 안 되는 지부장의 임기 중 주 4일제를 실행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며 "국내 부품업계 등 자동차 생태계 전체가 바뀌어야 가능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노조 내부서도 엇갈린 시각…단순노동 탈피·인적 경쟁력 강화 관건

노조 내부에서도 주 4일제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는 모양새다. 근무시간이 줄면 그만큼 임금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계 관계자는 "연구직이라면 주 4일제로 근무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생산직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특근을 자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을 덜 하고 돈을 적게 받고 싶은 조합원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노동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의 집행부 선거는 대통령 선거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본다"며 "공약보다는 후보자와 정당에 대한 인기에 따라 표심이 결정되고, 공약이 임기 중에 전부 실현될 것으로 보지도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는 사측과의 향후 교섭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하기 위해 무리한 공약을 내세웠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일각에선 현대차가 지금과 같은 대량 생산방식과 단순 반복 작업에서 벗어나 노동과 생산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은 "최근 탈탄소화와 디지털화 등의 메가트렌드는 자동차산업의 대전환을 가져오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높아진 노동비용, 제품 혁신 및 다양성, 기술변화와 공정의 복잡성 등으로 기존의 대량생산 방식에 변화가 요구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의 생산방식이 유지되면 완성차의 저효율-고비용 체제가 부품사의 과도한 비용 절감 압력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불공정 관계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의 저숙련 체제에서 벗어나 기술과 조직의 혁신 속에서 노동자의 숙련을 향상시키는 인적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경보 기자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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